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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서범석의 큰 그림..뮤지컬 '창업', 대학로 새 바람 될까

  • 입력 2021.04.24 13:0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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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뮤지컬 '창업' 쇼케이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로 다 보여줬다. 초연작 쇼케이스에서 총 19개의 넘버 중 18곡을 공개했다. 오는 30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창업'의 이야기다.  

24일 오후, 뮤지컬 ‘창업(제작 ㈜광나는 사람들)’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서범석 연출, 강병헌 작가, 김경택 음악감독, 김재한 예술감독을 비롯해 최수형을 제외한 전 배우들이 참석해 18곡의 넘버를 선보이고 이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서범석, 박상돈이 진행을 맡았고,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뮤지컬 '창업'은 고려 멸망과 조선 건국에 이르는 역동적인 시대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정몽주의 반격과 피살, 조선 건국에 이르는 드라마틱한 서사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배우 서범석이 ‘이성계’ 역할로 출연은 물론, 제작, 연출까지 맡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지만, 그보다 주요 출연진에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이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1월 서범석은 후배 양성을 목적으로, ㈜광나는 사람들의 뮤지컬 신작 ‘모쏘라웃’ 주인공을 관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한 뮤지컬 오디션 콘서트 ‘내가 광이 날 상인가’를 제작해 선보였고, 그를 통해 21인의 배우가 선발됐다. 신인 배우들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과정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어서 관객은 공연 관람 후 자신이 ‘찜한’ 배우에게 표를 줄 수 있었다.

개막을 앞둔 뮤지컬 ‘창업’이 그 연장선이다. 이름만 대면 알법한 대형 제작사도 아니고 유명 원작을 각색한 작품도 아닌 중소 제작사의 창작 초연일수록 배우의 티켓 판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서범석, 최수형, 안유진 등 베테랑 배우들과 같은 역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 대부분이 당시 경연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현재 대학에 진학 중이거나 이제 막 데뷔한 배우들이다. 또, 아이돌 그룹 ‘스펙트럼’ 멤버 박종찬(활동명 화랑),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기 빌리 출신 이지명, JTBC ‘팬텀싱어’ 시즌1의 최강 바리톤 박상돈의 출연도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이날 ‘창업’ 쇼케이스에서는 무려 18곡을 공개할 정도로 음악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내가 광이 날 상인가’가 오디션이자 뮤지컬 갈라 콘서트 형식이었던 만큼 그를 통해 선발된 배우들 역시 수준급 실력을 뽐내 그에 힘을 실었다. 

▲ 사진제공=㈜광나는 사람들

연출을 겸하고 있는 서범석은 뮤지컬 ‘창업’의 제작의미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 또, 대학로에서 겹치기 공연을 하는 기존 스타 배우들을 보면서 빨리 신인들을 발굴해내서 많은 배우를 확보하는 게 공연계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되겠고, 또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나서 프로 무대 데뷔까지 신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제가 잘 안다.”며 “‘창업’ 이전에 ‘내가 광이 날 상인가’라는 콘서트를 통해서 이미 두 달 이상을 그분들과 같이 피 터지게 노래와 연기 연습을 해서 콘서트를 마쳤고 첫 작품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사실은 신인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열정을 갖고 만들어 낸다면, 기존 대한민국을 주름잡고 있는 외국의 소재들로 한 뮤지컬이 아닌 한국적인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제 심정이고, 신인들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그들을 발굴하면 기존 배우들과 하는 작업보다 더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한번 돈키호테처럼 부딪혀 봤는데 역시 녹록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성과가 만들어진다면 더 큰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강병헌 작가는 이날 쇼케이스의 음악을 들은 후 “이렇게 쓴 글이 아닌데 음악이 너무 웅장하고 강렬해서 당황스럽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는데, 이날 시연을 통해 공개된 음악은 ‘창업’과 같은 웅장한 넘버에서부터 신덕왕후의 ‘정치’, 원천석의 ‘세상이란’과 같이 힙합이나 랩이 믹스된 넘버 등 다양한 장르를 만날 수 있다. 곡의 특성에 따라 일부 가사는 매우 직설적이어서 ‘요즘 스웩’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천석을 연기한 빌리 출신 이지명은 옆돌기에 가벼운 턴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사극에 두루마기를 입고 있음에도 넘버와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이방원과 정몽주의 듀엣 넘버 ‘하여가-단심가’가에는 시구(詩句)가 가사로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이에 쇼케이스만 보면 형식으로는 뮤지컬 ‘스웨그이에지;외쳐 조선!’, 큰 틀은 뮤지컬 ‘1446’ 사이 어디쯤인가 싶었는데, 본 공연은 그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설명에 따르면 ‘창업’은 대립, 갈등, 우호 등 인물 관계성을 부각하면서 각자의 신념을 향한 치열한 각축전을 보여줄 전망이다.

멋진 고전체의 유려한 문장들이 공연 전반에 흐르지만 따지고 보면 '치사하기 짝이 없는 가족 싸움'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강병헌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비슷한 류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멋진 말들이 참 많은데, 결국 치열한 가족 싸움이고, 요즘 기업 지배구조라든지 그런 데서도 보면 아주 치사하게 싸우지 않나. 그런 걸 다 노골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그게 솔직한 의도”라면서 “그런데 음악이 워낙 엄중하고 강렬하게 나와서 저는 솔직히 좀 당황했다. ‘이런 의도는 아닌데’, 고맙기도 하지만 깜짝 놀랐다.”며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 사진=뮤지컬 '창업' 쇼케이스

대극장 넘버와 같은 웅장함, ‘창업’은 대극장을 향하게 될까. 김경택 음악감독은 “(대극장을) 노려서 쓴 건 아니”라면서도 “대극장으로 가면 좋겠긴 하다. 사실 영국의 허 마제스티 극장(‘오페라의 유령’ 전용 극장)도 이 극장과 크게 차이가 안 난다. 대극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오페라의 유령’이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이 그래서 효과가 없는 거라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이 ‘창업’이라는 작품이 여기서 시작을 했고, ‘어? 그 작품이 여기서 했었다고?’라는 작품까지 되는 것이 모든 제작진, 배우들이 정말 바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또, 앞서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전격 폐지된 바 있는데, ‘창업’이 그리는 시대 배경이 그와 같고 등장인물도 비슷하지만, 왜곡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강병헌 작가도 드라마 사례를 언급하면서 “말(대사) 한마디가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극 중 대사는 대부분 제가 창작한 것이 많고, 다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서 만큼은 (대사를) 요새 말로 바꾸긴 했지만, 역사를 왜곡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서범석은 “작가님께서 대사를 대부분 현대극 말투로 써주셨다. 해서 흔히 역사극이나 사극에서 볼 수 있던 느낌은 배제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서 일상으로 대화하듯이 보고 갈 수 있게 만들었다. 해서 그런 톤을 배우들이 유지하기 위해 리딩 시간이 집중적으로, 꽤 길었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대사들, 느낌들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범석은 “저희 작품은 시대를 풍자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각자의 신념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산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각자의 신념이 너무 강하다 보니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는데, 작품을 보시면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신념을 위해 처절하게 열심히 살았구나’, 또는 ‘나도 내 신념을 위해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혹시 그게 누구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그렇게 돌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해서 저희 작품에서는 정도전과 정몽주의 화해가 있고,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과 아름다운 브로맨스가 있을 것”이라며 “예그린씨어터가 대극장은 아니지만, 이렇게 거리가 가까운 만큼 소극장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음악적인 힘과 연기적인 에너지들을 많이 받아가셔서 코로나도 이겨내고 일상생활에 큰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뮤지컬 ‘창업’은 서범석, 김재한, 최수형, 안유진, 장대성, 박상돈, 강민석, 강동우, 서영수, 한상훈, 김수진, 임동주, 윤동기, 최정훈, 박종찬, 윤현찬, 김동형, 이지명, 김수민, 김하경, 구여림 등이 출연한다. 오는 4월 30일~5월 30일까지 대학로 소재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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