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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 사람들의 욕망이 들끓기 시작한다. 영화 <해무>

  • 입력 2014.07.28 23:55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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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의 기획과 제작, 영화 <살인의 추억>의 각본가 출신 심상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무>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유명한 극단 연우무대의 또 다른 연극 [해무]를 바탕으로 심상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영화는 IMF를 맞은 1998년을 배경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살기 팍팍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 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배 ‘전진호’는 더 이상 만선의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배를 잃을 위기에 몰린 선장 철주(김윤석)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원들과 함께 낡은 어선 '전진호'에 몸을 싣는다. 
   선장을 필두로, 배에 숨어사는 인정 많고 사연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 갑판장 호영(김상호), 돈이 세상에서 최고인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유승목), 언제 어디서든 욕구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이제 갓 뱃일을 시작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까지 여섯 명의 선원은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제도 좋지 않고, 만선의 꿈은 더욱 힘겹기만 하다. 선장 철주는 삶의 터전인 배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한다. 위험하고 불법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선원들은 당장에 필요한 돈을 위해 선장의 제안에 모두 찬성한다. 그리고 바다에 짙은 어둠이 깔린 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수많은 밀항자들이 '전진호'에 몸을 싣고 여섯명의 선원은 밀항자들과 함께 운명의 한 배를 타게 된다. 하지만 해경의 단속을 피해 밀항자들을 어창에 몰아넣고 위기를 모면하던 중,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바다 안개 ‘해무’가 몰려오고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해무>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 인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각자의 욕망에 맞춰 행동하는 개인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더더욱 욕망을 충족시키려 도발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영화 속 여섯 캐릭터들에 초점을 맞춘 <해무>는 독특한 스릴러와 드라마를 가진 구조로 인간의 욕망을 낱낱이 풀어헤친다.
    '전진호'에 탄 여섯명의 선원들은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선장 철주는 선장답게 모든 배의 꿈이 그렇듯 물고기를 가득 채우는 만선의 꿈을 안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 목과 어깨에 힘을 잔뜩 세워 예전에 한창 잘 나가던 영광의 때를 그리워하며 그 때의 잘 나가던 때를 돌리고 싶어한다. 기관장 완호는 빚을 잔뜩 짊어지고 빚쟁이들한테 쫓길지라도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갈 날을 꿈꾼다. 완호는 '전진호'에 숨어살면서도 가족의 정을 잃지 않는 가장 인정 많은 캐릭터로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
  갑판장 호영은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로 오로지 배와 배에 탄 선원 식구들만 챙기고 무사히 다시 뭍에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언제 어디서든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선원 창욱은 오로지 쾌락에 집착하는 인물로 롤러수 경구에게 묘한 앙심을 품고 있기도 하다. 오직 여자를 품는 일에 대한 욕망에 가장 충실하기에 창욱은 동식과 수시로 충돌한다. 돈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는 밀항이든 뭐든 돈이 되는 일에 집착하고 뭍에 가서도 다방티켓을 끊어 즐기기만을 꿈꾸는 또 다른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막내 선원 동식은 밀항으로 올라탄 홍매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순박한 청년으로 완전한 뱃사람이라기보다는 육지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해양고 출신의 이력을 가진 아직 때묻지 않은 총각이다. 하지만 동식은 홍매를 알게 되고 홍매를 몸과 마음에 품게 되면서 절박한 와중에도 오로지 홍매의 목숨을 구해 오로지 집에 갈 꿈만 꾼다. 그리고 홍매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집에 가기 위해 위험천만한 순간에 몸을 던진다.
  소식이 끊긴 오빠를 찾기 위해 밀항에 오른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는 오직 구로3동에 사는 오빠를 찾기 위해 배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순간을 입을 막고, 눈믈을 참아가며 오직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홍매는 동식의 도움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죽을 뻔한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목숨을 부지한다.    '해무'가 가라 앉고 배 위에는 사람들의 욕망이 넘쳐난다. 여섯 명의 선원은 자신들의 꿈과 욕망에 충실하고 '해무'에 중독이 된 듯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진호'에서 일어난 금찍하고 잔인한 사건은 잊고 뭍으로 돌아갈 준비를 묵묵히 한다. 동식은 홍매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홍매도 자신을 보호해주는 동식의 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진호'는 짙은 '해무'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해무>는 인간의 욕망으로 요지경에 된 세상사를 축소해 보여준다. 그 요지경 욕망 속에 오로지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인간들의 세상을... 영화는 여섯명의 남성 배우들과 홍일점 여배우의 연기력 앙상블로 멋진 드라마를 선보인다. 한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피어난 애절한 사랑, 그리고 욕망으로 인해 서서히 변화해가는 사람들의 면모를 격렬하게 보여주는 영화 <해무>는 8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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