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 '더킹', 누구도 웃지 못한 씁쓸한 퇴장

  • 입력 2020.06.15 09:08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SBS '더킹' 포스터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히트작을 쏟아내던 김은숙 작가의 SBS 금토드라마 ‘더킹’이 '갓은숙'이라는 이름값이 민망한 채 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종영했다.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본다는 최종회마저 전회 대비 0.1%P 상승도 끌어내지 못한 씁쓸한 퇴장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킹'/극본 김은숙/연출 백상훈, 정지현/제작 화앤담픽쳐스)’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로, 입헌군주제의 대한제국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평행 세계로 공존한다는 세계관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로맨스를 선보였다. 

최종회에서는 1994년 대한제국의 ‘역모의 밤’으로 다시 돌아간 이곤(이민호 분)과 조영(우도환 분)이 어린 이곤을 구하고 역모의 주범인 이림(이정진 분)을 처단하며 그로 인해 어긋났던 두 평행세계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수많은 또 다른 평생세계의 문을 두드린 이곤이 마침내 대한민국 정태을(김고은 분)을 찾아내면서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드라마는 끝까지 불친절했다. 과거가 바뀌면 정태을이 이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이림과의 최후 대결 앞에서 두 사람의 가장 큰 고뇌이자 비극이었음에도 이곤과 정태을이 다시 만났을 때 정태을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그건 생략해. 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라며 말 그대로 생략됐다. 두 사람의 행복한 일상이 그려짐에도 개운치 않았던 이유다. 이러한 전개는 드라마 전반에 이어졌다.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절절한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할 시정차는 많지 않았다.

특히 '더킹'은 시대착오적 표현과 잦은 논란에 시달렸다.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로 대표되는 김은숙 표 로맨스에 아예 백마를 탄 황제가 등장하자 누리꾼들은 이 장면을 '개그 짤'로 재생산했다. 지겹도록 봐왔던 클리셰지만 확실한 재미를 보장했던 김은숙의 마법도 이번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총기로 중무장한 병력이 대기중임에도 이곤을 필두로 한 무리의 근위대가 적진으로 말을 달려 몽둥이와 칼로 제압하는 장면은 근사하긴 커녕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또한,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 분) 캐릭터는 구시대적 외모지상주의를 대표했다. 구서령에게는 어리고 예쁜 것이 여성의 최고의 무기여서, 자신보다 어리지만 자신보다 덜 예쁜 정태을을 이곤이 왜 사랑하는지 화가날 뿐이다.

연출과 화면에서도 매끄럽지 못했다. 0과 1사이라는 시공간을 표현한 장면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컴퓨터그래픽이 발목을 잡았고, 극 초반에는 왜색 논란으로 제작진의 해명이 나오는가하면 대한제국은 GDP(국내총생산) 세계 4위로, 2020년의 대한민국보다 오히려 부유한 국가로 그려지는데 최고 스펙의 자동차,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196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마이크로 버스가 시내를 돌아다닌다. 두 세계의 다름을 표현하고자 함이겠으나 물음표만 뜨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방영 내내 줄기차게 등장한 간접광고(PPL)는 시청자를 잃은 일등공신이다. '자, 이 제품입니다'하는 식의 노골적 앵글에 각 캐릭터로 하여금 제품의 특징은 물론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다지만, 해당 장면을 보면서 너무도 손쉽게 'PPL이구나'를 느끼는 순간 작품의 몰입은 깨지기 마련이다. 그런 장면이 회당 수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노출됐으니 역효과를 부른 것은 당연했다.

더불어,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 그 동안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완성도를 높였던 이응복 연출의 부재도 이번 '더킹'의 실패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주요 출연진의 연기가 시청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운명 타령과 같은 대사, 꽃말, 기억의 유무와 같은 설정, 남성 우위의 표현 등에서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에서 이미 수없이 사용된 터라 자가복제가 도를 넘었다는 혹평도 따랐다. 

평행세계라는 미지의 세계관과 두 세계 인물의 운명같은 로맨스, 나아가 인간의 선택에 질문을 던지려 했던 '더킹'은 결국 누구도 웃지 못한 씁쓸한 여운만 남기게 됐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