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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설강화', 논란으로 모은 화제성도 아까운 엉성함

  • 입력 2021.12.27 09:37
  • 기자명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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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TBC '설강화' 캡처

[연예투데이뉴스=김영기 기자] JTBC ‘설강화’는 앞서 제기된 여러 논란보다 엉성한 설정이 더 큰 문제인 듯하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군부 정권을 배경으로 독일 베를린 대학 유학생으로 신분을 세탁한 남파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와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하고 위기에서 구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 분)의 시대를 거스른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설강화’는 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과 야합한다는 설정이 있고, 그를 위해 공작을 벌이는 간첩이 등장하는데 접점이 없을 듯한 남녀주인공이 어떻게든 만나야 하고 더불어 위기가 있어야 하니 인질극에 총격전까지 벌어지지만 리얼리티는 터무니없다.

청와대는 정권 유지를 위해 야당 대선 후보의 경제 브레인인 한희섭 교수를 북한이 납치한 것으로 꾸며 야당이 북의 자금으로 대선을 치르는 것처럼 공작을 꾀한다. 그를 포섭해 북으로 데려가려는 이가 임수호다. 그러니 임수호와 그 일당 모두를 곱게 북으로 보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호수여대 기숙사에서 빠져나온 임수호는 한희섭 교수를 포섭하는 데 성공, 북에서 보낸 자금과 무기를 회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발각됐다간 정체가 탄로 날 빼도 박도 못할 증거물이다. 그런데, 이를 수행하기를 환한 대낮이다. 은밀한 작전일수록 밤을 이용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작전 시 검은 의상을 입는 것은 어둠을 빌려 쉽게 발각되지 않기 위함인데, 대낮에 올블랙 의상을 입으니 오히려 눈에 확 띈다. 차라리 수호에게 시비를 튼 남자의 의상이 위장색에 가까워 실소를 자아냈다. 물론 남자주인공이니까, 올블랙 정해인은 멋있긴 했다.

안기부 대공수사1국 요원 장한나(정유진 분)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약과다. 인물 설정이 다혈질이라고는 소개했지만, 장한나는 오로지 인질로 잡힌 이강무(장승조 분)를 구하기 위해 명령에 불복하고 임수호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서로 총을 든 대치 상황인데 유리가 무슨 엄폐물이라고 대놓고 문 앞에 서 있는 임수호도 이해 불가다. 순간 동료 요원이 낌새를 감지하고 장한나를 덮친 덕에 총알이 빗나가긴 했으나 엄중한 작전 중 다른 것도 아닌 발포와 관련한 그따위 돌발행동은 당장 영창감이다. 임수호 일행은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섰고, 기숙사는 다시금 공포에 휩싸였으나 그런 얼토당토않은 설정은 헛웃음만 자아낼 뿐이었다. 안기부 요원이라 그런가 처분은 단지 근신이더라.

서해에는 남파 공작원들과 포섭한 한희섭 교수를 태우고 북으로 갈 배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군이 정찰 중에 어업 통제선 안에 들어온 이 배를 발견하지만, 공작원들은 엔진 고장으로 여기까지 떠 내려왔다며 우리 어선으로 위장을 꾀했다. 그를 믿은 병사들이 경계를 풀고 우리 어선으로 보고하려는데 선실에 있던 한희섭 교수가 뛰쳐 나와 살려달라고 외친다. 공작원 중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희섭 교수를 총으로 쐈고, 동시에 다른 공작원들은 우리 군을 향해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그에 우리 군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여기서도, 자칫 정체가 발각될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누구 하나는 잽싸게 한 교수 옆에 붙어 총이든 칼이든 들이대며 제압했어야 마땅했고, 어업 통제선을 넘어온 배라면 군은 일단 수색을 했어야 마땅했다.

이로써 간첩 일당 돌려보내기 작전은 물 건너간 듯하다. 플랜B로 수정됐다. 상부에서는 잡지 말라는데 이강무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임수호가 다시 기숙사로 들어오게 됐고, 임수호는 은영로 앞에서 간첩인 신분을 극적으로 드러내게 됐다. 그나마 잘 풀어보려던 것이 장한나의 돌발행동으로 또다시 무산 위기가 왔고, 그래도 잘 풀어보려던 것이 해상 교전으로 아예 물거품이 됐다. 임수호가 곱게 북으로 가버리면 드라마가 안 되니 남한에 묶어둘 이야기에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겠으나 인질극이라고, 교전이라고 긴장감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설강화’는 여대 기숙사만 나오면 갑분(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는 용어) ‘써니’가 된다. 흡사 뮤지컬 영화에서나 볼법한 급작스러운 단체 댄스 장면이 등장하거나 당장 죽을지 살지 모를 판에 남성이 여성 잠옷을 입었다고 깔깔댄다. 고위층 남편을 둔 아내들의 리그는 어딘지 겉도는 분위기에 여주인공 지수의 ‘발연기’는 두말하면 입 아픈 지경이다. 이렇듯 ‘설강화’는 논란은 둘째치고 작품 자체의 엉성함과 톤앤매너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정해인 하나만 바라보자니 여기저기 걸림돌이 너무 많다.

한편, 지난주 3일간 특별편성한 JTBC ‘설강화’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집계, 4회에서 1.689%로 자체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가 지난 26일 방송된 5회는 소폭 반등에 성공, 2.751%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첫 방송 2.985%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인데, JTBC가 방영 강행 의지를 보인 만큼 드라마 자체의 재미로 향후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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