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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세상에게 외면당한 한 소년의 아픈 고백 <거인>

  • 입력 2014.10.30 00:50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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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향해 살고 싶다고 소리쳐도 힘없이 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아픈 성장기를 다룬 김태용 감독의 영화 <거인>은 올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초청되어 ‘올해의 배우상’과 ‘시민 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이는 국내 최연소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가능성을 드러냈던 김태용 감독과 결이 다른 연기력을 지녔으나 아직 그 잠재력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 최우식의 진심 어린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역질 나는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 '이삭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열일곱 영재(최우식).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무책임한 아버지(김수현)가 있는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영재는 그룹홈의 원장(강신철)의 눈에 들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선량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어주며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살갑게 굴지만, 남몰래 후원물품을 훔쳐 팔기도 하고, 거짓말로 친구 범태(신재하)를 배신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눈칫밥 먹으며 살기 바쁜 어느 날, 영재에게 아버지가 찾아온다. 자신에게 동생 민재(장유상)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로 인해 영재는 참을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폭발하게 되는데…
  극단의 사건 없이도 긴장감과 눈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영화 <거인>은 김태용 감독이 속 깊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딘가에 몸담고 속해있지만 사실 어디에도 안식할 곳 없는 소년의 외로움은 대부분 거짓된 꿈, 때로 지독한 사투 그리고 눈물겨운 버티기를 오가며 깊은 울림과 통증을 전달한다. 인생에 순응하면서도 안간힘을 쓰고, 발악하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 소년의 뜨거운 눈물은 세상을 버티고 견뎌내고 살아가는 자들의 눈물이기도 하다.
    <거인>을 보고 ‘영재’가 계속 떠오른다면 그건 최우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관객을 사로잡은 동력이 순한 얼굴로 담백한 연기를 펼치는 그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지 않고는 쉽게 믿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낳아준 부모는 밀어내고 키워준 집에서도 내몰리며 겪게 되는 위기부터 신부가 되겠다고 거짓 꿈을 고하면서 양심과 도덕 따위는 외면하는 몰염치, 속물이 되어가면서도 아슬아슬 선은 넘지 않는 불안과 자존심, 동생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 때문에 결국 폭발하고 마는 서러움까지. ‘영재’는 관객 입장에서 선뜻 응원하기 어려운 인물이자 내면의 위태로움을 과격한 표현 없이 보여주어야 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불안한 청춘의 시기를 겪어낸 혹은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대개는 공감할 수 밖에 없게 만든 힘은 바로 최우식이 아닐까. 
  스물여덟 나이의 젊은 통찰력과 정서로 완성한 김태용 감독의 진지하고 솔직한 인생 드라마, 가슴으로 우는 영화 <거인>은 11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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