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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잘 살린, 드라마가 살아있는 영화 <좋은 친구들>

  • 입력 2014.06.25 00:2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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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영화 <우리. 여행자들><이웃>을 통해 2006년 제 2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2008년 제 7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도윤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좋은 친구들>은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날카로운 성찰을 담아 드라마가 살아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시절 떠난 졸업여행으로 더욱 더 우정과 의리를 다진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남자 현태, 인철, 민수. 성인이 된 후 부모와는 등진 채, 아내와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는 현태(지성)는 소방관이 되고, 보험왕이면서 보험사를 등쳐먹는 적당한 속물근성의 인철(주지훈)은 자신과 친구를 위해 야망을 불태우고 언제나 기회를 엿본다. 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족이 되어 준 친구를 위해 못할 것이 없는 민수는 부모님을 등지고 살아가는 현태와 야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인철이 안쓰러우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의문의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는 한 순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게 된다. 현태는 사건의 수사 과정도 경찰도 믿지 못한 채 사건을 직접 파헤치기 시작하고,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눈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겉보기엔 양아치 같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친구를 위하는 인철은 가족을 잃은 현태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들자 크게 갈등하게 되고, 가족을 해친 범인에게 다가갈수록 괴로워하는 현태를 보며 불안해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단서가 나오고 믿었던 인철과 민수마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영화 <좋은 친구들>은 모든 것이 잘 될것만 같은 장밋빛으로 보이는 선택을 했지만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불행을 이야기한다. 한 순간의 가벼운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말려들어 불행의 나락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어 지옥의 구덩이 속에 머리를 집어 넣게 되는 그런 불행을...
   숙명이라거나 운명이라기 보다는 순간의, 그리고 찰나의 선택이 엄청난 파도가 되어 커다란 해일이 되어 선택한 당사자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우정과 의리로 뭉쳤던 세 명의 친구들은 거대한 파도 앞에 무기력하게 허우적거리고 비극의 문턱으로 다가가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진한 우정을 나눠 온 세 친구들의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좋은 친구들>은 내러티브와 이미지가 잘 살아 있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도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매 순간 내리는 선택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그렇기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묵직한 주제는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행복에 이르는 착한 선택이라고 믿고 선택을 실행에 옮기지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인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 여겼던 선택이 불행으로 빠지게 되는 선택으로 돌변하고, 소용돌이처럼 빠져드는 불행의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발생해 결국에는 비극이 되어버리는 그런 선택...   인철 역의 주지훈은 그간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성상을 벗고 캐릭터를 위해 10kg을 살찌워 허풍으로 가득찬 야망이 넘치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다. 이광수는 그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복잡한 내면연기와 힘든 심리를 대변하는 민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현태 역의 지성은 세 친구들 사이에 구심점을 잡으며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살린다.
  지성, 주지훈, 이광수. 세 배우들의 진심을 담은 연기와 훌륭한 캐릭터화를 바탕으로 심도있는 드라마를 그리는 <좋은 친구들>은 연출을 맡은 이도윤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짜임새있는 각본과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연출, 그리고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근래에 볼 만한 웰메이드 한국 영화 <좋은 친구들>은 7월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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