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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이면 돋아나는 사진사들의 열병, 세량제

  • 입력 2012.04.29 17:14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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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전국의 사진사들이 열병처럼 앓는 전남 화순 세량제.

매년 산벚꽃이 피어나는 4월 중순이면 전국에서 하루 500∼1000여 명의 사진동호인들이 세량제를 찾는다. 일부는 아예 제방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도 할 정도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새벽녘 피어나는 물안개와 함께 거울같이 잔잔한 수면에 반영되는 산벚꽃과 신록이 어우러지는 봄 풍경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세량제에는 별도의 주차장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마을입구는 물론 농로 주변, 광주∼앵남간 814 지방도로에 대의 차량이 수 ㎞에 걸쳐 상·하행선 갓길에 도로변에 주차해 해 매년 이맘때면 주차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또 사진동호인들은 세량제 제방에 겹겹으로 늘어서 어깨를 맞대고 촬영해야 할 정도로 비좁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계단식 포인트시설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곳의 절경이 사진동호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2005년께부터이다. 광주지역 ‘눈 밝은’ 사진작가들이 발굴해 하나둘씩 사진을 찍었으나 이후 사진 포털사이트 등에 세량제 사진이 공개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이다.

화순군이 지난 2004년 세량제 인근에 공원묘지 조성계획을 세웠다가 사진인들의 반대여론과 조직적으로 화순군청에 민원을 제기해 무산되기도 했다.

난 봄이 되면 열병을 앓게 되고 그러면 습관적으로 짐을 꾸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열병,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짐을 꾸렸다.밤 10시 30분 서울을 출발, 호남 고속도로를 달려 약4시간30분, 오전 새벽 3시 전남 화순군 화순읍 소재 세량제에 도착했다. 그러나 세량리 마을 입구는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진사들이 타고 온 차들로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굴다리를 통과하는 순간, 저 멀리 제방에 불빛과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 의지하며 도착하니, 웬걸 제방 비탈면 전체가 삼각대 전시장이다. 이미 새벽 2시경 이전에 도착한 사람들이란다. 제방 위 중간 지점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삼각대를 세우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린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간간히 비추는 후레쉬 불빛너머로 보이는 벚꽃이 화려함을 잃어가고있었다. 수면위로는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곳에서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해서는 네가지 조건이 필수다.

첫째, 산벚꽃 개화시기와 일체해야 하고,

둘째, 바람이 없어야 반영이 좋고

셋째,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클수록 물안개가 피어오를 확률이 높으며

넷째, 날씨가 화창해야 아침 햇살을 머금은 연초록 잎새와 흰색의 산벚꽃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므로 분위기 있는 작품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옷은 단단히 입었지만 화순의 산골날씨는 무릎이 시릴 정도로 차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의 자리싸움 소리가 간간히 골짜기에 메아리 쳐 웅웅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2008년에 처음 이곳에 와 보고 놀란 것은 인파와, 그리고 풍경, 또 하나의 놀라움이라면 6시쯤 날이 부옇게 샐 무렵이면 이름 모를 한 마리 새의 울음을 신호로 작은 골짜기가 사람과 더불어 새소리로 가득 찬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소리는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그리고 그때를 전후하여 사진사들의 셔터소리가 뒤를 잇는다.

오늘의 출사는 세 가지 조건 중 일출 직전 물안개와 햇빛이 바로 비치지 않고 구름 뒤에서 나와 다소 아쉬웠으나 바람이 자 반영이 좋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마을주민들은 매년 봄철마다 벌어지는 사진동호인들의 발걸음에 많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세량제를 관광명소화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 주민들은 2008년 신록 촬영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면 부동면에 위치한 ‘주산지’(注山池)를 찾아 벤치마킹하고, 사진포인트와 주차장시설 설치 등을 군에 건의하기도 했다하나 좋은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을하고 도웅리로 차를 돌려 복숭아밭 단지로 갔다. 그곳도 4년전보다 많이 개발이 되어 복숭아 밭도 많이 사라졌다. 그곳에서 촬영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내년에는 오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매번 올라 올적에 다짐을 한다. 올해가 마지막이야 하면서, 그 다짐은 다음해 봄이면 여지없이 무너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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