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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폭풍의 언덕'의 깜짝 성공..더블케이 연극학교 7년의 뚝심

  • 입력 2021.03.28 16:5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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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극 '폭풍의 언덕' 단체컷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더블케이필름앤씨터어(프로듀서 김수로, 이하 ‘더블케이’)의 문화 도네이션 프로젝트, 연극학교가 운영 7년 만에 드디어 일을 쳤다.

지난 9일, 더블케이의 2021년 프로젝트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가 연극 ‘폭풍의 언덕’을 시작으로 성공적인 포문을 열었다.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는 연극 ‘폭풍의 언덕’, 뮤지컬 ‘문스토리’, ‘박열’, ‘은하철도 2021’ 등 한 편의 연극과 세 편의 뮤지컬로 구성돼 올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폭풍의 언덕’은 더블케이가 문화 도네이션으로 7년여 이어온 더블케이 연극학교의 성장과 성과를 담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더블케이 연극학교는 전국 대학의 연기 전공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과 오로지 연기와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는 연기 아카데미 성격의 단체다. 재학생이 아닌 졸업 예정자가 대상인 이유는 ‘될성부른’ 인재들이 학교 졸업과 동시에 겪게 되는 연기 단절을 막고자 함이다. 하여 매 기수 연극학교 졸업생들은 겨울 방학을 이용한 수업을 통해 실제 대학로 무대에서 졸업작품을 공연하는데, 그렇게 공연된 작품이 연극 ‘시련’, 뮤지컬 ‘아가사’, 연극 ‘정의의 사람들’, ‘밑바닥에서’, ‘폭풍의 언덕’ 등이 있다.

또한, 연극학교는 4년 전부터 겨울 정규 수업 외 비시즌을 이용해 발레, 발성 등 연기 필수 요소를 주제로 각종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졸업생들의 실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연극학교의 수업, 공연, 클래스 등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더블케이가 부담한다. 관객의 티켓 구매로 발생한 수익을 다시 공연계를 위해 쓰겠다는 취지다. 훌륭한 신진 연기자의 파이를 늘려야 공연, 문화계의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프로듀서 김수로의 오랜 소신이다.

▲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2021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 라인업)

그 취지에 발맞춰 여러 기업과 개인 후원은 물론 동료 배우와 제작진의 직접 참여도 활발하다. 배우 강성진, 정상훈, 안두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연극학교 초기부터 훌륭한 조력자로 함께하고 있고 지난 2019년에는 문삼화, 정범철 등 베테랑 연출가가 연극학교 졸업생들과 새싹 연극 프로젝트로 ‘황야의 물고기’, ‘카모마일과 비빔면’을 선보인 바 있다. 또, 개그맨 유재석이 매년 천만 원의 비용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연극 ‘폭풍의 언덕’에는 성종완 연출, 배우 정상훈, 안두호 등이 참여했다.

그에 힘입어 더블케이는 연극학교 졸업생들을 대거 기용해 상업극으로 손대기 어려운 고전 작품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우리 작품을 매년 무대에 올린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전의 기회를, 관객은 평소 접하기 힘든 작품을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더블케이는 상업극에서도 주연급 캐스팅에 1명 이상의 신인배우를 발탁해 프로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블케이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10년은 가보자는 김수로의 뚝심으로 올해 7기 연극학교를 강행했다.

어느덧 연극학교가 150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더블케이는 이제 연극학교를 자체 극단 형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명 더블케이 부캐단으로, ‘궁(窮)립극단’이라는 재밌는 이름도 만들어 단복도 제작했다. 젊은 예술인들이 장르 불문 국립 예술단에서 활동하기를 소원하는 데에서 착안해 붙인 이름이란다. 다만 규모도 실력도 경험도 감히 그에 견줄 바가 못 되니 여러모로 궁핍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반대로 헝그리 정신만은 제대로 살려보자는 신인들의 열정과 패기를 담았다고 한다. 이 ‘궁립극단’의 대표도 가장 최근 졸업 기수인 7기 배우가 맡았다. 이로써 더블케이는 더블케이대로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궁립극단’으로는 연극학교를 통해 공연해온 결을 살려 고전 작품이나 비 상업극 위주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는 투 트랙 전략을 실험 중이다.

▲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연극 '폭풍의 언덕' 스틸)

그 일환이 올해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의 첫 포지션인 ‘폭풍의 언덕’이다. 마케팅 효과를 노릴 만한 스타급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더블케이 이름의 2021년 프로젝트 첫 작품에 덜컥 연극학교의 ‘폭풍의 언덕’을 내세웠다. 결과는 뜻밖에 ‘대박’이 터졌다.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도 같았던 연극학교 프로젝트 최초로 BEP(손익분기점)를 넘기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개막 직전까지도 초대권 등으로 표를 팔아야 하는 실정이었으나 첫 공연 직후 티켓 예매처에서 즉각 반응이 왔다. 급기야 일일 연극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하자 새벽 내내 단톡방이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이제는 초대권은커녕 가족이나 지인을 초대할 목적의 배우 할인도 어려운 지경이다. 믿을 건 연습량밖에 없다며 기본 연습에만 10주를 매달린 결과였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연극학교의 이러한 성공은 비단 더블케이만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참신한 새 얼굴들의 작품을 관객이 호응해주었다는 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우리 공연계는 극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그에 한정된 인구가 재차, 삼차 관람으로 이어져야 BEP를 바라볼 수 있다. 하여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등장인물은 최소화하고 잘 팔릴 캐스팅에 주력한다. 그래도 인물을 줄일 수 없다면 멀티 캐스팅(배우 한 명이 여러 역할을 맡는)으로 채운다. 고전 작품이 상업극으로 쉽게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가 주요 스토리에 얽힌 인물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적자인 공연이 부지기수여서 캐스팅 장사냐는 오명에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공연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2019년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의 깜짝 등장은 최근 공연계의 매너리즘을 반성케 했다. 창작진부터 주요 캐스팅을 전부 신인들로 채웠음에도 관객의 입소문만으로 두산 연강홀 매진을 달성했을 정도로 관객과 평단에 고루 호평받았다. 그렇다고 당장 공연계가 응답한 것은 아니다. 시도해야 할 모험이지만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연극 '폭풍의 언덕' 스틸)

이러한 흐름 속에 연극학교의 ‘폭풍의 언덕’이 신인 배우들의 놀라운 앙상블로 역시 관객들에게 호평받았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긍정적 흐름이 탄력을 받는다면 향후 관객이 접하게 될 작품 선택의 폭은 다양해지고 동시에 신진 배우들의 운신이 넓어질 수 있다. 중소 제작사들에는 더없이 환영할 일이다. 단, 배우들의 실력이 한층 높아진 관객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조건은 필수다.

이에 더블케이는 ‘궁립극단’에서 혹여 수익이 발생하면 다시 연극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클래스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후 제작될 ‘궁립극단’의 공연 제작비, 대관료 등은 지금과 같이 전부 더블케이가 지원한다. 또한, 앞으로 ‘궁립극단’을 통해 제작되는 모든 공연은 연극학교 졸업생들을 위주로 하면서 이번과 같이 약 3달 간 작품에 올인할 수 있는(생계형 아르바이트 시간을 제외한) 배우들 중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블케이 측은 연극 '폭풍의 언덕' 성공과 관련, 연예투데이뉴스에 “연극학교가 궁립극단으로 탄생한 첫 도전이었고, ‘과연 이게 될까’ 했는데 첫 공연 끝나고 갑자기 예매 1위를 찍고, 그날 새벽 4~5시까지 단톡방이 난리가 났었다. 리뷰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서로 얘기하고 너무나 행복해하더라. 관객분들 덕분에 이들이 정말로 큰 힘을 얻고 신나게 공연했다. 다시 한번 관객분들께 감사하고, 조만간 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폭풍의 언덕’ 캐스팅이 스무 명이었다. 약 3달 간 굉장히 혹독한 연습 과정이 있었는데, 연극학교 시절에 이미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두 달 반을 해본 친구들이고, 그렇게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걸 몸소 체험했던 친구들이다보니 그들이 먼저 다시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해서 앞으로도 연습은 무조건 10주를 기본으로 할 예정”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건 젊다는 것밖에 없다. 그런 우리가 관객들을 깜짝 놀랄 정도로 실력을 키우려면 우리는 무조건 연습량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 연극학교를 통해서 젊은 배우들이 대학로에 끊임없이 나왔으면 좋겠고, 지금도 청룡영화상을 휩쓰는 배우들이 대학로 출신 배우가 많은 것처럼 이들이 앞으로 좋은 연기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더블케이는 올해 ‘더블케이 드림 프로젝트’와 별개로 ‘궁립극단’을 통해 ‘작은 아씨들’을 포함, 고전 작품을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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