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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건명, 뮤지컬 '할란카운티'가 말하고 싶은 것들

  • 입력 2021.06.29 10:4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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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무대 위에 벌어진 일들이 2021년 현재에도, 대한민국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이하 ‘할란카운티’)’에서 광산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는 광산노조 부위원장 ‘존’ 역할의 배우 이건명이 연예투데이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할란카운티(작/연출 유병은)’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자신을 아버지처럼 보듬은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그와 함께 뉴욕 북부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 속에 광산 마을 할란카운티의 광산 회사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특히 ‘할란카운티’는 과거를 통해 현재이자 미래를 말하고자 한다. 1976년, 미국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100년이 지났으나 남부 10개 주의 흑인은 여전히 노예 신분을 벗지 못한 채 살아가고, 할란카운티의 광산 노동자들은 마땅한 권리를 찾기 위해 회사의 횡포에 맞선다. 현시대의 부(富)의 권력으로 재편된 또 다른 신분 사회는 ‘갑’과 ‘을’이라는 새로운 계급을 탄생시켰고, 부의 양극화는 부의 재편 노력을 비웃듯 더욱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2021년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하다.

 
 

“오히려 더 극명해질 수 있어요. 오히려 더 심해질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정말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불합리한 계급이 정확히 나뉠 수 있다는 거죠. 해서 영화든 드라마든 음악이든 공연이든, 이런 얘기들은 어디선가는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에 유 연출이 ‘세상에 힘이 없고 말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말 못 하는 사람(라일리)을 무대 위에 캐릭터로 올려봤다. 그렇게 말 못 하는 사람들까지도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이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도 그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을’, ‘병’, ‘정’이기 때문에 말 못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 사람들이 모두 다 떳떳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 시간. 그건 정말 소중한 순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좋았고, 그것이 곧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 거죠.”

‘할란카운티’는 지난 2019년 대학로 소재의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정식 초연됐다. 배우, 무술 감독, 연출가 등으로 활동한 유병은 연출의 첫 극작으로,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낭독 쇼케이스를 거쳐 2019년 부산에서 첫선을 보였다. 저예산 작품인 탓에 단 세트에 영상과 조명으로 최대 효과를 꾀했다. 사실상 배우가 전부인 작품인데, 그것이 오히려 똘똘 뭉친 배우들의 에너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른 작품들도 물론 그렇긴 한데, 이 팀이 유달리 팀워크가 좋아요. 저희 작품이 전체적으로 마이너틱한 느낌이잖아요. 일단 주연부터 앙상블 배우들까지 누구 하나가 막 대단한 경력을 가진 배우들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또, 이런 사람들끼리 모이면 악바리 근성으로 더 끈끈하게 뭉치는 면모가 있어서, 이 팀이 지금 굉장히 끈끈해요. 이런 끈끈함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고, 더구나 작품의 내용 자체가 힘없는 사람들의 절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은 더 끈끈해질 수밖에 없죠.”

 

이번 시즌만의 장점으로도 단연 팀워크를 꼽았다. ‘할란카운티’에 컴퍼니의 사활이 걸린 만큼 유병은 연출은 캐스팅부터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였다고. 그 진심이 통한 덕인지 배우들은 개런티도 자진 삭감한 와중에 무엇보다 작품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한다.

“참 구태의연하게 들려도, 이번 시즌의 장점은 순수하게 우리의 팀워크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감독님들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다들 자진해서 개런티를 굉장히 삭감해서 모여 있는 팀이에요. 저도 이번만큼은 ‘제발 잘 돼라’ 두 손 모아 기도했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웃음). 사실 이 팀은 이 작품 하나에 컴퍼니의 존폐가 달려있잖아요. 이거 하나니까, 이게 잘 안 되면 이 팀은 없어지는 팀이거든요. 다른 팀은 그래도 관객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작품이 하나둘은 있어서 혹시 하나 삐끗하더라도 지탱할 여력이 있는데 이 팀은 단 하나, ‘할란카운티’이기 때문에 컴퍼니부터 배우들까지 무조건 잘 돼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서 팀워크가 정말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또 그만큼 유병은 연출이 굉장히 애를 많이 썼고, 군대에 있는 홍기부터 모든 배우에게 굉장히 적극적인 프러포즈를 했었죠. 저는 유병은 연출을 ‘삼총사’, ‘잭 더 리퍼’에서 무슬 감독으로 만났고 다른 배우들도 크고 작은 인연에서 유병은이라는 사람의 진심이나 사람 됨됨이를 봐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한 번 도와줘야겠다,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할 수 있을 만한 친구니까, 그래서 다들 이 작품이 잘 되길 더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것 아닌가 싶네요.”

특히 전역 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홍기와 데뷔 10년을 넘겨 고민이 많을 때 다니엘의 성장에 감동했다는 산들은 실제로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습실에서 ‘아이돌 배우 선생님’으로 통한다는 이건명도 이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뮤지컬에 아이돌 출연을 따지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 같고요. 관객분들도 그런 점은 굉장히 너그러워지신 것 같고,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이 친구들이 작품에 얼마나 열심히 투신할 수 있고 그들의 실력과 센스가 검증돼 있느냐인데, 그건 오디션을 통해서 잘 선별해야죠. 우리 작품에서는 종혁이는 이제 아이돌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얼굴이 불편한 데도 매일 치료받으면서 정말 티 안 나게 너무나 열심히 잘 해주고 있고요. 또 홍기랑 산들이는, 저는 그들이 뮤지컬 배우로 뭐가 빠지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연기가 아주 기가 막히진 않지만, 그 나이대 배우들만큼 하거든요. 오히려 저는 어디 가면 산들이가 웬만한 뮤지컬 배우들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고 자신 있게 얘기해요. 홍기는 록밴드 보컬이니까 이미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고. 그래서 일단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는 합격점에 있다고 봐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그동안 작품을 쭉 해오면서 연기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좋아졌어요. 선생님이란 소린 그냥 우스개고(웃음), 제가 특별히 코치한 것도 없고 그냥 신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도움을 주는 정도? 감정을 증폭하는 정도에서 조언을 한 정도였죠.”

“산들이랑 같이하는 막공 날 그런 얘기도 했어요. ‘네가 아이돌인 건 100% 인정하지만, 나는 이제 무대 위에 네 모습을 뮤지컬 배우로 인정하고 싶다. 왜냐면 (작품으로) 후배들도 많이 만나지만 그 중에도 넌 이제 아주 곧잘 한다. 그러니 이제는 뮤지컬 배우라는 명찰이 가슴에 붙어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잘해줘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군대 다녀와서도 너는 당연히 뮤지컬을 할 거라고 믿고, 나랑 같이 또 만나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물론 홍기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었고요. 연습생 시절을 오래 겪어서인지 이 친구들은 순발력이 좋고, 뭘 받아들이고 습득하는 게 정말 빨라요. 배우에게 굉장한 장점이죠. 다만 바쁜 게 단점일 텐데, 이번에 산들이나 홍기는 연습부터 여기에 완전 올인했거든요. 그러니 이들을 나무랄 점이 1도 없는 거죠.”

※ 배우 이건명의 인터뷰, 2편으로 계속됩니다. 

[편집자주 : 배우 이건명의 인터뷰는 사진 촬영의 특성상 충분한 거리 확보(2m 이상), 본인 외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키며 촬영이 진행되었고, 혹시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본 인터뷰는 유선으로 진행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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