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150억 액션 블록버스터, 국정원 소재의 묵직한 스토리, 믿고 보는 배우 남궁민 출격. ‘드라마 왕국’이라는 옛 명성이 민망한 지경으로 드라마 부진에 허덕이던 MBC가 내놓은 필사의 카드 ‘검은 태양’은 마침내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MBC 새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 연출 김성용, the Veil)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 기억을 잃은 채 조직으로 복귀한 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와 거대 음모의 실체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MBC 창사 60주년 드라마이자 MBC가 선보이는 첫 금토드라마다. 특히 이 작품은 박석호 작가의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으로, 국정원 내부를 조명하는 최초의 드라마다.
MBC는 현재 드라마 편성에 미니시리즈가 아예 없고 일일 저녁드라마 ‘두 번째 남편’이 유일하다. 다음 날 재방송으로 아침드라마 편성까지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국의 존재가 실로 민망한 지경이었다. 편성을 채우는 데 급급한 제작을 지양하고 양질의 콘텐츠에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편성이라지만 방송의 꽃이라는 드라마가 없어서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절치부심하던 MBC가 새롭게 선보일 전략 카드는 일단 금토드라마다. 이번 ‘검은 태양’을 필두로 이준호, 이세영 출연의 궁중 로맨스 ‘옷소매 붉은 끝동’, 내년 상반기 김희선 출연의 ‘내일’, 소지섭 출연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물 ‘닥터 로이어’ 등이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이다. 더불어 평일 미니시리즈로 선보일 박해진 출연의 ‘지금부터, 쇼타임!’이 속속 캐스팅을 완료하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선두에 150억 대작 액션 블록버스터 ‘검은 태양’이 나선다. 비단 제작비가 많고 스케일이 크다고 재미와 시청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출연작마다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는 ‘믿고 보는 배우’ 남궁민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 사이 ‘일단 한 번은 봐야’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렇다 보니 방송 시작도 전에 ‘남궁민=MBC대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6일 오후 MBC 새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용 PD를 비롯해 배우 남궁민, 박하선, 김지은이 참석했다.
김성용 PD는 “국정원 소재 드라마들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 드라마의 차별점이라면 국정원이란 조직을 파고들어 집중 조명한 데 있다”며 “근 10년간 국정원을 직접 방문해 찍은 드라마가 없다고 들었다. 전폭적인 자문과 지원에 힘입어 국정원에서 직접 촬영도 많이 했다. 부서 간, 조직원 간의 갈등이 현실감 있게 그려지면서 색다른 사실감이 표현됐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그 밀도를 높여주셨다.”고 말했다.
또,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남다른 액션과 스펙터클한 사건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막상 작업하다 보니 부담감이 책임감으로 바뀌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재미있게 본 대본을 어떻게 더 재미있게 다가갈까 고민했다. 세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머리를 모으면서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된 것 같고 협업의 가치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선사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뿐이다. 저희가 느끼는 재미만큼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반응도 기대된다.”고 말해 내심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에는 무엇보다 남궁민의 존재가 컸다. 김성용 PD는 “대본을 받고 가장 먼저 남궁민 씨가 떠올랐다. 만약 제안에 응해준다면 속된 말로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는 속내를 털어놓으며 “너무 다행스럽게도 제안에 응해주셨다. 실제로 작업을 해보니 왜 '믿보배'인지 알겠더라. 대본을 고르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연기를 몰입감 있게, 믿고 볼 수밖에 만드는 힘이 있더라. 지금 그 힘에 많이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민은 극 중 국정원 현장지원팀 소속 최고의 현장요원 한지혁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모두가 존경하지만 두려워하는 국정원 최고의 살수였으나 실종된 지 1년 만에 지난 1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돌아와 소용돌이치는 음모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남궁민은 “많은 드라마 대본을 보면서 스타일리시하고 가벼우면서 매력적인 드라마들이 유행하던 추세였다. 그런 드라마들의 형식에 조금씩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고 다른 형식이 없는지 찾고 있었다.”며 “그때 '검은 태양'을 봤는데 묵직하더라. 그 묵직한 메시지가 여러분이 좋아하고 열광할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번 출연의 이유를 전했다.
이어 “이리저리 치우치지 않고 뼈대가 살아있으면서 그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한치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느낌을 받았고 재미있었다”며 작품에 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남궁민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캐릭터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 14kg증량도 감행했다. 남궁민은 “작가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했다. 사실 이 캐릭터는 보복과 응징을 가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데 굉장히 공격적이고, 누가 봐도 건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정확히 1월 20일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있었지만, 굳이 배역 때문에 몸을 키울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증량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살을 빼는 것도 힘들지만 몸을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남궁민 역시 증량 과정에서 악몽까지 꿨다고 한다. 그는 “정확히 64kg에서 찌우기 시작해 지금은 78kg 정도 됐다.”면서 “완벽한 몸은 아니지만 노력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너무 힘들었고, 많이 지쳐 있다. 빨리 촬영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너스레로 에둘러 고충을 전했다. 좋아하던 운동이지만 촬영이 끝나면 바로 운동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비 시청자들 사이 ‘대상각’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받으면 말이 안 된다”면서도 “시청자께서 좋은 드라마라고 판단해 주시고, 더불어 시청률까지 잘 나온다면,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며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하선은 국정원 범죄정보통합센터 4팀장 서수연 역을 맡았다. 지혁의 입사 동기이자 한때 같은 팀 동료지만 지혁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박하선은 서수연 역할로 평소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깨고 이번엔 강도 높은 액션까지 소화하며 변신에 도전한다.
박하선은 이번 출연에 대해 “일단 안 해본 캐릭터를 원했다. 기성 배우들은 가끔 신인 배우가 부러울 만큼 새로운 모습이 고플 때가 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다.”며 “사실 '기승전 남궁민'이라서, 남궁민 씨가 계시니까 선택하게 됐다.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하게 돼서 영광이다. 평소 소문도 많이 들었지만, 곁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전하면서 특히 남궁민에 대해 “존재 자체가 장르”라며 극찬을 전했다.
국정원 요원을 연기하려니 군대 어투라는 일명 ‘다나까’체의 대사가 어려웠다고 한다. 박하선은 “어려웠던 점은 실제 국정원 분들도 '다나까'체를 쓰셨는데, 딱딱하고 용어도 어렵다. 사극보다 어렵더라”라며 “평소 드라마보다 5배 정도 리딩을 늘렸다. 연습만이 답이더라.”고 말하기도.
신예 김지은은 국정원 현장지원팀 소속 유제이를 맡는다. 남궁민의 파트너 역으로, 김지은은 이 작품으로 당당히 지상파 첫 주연을 맡았다. 이에 김지은은 “저를 처음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5년 정도 연기를 해왔다. '검은 태양'을 통해 많은 분께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됐다.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더 보고 싶고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남궁민은 “한지혁이 조직 내에 있는 배신자를 찾기 위해 돌아온다. 배신자를 찾기 위해 1년간 기억의 조각들이 조금씩 살아나는데 시청자분들도 추리해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는 포인트를 귀띔하며 “우리 드라마는 매회가 레전드”라고 자신감을 보여 기대를 증폭시켰다.
과연 ‘남궁민 효과’는 MBC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MBC 새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은 내일(17일) 밤 10시에 첫 방송 된다. [사진제공=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