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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원영, 뮤지컬 '렌트' 엔젤을 했다면?

  • 입력 2020.07.24 16:1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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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렌트'에서 마크 역할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배우 정원영의 인터뷰, 1편에 이어. 

▶ 뮤지컬 ‘렌트’ 첫 합류, ‘마크 vs. 엔젤?’

“원래 ‘렌트’의 마크가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안소니 랩의 마크를 오래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저하고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했었고, 제가 워낙 활동적이고 재밌는 성격인데 마크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2019년 폭스 ‘렌트’의 마크를 봤는데 정말 통통 튀고 춤을 굉장히 섹시하게 잘 추더라고요. 책상에 올라갈 때도 비보이처럼 올라가요. ‘아, 마크가 이럴 수도 있구나’, 저부터 먼저 한 번 벽을 깼고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그런 마크와 기존의 ‘너드미’ 있는 마크, 그 사이가 저한테 어울리겠다고 생각했고, ‘나만의 마크를 만들어보자’, 정원영으로서는 그 지점에 좀 욕심을 두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안 건데, 제가 눈물이 진짜 많더라고요. 막 화가 나도 눈물이 나고 슬퍼도, 좋아도 눈물이 나고(웃음). 해서 그런 마크가 이번에 또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했죠.”

“첫 연습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연습 중에 앤디 연출이, 첫 시작 ‘1991년 크리스마스이브~ 우리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할 때 뒤에 있는 이 친구들이 다 죽었다고 생각을 하래요. 마지막에 친구들 다 나와서 사진 찍는 것 같은 장면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내 이야기로 공연을 해준 배우들 같은 느낌이 들게. 이미 죽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이 친구들과 지금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1991년’ 하는데 너무 슬퍼지더라고요. 뒤로 이렇게 애들을 보는데 이미 세상에 없는, 내 옛날 친구. 이렇게 되니까 시작이 안 되는 거예요. 결국은 앤디 연출이 그 생각은 말자고(웃음), 작품이 너무 슬프게 시작되니까. 근데 어쨌든 앤디 연출의 방향성은 그거였어요. 사실 마크가 어떻게 이 친구들과 친해졌느냐도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 친구들이 사는 곳은 할렘가 쪽이고 마크가 사는 지역은 조금 나은 곳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일반 상업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 되고자 했고, 이후에도 마크는 사회의 여러 약자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아서 사회에 내보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게 엔젤에게서 배운 것이기도 하고요.”

 

“엔젤을 했다면요? 1막에서 춤추고 그런 거에 아주 목숨 걸고 놀았겠죠. ‘Today 4 U’에서는 정말 엔젤이 저런 옷을 입고 저런 춤을 추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묘한 춤을 췄겠죠(폭소). 엔젤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엔젤로 섭외가 온다면?) “네,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지금 엔젤들 만큼 할 자신이 없다(웃음). 혹시 나중에 소원성취 콘서트라든가 그런 데서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평생 정원영이 못 할 거 같은 작품들, 정원영 지킬이라든가 정원영 키다리아저씨 이런 거? 그런 식으로 한 번쯤 해봐도 재밌을 거 같아요. 유튜브에 올려볼까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아직은 그냥 머릿속에만 있어요. 어쩌면, 정원영이 더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엔젤을 더 재밌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마크가 연기적으로는 더 욕심이 나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 게스트 출연에도 빛나는 존재감

▶ 어느덧 데뷔 14년 차, 나는 잘하고 있을까?

“아, ‘스웨그에이지’요(폭소). 일단 조성윤 배우와 함께하면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조&정’은 절대 허투루 하지 않아요(웃음). 저의 어떤 사명감? 오늘 봤으면 꼭 다음에 또 보고 싶은 사람이 되자. 공연에 설 때도 오늘 무조건 팬 한 분을 만들어보자(웃음), 그런 마음으로 합니다. 저는 절대 크게 바라지 않아요. ‘최애(제일 좋아하는 배우)’ 아니어도 ‘차애(두 번째로 좋아하는 배우)’ 정도? 그냥 ‘애배(애정 있는 배우)’ 정도면 됩니다. 뭐든 감사하죠(웃음).”

“욕심을 냈다가 안 냈다가 그랬던 것 같아요. 욕심을 냈는데 안 됐을 때 공허함도 있었고, 욕심을 내는 게 어느 순간 추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의 운에 맡기자 했더니 내 자신이 게을러졌었고, 게을러지다 보니까 뭔가 다시 해봐야겠다 싶어서 또다시 열정을 가지고 해보고. 그렇게 해서 얻어냈을 때 다시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었고. 나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에너지를 키웠는데 남들이 보기엔 자만해 보인다는 순간도 있었고요.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어떤 트러블 없이 지금까지 잘 지냈다는 것이 저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호의인 것 같고, 회사도 한 회사와 쭉 같이 가는 것도 저는 되게 좋고요. 그런데 이제 한 14년 차 정도 되니까 점점 두려움도 많아지고, 그래도 늘 처음으로 다시 가자는 생각으로 하죠. 아직 두드려야 할 문도 많고요. 또 앞으로 만나야 할 더 많은 작품을 위해서 다시 보컬 레슨도 받고, 연기적인 부분도 많이 공부하고 있거든요. 해서 이제는 내가 나 자신을 기대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나를 흔드는 것, 그리고 세상 태어나 가장 잘한 일..‘가족’

“배우 정원영이 아닌 인간 정원영을 흔드는 것, 아들이죠. 처음에는 내 시간 따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따로 나눴었어요. 내 시간을 희생하고 투자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냥 제 인생이더라고요. 나는 운동도 해야 하고 원래 가져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걸 아이 때문에 못 하는 거였다고 생각했던 그 짧은 순간을 후회하면서 지금은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내 시간이고, 그것으로 인해서 앞으로 나는 또 어떤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지금 머리에 딱 떠오르는 건, 100세 되시는 우리 할머니와 결혼 직전까지 같은 방을 쓰고 살았던 거? 제가 군대 갔다 와서 서른세 살까지 할머니랑 같이 방을 썼거든요. 근데 그게, 우리 가족들부터가 ‘우리 원영이 대단해, 너무 착해’ 그러시고, 주변에서도 다들 ‘사춘기 때 괜찮았어? 군대 다녀오고 괜찮았어?’ 그러니까, 내심 대단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할머니도 저를 좋아하시고 저도 할머니가 좋으니까 같이 지냈던 거예요. 정말 솔직하게 저는 되게 행복했고 좋았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게 아마 제일 잘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끝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극장 내에 정말 꼼꼼한 방역과 관객분들의 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까지,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비하고 있고요. 극 중 대사처럼 ‘오직 오늘뿐’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준비한 정말 뜨거운 공연입니다. 이 뜨거운 여름에 함께 시원하게 즐겨주시면 좋겠고요. 100% 장담할 수 있는 건, 공연을 보시고 나면 내 인생이 분명히 더 소중해질 거라는 그 메시지를 꼭 받아가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20주년 뮤지컬 '렌트'는 정원영을 비롯해 오종혁, 장지후, 배두훈, 아이비, 김수하, 김호영, 최재림 등이 출연하며,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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