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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실력파 배우들이 선사하는 불편함

  • 입력 2021.10.20 21:5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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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고전 명작,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돌아왔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0년대 미국 남부의 몰락한 대지주의 딸 블랑쉬 드보아가 꿈같은 자신의 과거를 열망하며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에 살아가다 결국 현실적, 물질적 욕구에 충실한 스탠리에 의해 파멸에 이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1947년 초연돼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51년 제작된 비비안 리, 말론 브란도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국내 대중에도 친숙하다. 특히 이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는 드라마, 영화에서 주로 활약하던 실력파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행사에서는 뒤브아의 대농장을 잃은 것을 알게 된 스탠리와 아내 스텔라의 다툼을 담은 2장, 블랑쉬와 미치가 첫눈에 끌리는 포커장과 스탠리의 난동을 담은 3장, 블랑쉬가 미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6장을 시연했다. 작품 시연과 질의응답에는 예술감독 김정균, 블랑쉬 역의 박해미, 김예령, 스탠리 역이 임주환, 미치 역의 태항호, 김혁종, 스텔라 역의 배정화, 임예나 등이 참석했다. 스탠리 역에는 임주환 외 고세원, 임강성도 출연한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블랑쉬의 작품이다. 여배우라면 한 번쯤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로 꼽힌다. 김예령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처음 읽을 때 블랑쉬 역할을 처절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너무 슬펐다.”며 “1940년대~5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도 그것이 쭉 이어져 있고, 내가 정말 정신 이상자인가, 어느 한 사람도 정상이지 않은 게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좀 도와줬으면 이렇게 파멸의 길로 가지 않았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저는 블랑쉬를 굉장히 가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해미는 “작품이 워낙 유명하고, 파멸로 가는 한 여성의 모습인데, 예령 씨는 리딩 때도 막 이입해서 눈물을 흘리더라. 그런데 저는 눈물 한 방울이 안 나왔다. 대신 무대에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완전히 온몸으로 다 울게 되더라.”며 “저는 이 작품이 ‘지금 왜?’자 아니라 지금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작품으로 많은 사람이 다시금 각성하고 각자의 욕망을 줄여갔으면 좋겠다. 서로 이타적으로 배려하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인간의 욕망을 주소재로, 연극적 상징과 해학이 가득한 명작이다. 전차 이름이 ‘욕망’,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역 이름 ‘극락’, 허울만 그럴듯하게 포장된 ‘종이등’ 등 작품 전반에 연극적 상징과 장치가 넘쳐나고, 그중에도 주인공 ‘블랑쉬’라는 이름은 하얗다,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각자의 결론이 무엇에 이르든 그녀의 이름이 왜 블랑쉬인지를 찾아가는 것 역시 이 작품의 포인트다. 특히 이 작품은 남부 상류사회의 쇠퇴, 도박과 폭력, 동성애, 근친상간 등 당시 급변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충격적이고도 과감하게 버무려놓으면서 이상적인 환상의 세계에 살고픈 블랑쉬, 동물적 본능과 현실의 쾌락을 좇는 스탠리, 스탠리의 폭력에도 현실에 안주하는 스탠리의 아내이자 블랑쉬의 동생 스텔라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무기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작사 컴퍼니다는 “기존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블랑쉬가 동생의 집을 찾아온 순간부터 이야기를 그리지만, 컴퍼니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기존 배경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여 블랑쉬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선보인다.”며 “블랑쉬 외에도 주요 인물들의 욕망에 대한 새로운 분석에 따른 시도와 표현, 블랑쉬의 욕망의 원초인 앨런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등의 표현을 통해 주요 인물들의 욕망을 들추어낸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균 예술감독은 “시대적인 배경이라든가 그 당시를 재현한다는 면에 대해서는 큰 원작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요즘처럼 답답하고 불편한 시대에 우리가 관객들에게 그 불편함을 드리면 어떻겠나. 그 불편함을 같이 공유하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특히 블랑쉬를 통해서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여자가 동물적인 스탠리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모습, 그리고 스텔라 역시도 스탠리와 어쩔 수 없이 현실에 타협해 살아가는 삶. 그 세 명의 갈등과 대립을 자연스럽게, 좀 불편하게 표현했다.”고 밝히면서 “아름다운 배우들과 그리고 젊은 공연 예술인들과 함께 설레면서 작업했는데, 특히 임주환 씨에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아주 매력적이고 미소년의 얼굴이지만 굉장히 짐승 같은 모습의 연기를 보여준다.”고 덧붙여 기대를 모았다.

앞서 김정균의 언급처럼 스탠리는 한 마디로 ‘짐승 같은 인간’이다. 요즘 표현이라면 ‘극혐 주의’ 경고가 딱 알맞다. 말론 브란도는 1947년 초연부터 스탠리로 활약해 명성을 얻었고 이후 동명의 영화에까지 같은 역할로 출연했다. 스탠리 역의 임주환은 영화 속 말론 브란도를 참고했다고 한다.

임주환은 “저는 영화로 말론 브란도의 연기를 많이 참고했고, 말론 브란도가 남성적인 매력이 강하지만 실제로 목소리는 그렇게 굶지는 않지 않나. 해서 저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말론 브란도가 이 작품을 했기 때문에 저도 하고 싶었다.”며 “제가 스탠리 역할을 하면서 첫 번째로 생각했었던 것은, 극장에 있는 모든 여성분이 스탠리로 인해서 불편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블랑쉬의 환상과 스탠리의 현실이 부딪히고, 그렇다면 어쨌든 현실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스탠리가 왜 불편하길 바라느냐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가스라이팅에 폭력에 남성 우월주의 등 모든 것들이 다 집합체로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극 작품들의 제의는 있었으나 좀처럼 성사되진 못했었다고 한다. 임주환은 “항상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에 ‘완벽한 타인’은 해보고 싶었는데 못하게 됐고, ‘쉬어매드니스’나 ‘프랑켄슈타인’도 연이 안 됐다가 이번에 참여하게 돼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기쁘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또, 미디어와 연극 무대의 차이에 관해 임주환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그날그날 정해져 있는 신, 그리고 그 신을 찍는 시간, 그 시간에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면 저희 연극이 한 100분~110분 정도 되는데 한순간도 집중을 안 하면 안 되는 시간이 되면서 저 나름대로는 많이 공부가 됐고 또 고등학교, 대학교 때 연극 했던 것도 기억이 나면서 극장 오는 게 굉장히 행복하다.”며 “촬영장 가는 게 싫어졌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무대를 갈망하던 배우가 또 있다. SBS 드라마 ‘해치’에서 천윤영/복단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배정화다. 그는 먼저 “정확히 10년 만에 연극을 다시 한다. 계속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돼서 못하고 있다가 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 발로 찾아가서 좀 시켜달라고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블랑쉬의 연극이기 때문에 아마 모든 여배우가 블랑쉬를 하고 싶을 것이다. 해서 그전에는 스텔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그동안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미지가 세고 에너지 있는 역할도 많이 했는데 처음에 이 스텔라를 접했을 때, 내가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며 “이 작품을 분석하고 이 역할을 하면서, 겉으로 표현되기에는 그렇지 않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와 욕망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해서 지금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랑쉬와 순수한 사랑을 열망한 미치 역의 김혁종은 캐릭터에 접근한 초점에 대해 “배우는 임무를 맡으면 저에게서부터 출발하게 되다 보니, 제가 맡은 미치는 가족과 사랑, 안정, 균형이다. 그것을 찾아서 접근했다.”고 밝혔고, 스텔라 역의 임예나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언니와 짐승 같은 현실적인 남편 사이에 있는 인물이어서 객관적으로는 되게 답답해 보일 수 있는데, 그래도 유일하게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겉으로는 뭔가 특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심을 잡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접근했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정균은 “블랑쉬 역할을 맡은 두 배우가 물론 충분한 자질이 있겠지만 무대에서 굉장히 폭발적인 연기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배우들에게서 각자의 욕망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당시 미국 남부의 귀족이 몰락하는, 그런 한 여인을 통해서 50년이 지났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구나, 그래서 명작은 명작이구나, 그런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배우들이 굉장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다. 배우들의 디테일에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특히 배우들에게 강한 신뢰를 보였다.

또, 박해미는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왜 돌아왔느냐, 1947년 작품인데도 저는 그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시대 미국의 산업화, 몰락, 차별, 이런 것들이 지금과 별다른 게 없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해서 원작을 보면서 내지는 이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많은 분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의 모습을 극 속에서 한번 재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저도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임주환은 “저도 생각을 해보면 스탠리의 그런 행동들, 남자들의 표현이 그때 당시의 관객들은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나쁜 놈이 돼 있는 거여서, 어떻게 보면 스탠리의 표현이 또 색다르게, 색다른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오늘 보신 2장, 3장, 6장은 굉장히 단면적인 부분”이라며 “정말 하이라이트 부분은 7, 8, 9장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보시라”고 신신당부하는 열의를 보여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오는 11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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