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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BS 연기대상, 남궁민에 대상 안긴 똑똑한 선택

  • 입력 2021.01.02 08:3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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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SBS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2020 SBS 연기대상’의 영예의 대상은 ‘스토브리그’의 남궁민이었다.

지난 31일부터 1일에 걸쳐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2020 SBS 연기대상’이 신동엽과 김유정의 진행으로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남궁민은 데뷔 19년 만에 대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낳았다.

이번 남궁민의 대상을 두고 이변이라 할 수는 없으나, 대상 후보에 올해 SBS 드라마 최고시청률 27.1%에 빛나는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의 한석규와 악역으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며 연말 시청률과 화제성을 싹쓸이하고 있는 ‘펜트하우스’의 김소연 등 유력한 후보들 사이, 최고 19.1%의 시청률로 종영한 ‘스토브리그’ 남궁민의 대상은 주목할 만하다.

방송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는 시청률, 기여도(화제성, 광고 등), 대상의 품격에 어울릴 무게감 등 여러 요인을 두루 갖춘 배우를 선호한다. 특히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꼽히는 KBS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동백꽃 필 무렵’, ‘태양의 후예’와 같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주말드라마의 아버지나 어머니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대상을 휩쓸었고, MBC의 경우는 수년째 드라마 흥행가뭄으로 그나마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좋았던 미니시리즈에서 대상을 배출했다. 사실상 연기력 자체로 대상 수상자를 가린 세월은 이미 호랑이 담배 태우던 시절이다.

SBS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대표적으로 2010 연기대상에서 최고 28.3%를 기록한 ‘대물’의 고현정이 대상을 차지했는데 극 자체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민심은 ‘자이언트’ 이범수나 같은 드라마에서 악역의 끝판을 연기한 정보석의 대상을 유력하게 꼽았다. 이 해에 최우수 작품상이 ‘자이언트’였고 시청률은 최고 38.2%였다. 정보석이 우수상에서 호명되자 실시간 관련 기사에 댓글이 폭주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졌을 정도다. 더욱이 이 시즌에는 ‘김주원 열풍’을 몰고 온 ‘시크릿 가든’까지 후보작에 있었으나 현빈, 하지원이 모두 최우수상에 그쳤다. 현빈은 ‘시크릿 가든’으로 영화·TV 부문 통합 시상식인 제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정보석이 남자최우수상을 단독 수상한 바 있다.

반면, 2008 연기대상에서는 ‘바람의 화원’ 문근영의 대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청률 40%를 넘긴 ‘조강지처 클럽’과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과 함께 연기한 박신양이라는 걸출한 배우까지 제친 그야말로 파격의 수상이었는데, 당시 문근영의 나이가 만21세였다. 시청률은 평균 10%대에 머물렀으나 신윤복을 연기한 문근영의 활약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경지였다. 당시 문근영의 대상은 연기대상 시상식의 진정한 의미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사진제공=SBS

결과적으로, 이번 ‘스토브리그’ 남궁민의 대상은 후자에 가깝다.

시즌1의 큰 성공으로 높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김사부2’는 첫 방송부터 14.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최종 27.1%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만큼 한석규는 대중의 믿음에 충분한 신뢰를 주었고, ‘김사부2’는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의 주인공이 됐다. 여러모로 대상 후보에 한석규가 점쳐진 것은 지당했다. 또, ‘펜트하우스’의 경우 현재 드라마 부문 화제성과 시청률을 싹쓸이 중인데 이는 불패 신화에 빛나는 막장 대모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다만, 김소연의 소름 돋는 연기력이 이미 잘 타는 장작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다. 비단 거저 잘되는 작품이 있을까마는 어쨌든 ‘김사부2’나 ‘펜트하우스’는 어느 한 곳 기댈 언덕이 있었다는 소리다.

반면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이다. 더욱이 ‘스토브리그’의 전작은 제작비만 250억 원이라는 이승기, 배수지 주연의 ‘배가본드’였고, 후속작이 김혜수, 주지훈 주연의 ‘하이에나’였다. 그렇다 보니 애초 ‘스토브리그’는 2019년 연말을 받아 2020년 첫 금토드라마를 연결할 브릿지로 여겨졌는데, 다만 ‘믿고 보는 배우’ 남궁민과 전작 ‘동백꽃 필 무렵’으로 한창 주가가 오른 오정세를 기대하는 정도였다. 11월 23일 ‘배가본드’ 최종회가 시청률 13%였고, 12월 13일 ‘스토브리그’ 첫 방송은 5.5%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스토브리그’는 기대 이상이었다. 국민 스포츠로 통하는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프로야구 비시즌 중 이루어지는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는 색다른 흥미를 유발했고, 남궁민, 박은빈, 오정세, 조한선을 필두로 선수들로 출연한 하도권, 홍기준, 차엽, 김동원 등 무명배우들까지 고루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탄탄하고 신선한 대본과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무서운 입소문을 탄 ‘스토브리그’는 최종회 19.1%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신임 단장 백승수가 드림즈를 꼴찌 탈출로 이끌었다면 남궁민은 무 기대작 ‘스토브리그’를 일약 흥행작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남궁민이 아닌 백승수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스토브리그'는 이날 팀조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외인구단의 승리였다. 

▲ 사진제공=SBS

데뷔 19년 만에 ‘스토브리그’로 연기대상 대상을 차지한 남궁민은 “어려서부터 단역 생활을 전전하다 고정을 처음 맡았던 곳이 SBS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너무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남다른 소회를 전하면서 “‘스토브리그’는 너무 소중한 드라마였다. 나와 주신 한분 한분이 모두 소중했다. 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출, 감독, 배우의 호흡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브리그'는 지금껏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완벽한 드라마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남궁민은 이신화 작가가 드라마 종영 후 자신의 SNS에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 될 리가 없다’고 했던 글을 보여준 적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작가님이 틀렸다. 저에게 최고의 작가님이셨다."는 찬사를 보내 남다른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SBS 연기대상은 ‘김사부2’ 한석규, ‘하이에나’ 김혜수 등의 유력 대상 후보가 무관에 그친 반면 최근 히트작 ‘펜트하우스’는 주, 조연 대부분에 상을 퍼주듯 남발해 빈축을 샀다. 엄기준, 이지아, 김소연, 유진 등 무려 4명이 최우수상을, 윤종훈, 봉태규, 신은경 등 3명이 우수상을 차지했고, 조연상에 박은석, 청소년연기상은 김현수에게 돌아갔다. 이쯤이면 가히 ‘출석상’인데 윤주희의 소외감은 어쩔까 싶다.

결과적으로 이번 SBS 연기대상은 공동 수상 남발, 골고루 챙기기 식의 시상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대상 부분만은 깜짝 외인구단 '스토브리그'의 남궁민에게 단독 대상을 수여함으로써 체면을 살렸으니 실로 똑똑한 선택이었다 할 수 있겠다. 

한편, 올해 ‘2020 SBS 연기대상’은 창사 30주년 특집으로 진행돼 역대로 큰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들이 소개되고, 더불어 드라마 '야인시대'와 ‘시크릿 가든’의 OST를 부른 강성, 백지영이 축하무대를 꾸며 의미를 더했다.

이하, 2020 SBS 연기대상 수상작(자) 명단.

▲대상 : 남궁민(스토브리그) ▲프로듀서상 : 주원(앨리스) ▲최우수상 : 이민호(더 킹:영원의 군주), 박은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지훈(하이에나), 김서형(아무도 모른다), 엄기준(펜트하우스), 김소연·유진·이지아(펜트하우스) ▲우수상 : 김민재(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김유정(편의점 샛별이), 안효섭(낭만닥터 김사부2), 이성경(낭만닥터 김사부2), 봉태규·윤종훈(펜트하우스), 신은경(펜트하우스) ▲베스트커플상 : 김민재·박은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베스트캐릭터상 : 오정세(스토브리그), 최강희(굿 캐스팅) ▲팀 조연상 : 스토브리그 ▲조연상 : 김주원(낭만닥터 김사부2), 박은석(펜트하우스), 진경(낭만닥터 김사부2) ▲청소년연기상 : 김현수(펜트하우스), 안지호(아무도 모른다) ▲신인상 : 조병규(스토브리그), 소주연(낭만닥터 김사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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