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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발버둥쳐라! 스트럭아웃 낫아웃

난폭한 로맨스 16회 - 종영

  • 입력 2012.03.07 13:17
  • 기자명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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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김요한(김상경)이 그랬던 것처럼, 선희 이모(이보희)는 유은재(이시영)와 강종희(제시카) 모두에게 ‘저주’를 내린다. 하지만 박무열(이동욱)은 운동화 끈 매듭으로 물 속에서 은재(이시영)를 한 눈에 알아보고 무사히 구해내고, 은재와 종희는 그 저주를 잘 피한다. 무열을 스토킹하고 서윤이(홍종현)까지 죽인 이 일련의 모든 사건의 진범인 선희 이모(이보희)는 죗값을 치르고, 아내 오수영(황선희)를 구하고자 범인을 자처하며 용의자 J의 헌신을 선보였던 진동수(오만석)도 무죄 방면되고, 수영 역시 정상 참작된다. 결과적으로는 다들 무사했던 엔딩. 죽은 서윤이와 선희 이모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의 ‘꿈’을 생각하고 또 쫓으며 살아가고 있다.

대진운은 많이 안타까웠지만, 그리고 개취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보는 입장에서 <난폭한 로맨스>는 분명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사극 재벌남의 로코가 대세인 요즈음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의 드라마였으니까. 그래서 아예 장르물로 갔으면 더 신선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난폭한 로맨스>에서 돋보였던 건 초반부를 장식한 깨알 같은 개그 포인트, 여자 주인공 유은재의 러블리함, 등장 인물 모두를 최대한 세심히 챙기려는 배려였다. 하지만 그 장점들이 결정적인 한방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제목은 <난폭한 로맨스>였으나 막상 드라마에서 ‘난폭함’과 ‘로맨스’는 잘 섞이지 못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은재 위주로 친절했던 감정선은 보는 이를 ‘은재 닥빙’ 모드로 만들기에는 성공했지만 무열과 종희에게는 매우 불친절해서 ‘아, 얘들은 그냥 이런 애들이구나’라는 식으로 알아서 체념하게 만들었다. 또한, 등장 인물 모두에게 공을 쏟다 보니 각 캐릭터가 가진 설득력은 훨씬 업 되었지만 결국 은재-무열이 스토리를 끌고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결국 중후반부에서는 작품의 장르 자체를 ‘스릴러’로 바꿔버린 박무열 스토킹 사건은 결국 동아(임주은)-태한(강동호)커플과 고기자(이희준)가 해결한 거나 다름없고, 언제나 일직선인 무열은 멋지기는 하지만 은재를 향한 “지금은 죽을 만큼 좋아해”라는 고백이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던 그때보다 자연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다. 뭔가 과정 하나를 건너 뛴 느낌이 드니까.

야구 지식이 거의 전무하지만 굳이 비유를 해보자면 <난폭한 로맨스>에는 딱히 이렇다 할 적시타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을 듯. 초중반과 달리 결국 스릴러와 로코의 깨진 밸런스는 끝끝내 회복되지 않았고, 거기서 오는 아쉬움은 생각보다 꽤 컸다. 어찌되었든 제목도, 장르도 ‘로맨스’였으니까. 그 밸런스만 잘 맞았다면 그 2%의 아쉬움마저 남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다 덮고 <난폭한 로맨스>를 반짝반짝 빛나던, 따뜻했던 드라마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유는 참 뚝심 있게 메시지를 던져왔기 때문이다. <난폭한 로맨스>를 보면서 가장 가슴에 뙇!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던 건 무슨 부상이든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의 진심’이었다. 개성작렬이라 더 독특했던 이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치료해주던 모습이 어찌나 찡하던지. 이들의 진심이 한 순간, 한 순간 만들어내는 기적을 지켜보는 건 이따금씩 가슴 한 구석이 울컥 치밀어 오르기도 하는 그런 일이었다.

다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하고, 야구는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들 한다. 내가 이렇게 죽어라 노력하고 애쓰고 있는데 하늘은 정말 무심 돋게 불공평하다. 그런데 내 맘대로 경기가 흘러가지 않아 답답하다고 체념하고 있다가는 9회말 2아웃의 역전 기회를 그냥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할 줄도 알아야 한다. 두 번은 없을 인생이고, 주전 선수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인데 쉽게 포기하는 것만큼 애석한 일은 없으니까. 

 

 

 ※ 본 컨텐츠는 TV스토커(TVstalker)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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