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 수가 총 823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부지영 감독의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노조를 만들고 서로 힘을 합치고, 아무것도 몰랐던 그들은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뜨거운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카트>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관심을 한없이 자극한다. 수학 여행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을 둔 엄마 선희와 아이의 어린이 집 시간에 맞추어 매일 칼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혜미, 능글맞게 청소원 아주머니들과 농담을 주고 받지만 업무의 일환으로 그들을 해고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는 동준(김강우) 등의 인물들은 우리 주변 대형마트에 가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캐릭터들로 현실감이 생생히 살아있다.
영화는 '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상대적 약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밤에 잠을 자고, 눈을 뜨면 또 다른 해고 통지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약자에게 시선을 돌려 그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당연한 메세지를 풀어낸다. 거대한 세상의 벽인 '갑'의 천국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대다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현실에 외면하지 말자는 메세지를! 영화는 또한 소수이자 약자인 '을'의 억울함이 언제나 짓밟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경제적 약자는 목소리도 낼 수 없도로 만들어진 구조에서 그나마 사람답게,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자는 영화의 메세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 <카트>는 대량해고에 직면한 그들의 투쟁이 너무 억울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울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지기 위해 불공정한 계약임에도 억울함을 누르고 철저한 '을'로서 사회의 일부분이 되어야만 했던 그들의 투쟁은 안타깝고 눈물겹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과 사고에 시선을 돌리지 말고,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주자는 영화의 배려는 관객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울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영화사에 굵직한 획을 긋고 있는 명필름의 용기있는 기획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맡은 배역에 철저히 몰입해 투쟁처럼 연기했던 배우들 모두 영화 <카트>의 완성도에 빛을 더한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등 모든 배우들의 호연은 반짝반짝 빛을 발해 영화에 날개를 달아준다.
'상생'과 '공존'을 바라보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경제적 약자인 절대다수에 대비되는 '갑'의 횡포에 맞서 싸웠던 <카트> 속 비정규직들의 외침은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관객들의 감성을 울린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감동, 그리고 '상생'과 '공존'의 울림을 담은 영화 <카트>는 11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