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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사무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영화 <야간비행>

  • 입력 2014.08.22 20:29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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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영화제와 전주영화제에서 많은 관객들과 영화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은 아픈 청춘들의 단면을 다룬 영화이다. 서울대 진학을 목표한 성적 1등급 우등생 용주(곽시양), 학교 내 폭력서클의 우두머리가 된 일진 기웅(이재준). 중학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두 친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로 엇갈린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함께 중학교를 다닌 기택(최준하)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자, 기택을 감싸고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 용주와 달리 기웅은 이들을 지켜보기만 한다. 한편, 홀로 용주를 키우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용주의 엄마(박미현), 직장에서 해고되고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기웅의 아빠(정인기), 친구가 성적보다 중요하냐며 다그치는 학교 선생님(현성)까지 세상의 잣대와 어른들의 시선은 더욱 어둡기만 하다. 집도, 학교도, 친구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더없이 외로운 용주는 어릴 적 친구였던 기웅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게 된다.    영화 <야간비행>은 관심에 대한 결핍으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십대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위태로운 십대이면서 아슬아슬한 청춘. 그리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외로움과 성장통에 사무치는 청춘들을 이야기한다.
  아직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십대시절, 한 반 안에서도 파벌이 갈리고 십대들은 자신이 약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다른 이를 공격하고 그 사람을 재물로 삼는다. 그리고 재물로 찍힌 약자는 또 다른 약자를 찾아내어 희생제물로 취급한다. 오직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연약해빠지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처한 현실마저 부정하고 남들보다 잘 났다고생각하며 남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발악하며 세상에 등을 돌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위태롭게 쓰고 있는 가면이 거친 세상의 파도에 의해 속절없이 휩쓸려 나갔을 때에야 좌절하고 절망스런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어도 출구가 막혀있는 십대들의 세계에서 친구의 존재로 위안을 받으면서도 친구에게조차도 말 못할 비밀을 품고 있는 시기가 십대이기도 하다. 외롭고 고독한 새벽에 야간비행을 하는 밤비행기처럼 고립된 성벽 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폭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하고, 닫혀진 학교라는 세상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을 제물로 삼아 학교라는 테두리에 갇혀 생활하고, 어쩔 수 없이 껍질 속에서 조바심을 지낸 채 살아간다.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괴로워하는 용주, 외로움으로 똘똘 뭉쳐 주먹으로 소통하는 기웅, 중학교때부터 친구인 용주와 기웅의 관계 속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기택,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친구들의 약점을 찾아 괴롭히며 자신의 약한 점을 가리려고 비열한 짓을 반복하는 성진은 외로움에 사무쳐 있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야간비행>은 어떻게 보면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사회문제일 수도 있으며 또 어떻게 보면 성적소수자가 등장하는 퀴어무비일 수도 있고, 또 달리 보면 자아를 탐구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고민을 담은 진지한 영화이기도 하다.
  친구가 있기에 외로움과 고립, 고독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학창시절 방황과 외로움, 좌절에서 구원해 줄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보여준다.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각 캐릭터들의 외로움을 대변하는 '야간비행'처럼 어두움 속에서 빛에 대한 갈증으로 박차고 나오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야간비행>은 8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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