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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않던 "아름다운 순례길" 걷기

  • 입력 2012.04.22 17:09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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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볕이 좋던 날에 김제로 길을 나섰다.

김제에서 금구로 가서 금구에서 순례길 6코스 중간으로 들어서 귀신사 금산사를 거쳐 원평을 지나 수류까지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길들에서 방향을 잃은 이들은 순례길을 찾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순례길을 찾는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여러 종교들의 화합과 상생의 장이 주위의 풍광과 자연의 경관을 맛보려는 여느 길과는 달리, 내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길이다. 

코스는 6코스 중반인 금구에서 시작 - 금구교당 - 금구초등학교 - 영천마을 - 모악산둘레길 - 귀신사 - 백운동 - 금산사에서 1박을 하는 약 10km의 거리이고, 다음날 7코스인 금산사 - 금산교회 - 대순진리교 - 증산교 - 금산고등학교 - 원평교당 - 원평성당 - 원평교회 - 원평장터 - 동학전봉준최후전적지 - 독립만세운동기념비 - 주평교회 - 황골 - 화율초등학교 - 수류까지 가는 총 19.7km의 길을 걷는 코스이다. 

김제에 도착 언제 점심을 먹을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인 회원들의 등쌀에 요촌동 대흥각에 들러 해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돼지고기로 만든 짬뽕으로 속을 채웠다. 해물 국물의 시원한 맛보다는 고기맛이 어우러진 구수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속을 채우고 금구행 버스에 올랐다. 시골버스는 우리를 태우고 시내를 벗어난다.

차창 밖으로 게으른 봄빛이 흐르고 그 봄빛에 눈이 부신 듯 여기저기 꽃들이 팝콘이 터지듯 피어나고 있다. 차는 금구에 도착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기사님께서 금구임을 알려 준 것이다. 금구에 내려 “아름다운 순례길”을 물으니 아는 사람이 없다.

하는 수 없어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에서 다시 “아름다운 순례길”을 물으니 잘 모른단다. 대신 "금구명품길"의 안내서를 준다. 이런,,, 일단 귀신사로 가는 길로 가면 아름다운 순례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아 귀신사 가는 길로 향했다. 그러나 그 길은 아스팔트 길 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연락처가 입력된 휴대폰은 열차에 놓고 내려 정읍에 가 있어 물어 볼 사람도 없고, 해서 마냥 싸리재로 향했다. 싸리재 가면 귀신사로 향하는 길이 있다기에. 애써 태연 한 척 걸었다. 1시간정도를 걸어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니 걷기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거기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하다. 약30여분을 거 걸어 싸리재 정상에 가니 그제야 귀신사 팻말이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편안한 고갯길을 걸어 내려가니 마을 어귀에 매화꽃이 만발하고 좌측으로 귀신사가 나왔다. 금구를 출발한 지 2시간만에 귀신사에 도착했다. 

귀신사. 양귀자소설 “숨은꽃”의 배경이 되었던 사찰, 그녀는 그곳을 “지친 신들이 돌아오는 자리”라 표현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름은 귀신사(歸信寺)로, 믿음이 돌아오는 사찰이다.

대적광전은 보물826호로 단아한 맛배지붕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뒤편에는 백제 석탑양식과 비슷한 석탑과 남근석을 등에 진 사자모형의 석수가 있다. 남근석을 두는 사찰은 백제 왕실의 내원사찰(內願寺刹)뿐이므로 귀신사도 백제시대의 사찰일 것이라고 추측도 한다고 한다. 

다시 길을 나섰다. 길가의 가게에서 물로 목을 축이고 금산사 가는 길을 물었다. 차길로 40여분을 가면 된단다. “아니 우리는 산으로 넘을 건데요?” 슈퍼 아주머니께서 뭔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눈으로 쳐다보신다. 길 건너 아름다운 순례길 팻말을 찾아 그 길을 따라 산길로 오른다.

동네 어귀로 오르는 길가 계곡엔 한껏 부푼 꽃들의 함성으로 가득하고 아래로 보이는 들에는 봄볕만이 한가롭게 내리고 있다. 백운동 마을을 지나 큰길에서 온지 1시간을 걸으니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금산사로 가는 길이다.길은 산기슭으로 이어져 있어 시원한 바람까지 솔솔 불고 거기다 길 또한 번잡하지 않고 한가롭기까지 해서 이보다 더 행복 할 수가 없었다. 꼭 비유하자면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을 넘어가던 산길 같았다. 그리하여 금구를 떠난 지 약 5시간 여행 끝에 금산사에 도착을 했다.

허나 시간이 늦은 관계로 내일아침 다시 둘러보기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금산사 주차장 옆 “행운민박”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 만이었다. 화장실이 딸린 방이라던데 화장실로 직접 벽을 뚫어 문을 낸 방, 거기다 문은 화장실에서, 즉 밖에서 잠글 수(?)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그러니 화장실로 들어가면 누구든 다 들어갈 수 있는 무인지경의 방. 보일러는 밤에만 조금, 전기장판은 아예 코드를 빼가고. 한마디로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금산사 앞의 식당, 콩나물 해장국을 시켰다. 콩나물 해장국, 맛이 있을 건데 이건 뭐 무슨 맛인지 모를 오묘한 짠맛만 그득하고 한 젓가락씩 준 반찬들, 더 달라니 사먹으란다. 써비스업종에선 사라진지 오랜 바가지상술이 이곳에선 활개를 치고 있다. 잔뜩 상한 기분으로 금산사로 행했다. 

조용한 경내는 피어나는 꽃들이 아우성을 치고있다.

금산사는 거의 박물관 수준이다. 미륵전(국보 62),대장전(보물 827),석련대(:보물 23),혜덕왕사진응탑비(보물 24),5층석탑(보물 25),방등계단(보물 26),6각다층석탑(보물 27),당간지주(보물 28)석등(보물 828)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금산사는 일대가 사적 제496호로 지정되어 있다. 

보물 제476호였던 대적광전은 금산사 내에서 단층 건물로는 가장 웅장한 건물 수계(受戒)·설계(說戒)·설법(說法) 등의 법요를 진행했던 곳이다. 이 법당은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뒤 1635년(인조 13)에 중건하여 총 28칸의 큰 불전을 이루었으나, 1986년 12월에 화재로 소실되어 1992년 복원하였다. 

사람이 몰리기 전에 빠져 나가기로 하고 "아름다운 순례길"을 접어 들려고 관광 안내소에 갔다. 오늘 목적지인 수류성당까지 간다하니 깜짝 놀라서 못 간다 한다. 너무 멀어서...그러며 순례길은 모르고 “모악산 마실길” 전단지만을 건낸다. 이게 순례길의 현주소이다.

우리는 어차피 원평으로 향해 길을 찾기로 하고 연평으로 행했다.  길옆에 지그마한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금산교회이다. 100이 넘었다는 금산교회는1997년 7월 18일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36호로 지정되었다. ㄱ자형 교회건물로 1908년 4월 미국인 데이트 선교사가 지역주민 조덕삼, 이자익 등의 도움을 받아 건립하였단다. 외부는 많이 변형되었다 하나 내부구조는 당시 모습이 잘 보존되었고, 주변을 통틀어 가장 교세가 컸으며 남쪽은 남자석, 동쪽은 여자석으로 나뉘어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다시 길을 나서 2시간여를 걸어 원평에 도착했다. 12시경 원평에서 물을 과 빵을 사들고 수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 걸으니 원평 외곽 원평장터에 3.1운동 기념비가 나왔다. 그곳은 또 동학혁명 원평 집회 장소이기도 했다. 다시 약1km정도 가니 동학혁명 구미란 전적지가 나왔다.

마을 앞에 거북의 머리 같은 바위가 있고 마을 뒷산 모습이 거북등을 닮았으며, 마을은 거북의 꼬리 부분에 알을 낳은 형국이라 하여 ‘구미란(龜尾卵)’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구미란은 1894년 12월 동학농민운동 당시 일본군과 관군을 대적한 동학군이 이곳에서 싸우면서 마을이 모두 불타 버리고 수백 명의 동학군이 죽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이 이리 아픈 상처를 간직한 곳이라니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우리는 평평한 길을 버리고 논길, 뚝방길로 계속 길을 재촉했다. 이미 아스팔트길을 너무 많이 걸어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이 없어 개울을 건너니 주평교회에서 깔깔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다시 시멘트 길을 따라 계속 걷기만 했다. 나른한 봄볕은 계속 머리위에서 맴돌기만 하고 그래서인지 얼굴에선 때 이른 땀이 흐른다. 우리는 용복마을 버스 정류소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그 때 수류천주교회라 쓴 승합차가 지나간다. 거의 다 온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냈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황곡마을이었다. 그 마을을 돌아 들어가니 화율초등학교가 나온다. 1908년 슈류인명학교로 시작을 했으니 올해60회 졸업생을 냈다지만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어선 것이다. 이곳에선 뭐든지 100년이 넘어야 어디가서 명함을 내미나 보다.

다시 모퉁이를 돌아가니 평지마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니 아련한 아지랑이 너머로 산기슭에 성당이 보인다. 수류 성당이다. 올해 123년이 되었다 한다. 막바지 힘을 쏟아 성당에 들어선다.

산 밑에 아련하게 자리잡은 수류성당. 오늘의 최종목적지였다. 짐을 벗어 놓고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묵상에 잠긴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만 쫒으려 했던 것이다. 현실에서의 힘들고 괴로운 것에 가려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은 찾지 못한체 여행을 마무리 하나보다. 밖으로 나와 밖을 내려다보니 화사한 꽃잔치가 펼쳐진다. 마치 우리를 비웃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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