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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놀음판, 잔인한 판으로 뒤집히다. 영화 <신의 한 수>

  • 입력 2014.06.25 01:28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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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영화로 점잖은 신사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바둑을 범죄액션 장르와 접목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내기바둑의 세계를 알려준다. 영화는 서울 곳곳에 자리 잡은 골목길에 위치한 기원으로 진입하는 순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세계가 펼쳐지고 최첨단 감시망과 수십억의 판돈이 오가는 그 곳은 지금까지 신선놀음으로만 알고 있었던 바둑의 이면을 보여준다.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팀의 선수(최진혁)와의 바둑에서 훈수를 둔 배꼽(이시영)의 수로 바둑에서 지고 결국 형을 잃는다. 심지어 태석은 살인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기에 이르고, 몇 년 후 살수와의 대결을 위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은다. 그리고 형의 죽음으로 사활을 건 다짐을 다지며 복수의 단계를 밟기 시작한다.
  각자의 복수와 마지막 한판 승부를 위해 모인 태석(정우성), 주님(안성기), 꽁수(김인권), 허목수(안길강)는 승부수를 띄울 판을 짠다. 그리고 단 한번이라도 지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살수팀을 향한 계획된 승부가 차례로 시작되고, 위험한 내기바둑은 범죄로 인해 곪아버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꾼들의 명승부가 차례로 펼쳐진다.
   <신의 한 수>는 <퀵>(2011)으로 국내 흥행을 이끈 조범구 감독이 프리프로덕션에만 5년 가까이 시간을 투자한 영화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도 정적인 두뇌 게임 바둑과 동적인 육체 액션을 선보인다. 감독은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사활(死活)이나 육체의 액션이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승부의 본질을 영화속에서 정적인 바둑을 소재로 동적인 액션을 엮어간다.
  탈의액션, 냉동액션, 20:1액션, 사활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을 소개하는 <신의 한 수>는 정우성과 이범수, 최진혁의 전문적인 액션동작으로 멋진 액션장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들은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작위적으로 보이고, 또한 태석을 연기한 정우성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것처럼 모든 장면들이 정우성의 배우 아우라를 돋보이기 위해 연출된 영상들로 이어진다.
    이 영화의 헛점은 단순하다. 형의 죽음으로 인한 누명으로 태석이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아마도 검은세계의 보스임이 분명한 같은 방 복역수를 대신하여 교도소 소장과 내기바둑을 두고 그 댓가로 태석은 같은 방 복역수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받는다는 점이다. 무려 몇 십억에 달하는 금액을!
  아무리 내기바둑으로 조직의 우두머리를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선뜻 그렇게나 많은 액수를 내어준다는 설정은 조금 과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리고 관객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10살짜리 소녀의 손에서 나오는 묘수(妙手)들이다. '살수'는 중국인 소녀 '량량'(안서현)을 사오는데 이 소녀는 그 어떤 고수도 이길 수 없는 유희와도 같은 바둑묘수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량량'이 바둑을 그토록 잘 두게된 계기나 배경설명이 없기에 관객들은 작은 소녀가 내기바둑판에서 가장 뛰어난 수를 구사한다는 점에 낯설어한다. 그야말로 이 소녀의 존재자체가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기에 영화의 현실성을 감소시키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남자배우 최진혁은 기라성같은 연기 선배들 틈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선수'라는 내기바둑 행동대원 캐릭터를 잘 살려낸다. 최초로 맹인연기를 선보이는 안성기 역시 '주님' 역을 맡아 극의 무게를 실어주고, 칼을 무기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 바둑을 두는 '살수' 역의 이범수는 무시무시한 전신 문신을 위시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악당을 연기한다.
  영화는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멀티캐스팅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굳이 바둑을 몰라도 그냥 오락영화로 즐겨도 괜찮은 영화 <신의 한 수>는 7월 3일 전국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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