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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태종 이방원', 대하사극 '그 느낌 그대로' 합격..남은 숙제는

  • 입력 2021.12.13 17:1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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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1 '태종 이방원'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5년 만에 부활한 '태종 이방원'이 KBS 대하사극 전성기의 느낌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 첫주 상승세와 함께 9.4%의 시청률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연출 김형일, 심재현/ 극본 이정우/ 제작 몬스터유니온)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드라마다.

KBS1 대하사극 '용의 눈물'을 통해 이방원의 정치적 카리스마와 아버지로서의 고뇌를 실감나게 표현해 역대 최고의 이방원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 유동근의 바통을 이어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에서 선굵은 연기로 주목받은 배우 주상욱이 타이틀롤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태종 이방원'은 '용의 눈물'과 마찬가지로 조선 건국의 시발점이기도 했던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서부터 시작됐는데, 무엇보다 '태종 이방원'은 KBS 대하사극 전성기 당시의 분위기와 연출을 그대로 담고 있어 눈길을 모았다.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대표 인물을 나열한 오프닝에서부터 병사들의 치열한 전투를 보여주는 극적인 슬로우모션, 여기서 특히 병사들이 쓰러지며 화로를 넘어뜨리는 장면은 감초마냥 필수다. 또한, 이성계의 군대가 이동할 때는 이동 경로를 지도로 표시해 보여주고, 당시의 배경을 설명하는 해설자 역시 앞서 많은 정통 대하사극, '전설의 고향' 등에서 볼 수 있던 그 느낌 그대로다. 가장 최근작인 '장영실'이 한결 가볍고 트렌디한 느낌으로 변화를 꾀했다면 이번 '태종 이방원'은 다시금 정통 대하사극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KBS 대하사극인 만큼 이러한 연출은 지금 시청자에게는 매우 올드한 느낌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첫주 시청률을 상승세로 마감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닐슨리서치 전국기준 첫 방송은 8.7%, 2회는 9.4%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의 정통사극 팬층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한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로도 꼽히는 조선 건국을 배경으로 왕권강화를 위해 공신부터 외척까지 모조리 척살했던 피의 군주 이방원의 이야기는 이미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역사에서 완성되어 있고, 대하사극 단골 출연을 자랑하는 김영철, 김명수, 선동혁, 이원발, 김규철, 최종환, 송용태, 김영기, 임병기 등의 등장은 작품에 묵직한 무게감을 실어주는 동시에 기존의 대하사극 팬 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작품의 완성도와 분위기를 결정할 연출에서도 그와 같으니 효과는 배가 됐다.

다만, 이 올드함을 정통사극의 장르적 특징으로 볼 것인지, 두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할 바에 확고한 고정 층을 향한 집중 공략이었는지는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후자일 경우 대하사극은 시대와 함께 쇠퇴할 수밖에 없는데, 정통사극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출연 배우들조차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다고 말할 정도로 가벼운 퓨전사극과는 기획 의미에서부터 다르다. 그동안 대하사극을 함께했던 많은 배우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하사극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컴백'을 소원했던 것도, 막대한 제작비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정통사극을 공영방송이 제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만큼 KBS가 손을 놓으면 정통사극의 명맥은 끊어진다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KBS 대하사극은 역대로 광고 없는 KBS1 채널을 고집하고 있다. 

비단 시청료로 제작되는 대하사극일지라도 생명력을 잃어서는 제작의 의미가 없다. TV 시청률 주 시청 층이라는 50대 이상의 힘으로 20%를 넘긴다 해도 대하사극은 반드시 그 안에서 미래의 답을 찾아야 한다. 32부작의 긴 호흡 동안 폭넓은 시청 층을 설득할 수 있을지,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를 보여줄 '태종 이방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40분에 KBS 1TV에서 방송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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