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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뛰어넘는 섹슈얼 미스터리 영화 <에너미>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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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2  0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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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그을린 사랑>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2013년 <프리즈너스>를 통해 연이어 호평을 얻으며 캐나다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입지를 다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에너미>(원제: Enemy)는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성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의식을 탐험해가는' 영화이다.
  안정적인 직업, 매력적인 여자친구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아담(제이크 질렌할)은 우연히 영화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그를 찾아 나선다. 이후 각자의 삶을 몰래 염탐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여자에게 끌리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 아담은 앤서니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여자친구까지 염탐하기 시작한다
  <에너미>는 한 남자가 몸에 난 흉터까지 자신과 똑 닮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정장을 입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아담이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집에 살고 있다면, 앤서니는 그보다는 작지만 현대적이고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아파트에 살고, 가죽 자켓과 오토바이를 즐긴다. 하지만 아담은 계속 앤서니를 염탐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역할을 바꾸자는 위험한 제안까지도 수락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누가 아듬이고 앤서니인지 점점 모호해진다.
  영화는 <수도원의 비망록>(1998)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를 원작으로 원작과는 사뭇 다른 섹슈얼 스릴러로 영화화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독특한 시각적 연출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 곳곳에 뿌려놓은 단서와 상황들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재미가 탁월하다. 먼저 아담이 열쇠로 문을 여는 오프닝과 다시 열쇠를 찾아 품에 넣는 엔딩은 그가 가상 세계를 오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앤서니가 과도하게 블루베리를 찾거나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면 그에게 정신쇠약 혹은 병적인 증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두 사람의 이중성에 대한 혼란은 아담과 앤서니 둘 모두에게 더 큰 혼란을 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거미는 음울한 도시의 분위기와 아담의 잠재의식을 대변한다. 결정적으로 초반 앤서니에게 아담이 전화를 걸어오자 아내 헬렌(사라 가돈)이 전의 여자냐고 묻는 장면에서 앤서니에게 바람 전력이 있고, 그 여자가 메리(멜라니 로랑)일수도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시에 아담과 앤서니가 동일인물이며 헬렌과 메리는 이중성을 지닌 이 남자를 품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결국 도플갱어가 만나면 죽음으로 끝난다는 정설처럼 앤서니는 아담의 여자친구 메리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렇게 아담의 이중생활도 끝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끝났다고 여겼을 때, 감독은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한방을 날린다. 이 올해 최고의 문제적 결말은 "현존하는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엔딩"(Film.com)이란 평을 받았다. 한편,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별안간 흘러나오는 경쾌한 'After the Lights Go Out'이란 노래에서는 감독의 재치있는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에 대한 판타지 우화를 막 읽고 덮은 것처럼 말이다.
  이중성, 그리고 두 명의 캐릭터에 대한 놀라운 해석으로 뛰어난 연기를 펼친 제이크 질렌할의 1인 2역은 장면마다 다른 캐릭터를 마주하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믿음을 준다. 끝날 때까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반전을 거듭하여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잔상처럼 새겨지는 영화 <에너미>는 5월 29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 원작을 뛰어넘는 섹슈얼 미스터리 영화 <에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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