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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인수, 뮤지컬 '나빌레라'로 꿈꾸는 새로운 나래

  • 입력 2021.05.19 13:3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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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아, 해야겠다. 이건 꼭 해야겠다. 잘할 수 있겠다.” 그룹 마이네임의 멤버 강인수가 뮤지컬 ‘나빌레라’ 초연을 접한 다짐이다.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재연의 막을 올린 서울예술단(이사장 유희성)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HUN·지민 작가의 동명의 웹툰 원작으로 지난 2019년 초연을 선보였다. 작품은 생애 끝자락에 발레의 꿈을 펼치는 70대 노인 덕출과 얼떨결에 그를 제자로 맡게 된 20대 발레 유망주 채록의 가슴 뭉클한 우정과 성장을 그린다.

특히 이번 시즌의 ‘나빌레라’는 안무, 음악, 메시지 등 전반에 변화를 주면서 공연 예술성을 강화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노래와 춤을 드라마에 결합한 장르인 만큼 발레를 소재로 한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의 관객 기대감 1순위도 일단은 발레다.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로 채록이어서, 세종대 무용(발레) 전공이기도 한 강인수의 합류는 뮤지컬 ‘나빌레라’에 화려한 날개를 달아준 모양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콘(KoN)이 뮤지컬 ‘파가니니’와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일반 배우가 흉내 낼 수 없는 퀄리티를 보탠 것과 같다.

개막 전 예술의 전당에서 강인수와 인터뷰로 만났다. ‘나빌레라’ 초연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군 복무 말기였던 탓에 아쉽게 포기했다고. 끝내 객석에서 초연을 보게 된 강인수는 혹시 재연에서 다시 제의가 온다면 꼭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초연 때도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 제가 군 복무가 끝날 때쯤이었거든요. 굳이 하자면 할 수는 있었겠지만, 기간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처음부터 연습에 전념할 수 없으면 민폐가 될 수도 있고요.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자 했는데, 저는 공연을 보고 이 ‘나빌레라’에 먼저 꽂힌 경우예요. 그때는 원작도 몰랐거든요. 공연을 보는데 정말 꼭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아, 해야겠다. 이건 꼭 해야겠다'. 이후에 웹툰을 제대로 봤고, 언제 오나 기다리다가 드디어 2년 만에 만나게 된 거죠.”

 
▲ 사진제공=서울예술단
▲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이 강인수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역할은 역시 발레다. 전공자인 강인수가 들어오면서 이번 시즌의 채록은 강인수, 강상준의 안무가 다르게 설정됐다. 특히 채록의 솔로에서 강인수는 춤으로 채록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발레리노의 몸을 만들기 위해 이미 마른 몸에도 다이어트를 감행했는데 연습과정 중 의도하지 않은 감량까지 보태졌다.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 “국발(국립발레단)에서 데려왔느냐”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급격히 체중이 줄고 갑작스럽게 다시 발레 훈련을 하려니 부상도 잦지만, 오매불망하던 무대에 오르는 마당에 그게 대수냐 싶다. 언뜻 연예계 십 년 짬의 여유도 보인다.

“좋잖아요(웃음). 지금은 그냥 좋아서 하고만 있는 것 같아요. 내용도 발레잖아요. 처음 미팅 때 이번에 새롭게 각색도 많이 될 것 같으니 좀 더 준비를 잘하고 왔으면 좋겠다, 무용도 많으니 만화 속 채록이답게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셔서 체중을 한 4kg 정도 뺐고 근육을 다 뺐어요. 연습 들어와서도 한 2kg 정도 빠진 것 같은데, 제가 무용을 오래 했어도 안 한 것도 10년 됐거든요. 그룹 활동하면서 방송 댄스만 10년 하다가 다시 발레를 준비하려니 힘들더라고요. 부상은 조금씩 늘 있어요. 매일 테이핑하고 병원 치료도 좀 받고, 그러면서 병행하고 있습니다. 근데 정말 솔직하게는 죽을 거 같아요(폭소). 그냥 온몸이 아파요. 연습량도 많고 진짜 힘든데, 이겨내야죠. 생각해보면 발레 할 때는 더 힘들었었거든요. 아마 막상 개막하면 극장에서 ‘아유~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있을 거예요(웃음).”

강인수는 이번 ‘나빌레라’로 국내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그룹 활동으로 일본에서 팬덤을 확보한 덕에 뮤지컬 ‘카페인’으로 한 차례 일본 무대에 선 경험이 전부인 그가 국공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의 작품에 주연으로 첫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게 됐다. 안양예고 시절부터 무용을 전공했으나 원래 가수와 연기를 꿈꿨다는 그다. 군 전역 후 iMe KOREA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최근에는 여러 예능프로그램과 웹드라마 등을 통해 국내 인지도를 끌어올리며 본격 연기자로 도약을 꾀하는 중인 만큼 이번 ‘나빌레라’ 출연은 강인수에게 든든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남다른 의미의 부담을 느끼지만 한편 자신감도 분명했다.

 

“정말 두 마음인 것 같아요. 부담도 되는데 기대도 돼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을) 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해야만 하겠다. ‘내가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나는 꼭 해야겠다. 하면 잘할 수 있겠다’였어요. ‘난 꼭 이걸 해야겠고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거다’. 만약 이번 오디션에 안 됐으면 오히려 저는 상처였을 거예요. 오래 안 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는 전공자인데, 떨어졌다면 아마 큰 트라우마가 돼서 (뮤지컬 무대) 스타트가 더 더뎌지지 않았을까. 정말 다행히 기회가 됐고, 그러니 부상 따위는 핑계 같은 거죠. 무조건 잘해야 한다. 솔직히 지금도 무용에 대한 자신감은 있어요. 만약 다른 작품이었다면 연습에 와서 눈치를 보거나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런데 일단 춤을 춰야 하고 채록이 캐릭터도 발레를 했던 전공자의 마음으로 접근하니까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고요. 최근에 연습실에 D- 무슨 숫자가 적힌 걸 봤는데, 저는 무슨 온도계인 줄 알았어요(폭소). 그게 D-DAY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진짜 시작이구나' 설레죠.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시작을 해보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레 유망주였으나 방황하는 20대 청춘 채록은 여러모로 자신과 닮았다. 강인수 역시 발레를 그만둔 이유에 부상이 있었고 세종대 콩쿠르 입상으로 수시 입학했을 정도로 실력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솔리스트가 될 수 없다면 과감하게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 원래의 꿈으로 돌아오는 길을 열어주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다소 먼 길을 경험하면서 끈기와 여유를 얻었다. 강인수의 나빌레라는 이제 막 시작됐다.

“발레를 그만둔 이유 중에 지금도 허리랑 아킬레스가 안 좋을 정도로 부상도 겪었고, 저도 채록이와 비슷하게 발레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거든요. 위험하다고 배달만 빼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어요. 실제로 여러 부분이 채록이와 비슷해서, 채록이의 상황이나 마음이 많이 공감이 되고요. 제가 원래는 안양예고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는데 가차 없이 떨어뜨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2지망인 무용과로 가게 됐죠. 본의 아니게 무용을 하게 됐는데 졸업하려고 콩쿠르 준비를 하면서 무용에 완전히 빠져버린 거예요. 운 좋게 콩쿠르에서 상을 받아서 수시로 입학했는데 무용이 재밌으면서도 꿈에 대한 갈증은 계속 남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나가게 된 거예요." 

 
▲ 사진제공=서울예술단(최인형, 강인수)
▲ 사진제공=서울예술단

"다만 저는 발레를 그만둘 때의 마음은 확고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무용하는 남자들, 군대 문제를 걱정하는 것도 많이 봤고, 이 쟁쟁한 무용수들 사이에, 왕자들은 너무 많고 저는 굳이 따지면 광대 역할을 해야 했는데, ‘과연 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붙잡고 더 후회하기 전에 결정하자’, 해서 '슈퍼스타K2' 오디션에 나가게 됐고, 거기서 정말 많이 까불었는데(웃음) 그 덕에 환희 선배님을 만났고, ‘마이네임’을 하게 됐죠. 바로 데뷔할 줄 알았는데 한 2년 반 연습 기간이 있었어요. 끝까지 버텼죠. 발레 하던 사람이 아이돌 하느냐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만큼 단단해졌고, 덕분에 지금 이렇게 연기도 할 수 있게 됐고 다시 원래의 꿈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그래서 이 토월극장이 저한테는 되게 뜻깊은 무대예요. 대학 때 발레 ‘한여름 밤의 꿈’을 했는데 거기서 제가 퍽 역할을 했었거든요. 그때 섰던 무대가 토월극장이에요. 무용수에게 유일하게 대본을 주고 퍽처럼 연기해 달라는 말씀도 있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이런 무대 공연에 빠지게 된 거죠.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번 시즌에는 덕출 역의 조형균과 채록 역의 강인수가 서울예술단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첫 무대인데 객원이기까지 하니 그들과 빨리 편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강상준이 안양예고 후배인 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또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채록 역의 배우 송강이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 그와의 비교보다 초연부터 채록을 연기한 강상준이 눈 앞에 놓인 가장 높은 산이자 유일한 산이었다.

“이미 오래 호흡을 맞춰오신 분들이고 제가 그 안에 들어간 경우잖아요. 답은 당연히 제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서 우리 형님들 동생들한테 더 적극적으로, 제가 막 억지로(웃음) 다가가면서 빨리 가까워졌고, 다들 잘 챙겨주시고요. 특히 상준이가 일일이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거의 가이드였어요. 안양예고 2년 후배인데, 상준이는 연영과였고 저는 무용과여서 작품이나 캐릭터에 관한 것들, 연기적인 부분은 상준이가 많이 알려줬고, 저는 춤을 알려주고, 그런 식으로 서로 묻고 보완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 그런 상준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죠.”

 

“사실 저는 (송강과) 비교에 대한 부담은 아예 없어요. 그걸 깨준 게 상준이에요. 굳이 송강 군까지 갈 것도 없이 상준이 쪽이 저에겐 엄청 큰 산이거든요(웃음). 일단 피지컬부터 압도적이잖아요. 키도 큰데 팔다리가 길어서 동작 하나를 해도 진짜 멋있어요. 거기에다 이번 시즌 상준이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업그레이드가 됐거든요. 그런 상준이가 이미 바로 옆에 큰 산으로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저도 더 잘하고 싶은 거지, 다른 비교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같은 채록인데 저랑 상준이는 정말 달라요. 성격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다르고 특히 이번엔 춤도 다르고요. 해서 지금은 또 어떤 다른 매력을 보여드려야 할까, 그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기대도 되고요.”

그룹의 리드 보컬이면서 무용을 전공한 만큼 뮤지컬 무대는 놓치고 싶지 않은 분야다. 나름의 자신감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적어도 거북하지 않은 채록을 보여주고 싶다. 나아가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평가는 냉정할 테니까요. 일단은 저를 잘 보여드리자는 것이 목표고, 관객분들이 보고 듣는 부분에서 최대한 거북하지 않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창법이 달라서 보컬 레슨도 받으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공연이 2주 정도인 게 너무 아쉬워요. 경험이 적어서 과연 짧은 기간 안에 준비한 만큼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하거든요. 이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나빌레라’를 또 할 수 있을 거잖아요. 그때는 지금보다는 좀 더 능숙하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또 다른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들도 꼭 하고 싶어요. 전부터 무용과 노래를 좋아했고, 가수가 되기 전에는 오리지널 ‘캣츠’ 같은, 그런 작품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해서 이번 ‘나빌레라’에서 단순히 ‘신인 유망주’ 그런 이야기보다 몸을 잘 쓰는 신인이 나왔다는 평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노래와 연기는 기본이지만, ‘몸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구나’, ‘뮤지컬에서도 무용을 볼 수 있구나’, 그런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고, 참 힘든 시기인데 극장에까지 어려운 걸음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모든 공연에 죽을 힘을 다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 같이 방역 수칙 잘 지키면서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는 오는 5월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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