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드라마는 대박이 났는데 여주인공은 오히려 쪽박을 차게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추노’이다. 지난 2010년에 ‘추노’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방영시기가 무려 1월에서 3월까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장혁이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비단 장혁 뿐만이 아니라, 오지호-공형진-이종혁-조진웅 등등 ‘추노’에서 연기를 펼쳤던 주조연들이 모두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오직 단 한명만큼은 예외였다. 분명 대박 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영되는 내내 민폐논란으로 욕을 먹다가 방영이후에는 아예 언급조차 안 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케이스로서 ‘공부의 신’도 존재한다. 유승호-김수로-배두나-지연 등은 대박이 났으나 정작 여주인공이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추노’-‘공부의 신’외에도 이런 케이스들이 꽤 된다. 이른바 여주인공이 없는 드라마들이다. 이런 드라마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드라마가 대박을 쳤다고 해서 출연자들이 모두 함께 대박이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16회에서 마침내 시청률 40%대 고지를 밟은 ‘해를 품은 달’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록 화려한 언플로서 포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 여론은 한가인의 연기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청률 40%대를 넘긴 ‘해를 품은 달’은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이제 불과 4회차 분량만을 남겨두고 있다. 드라마가 종반에 접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회 방송이 끝나면 제일먼저 불거지는 것은 한가인의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이다. 따라서 이 상태라면 혹여 시청률 50%대 고지를 밟고 ‘해를 품은 달’이 종영된다 하더라도 여주인공이 없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의문이 생겨날 수 있다. ‘여주인공 한가인이 그렇게 못하는데 어떻게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수 있나?’ 남주인공 혹은 여주인공이 발연기를 한다고 해서 드라마의 시청률이 반드시 떨어지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드라마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긴 발연기계의 레젼드인 발호세와 발연희의 케이스만 살펴봐도 이는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는다. 발호세가 남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던 ‘너는 내운명’은 시청률이 40%대를 넘겼고, 발연희가 여주인공으로서 화려하게 빛났던(?) ‘에덴의 동쪽’ 역시도 시청률은 30%대였다. 발연기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성유리의 ‘천년지애’도 시청률에서는 대박을 쳤다. 작년 이맘때 방영되어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던 ‘드림하이’에서도 여주인공 수지는 아이돌 발연기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팀플레이이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봐도 팀의 간판 공격수 웨인 루니의 컨디션에 따라서 팀의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물론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루니의 컨디션이 나쁠 때 동료 선수들이 잘하면 팀은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 발연기가 시청률에 영향을 크게 미칠 때에는 팀자체가 못할 때라고 보면 된다. 가뜩이나 극본-연출-연기가 모두 엉망인 상황에서 발연기까지 작렬하면 모든 책임을 가장 눈에 잘 띄는 발연기가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팀자체가 좋으면 주연을 맡은 연기자가 아무리 발연기라고 해도 시청률이 좋게 나온다. ‘해를 품은 달’의 경우에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한가인이 아무리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기대이상인 김수현의 연기마저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팀플레이의 좋은 점은 스타플레이어가 못할 때 동료 연기자들이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해를 품은 달’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방영된 회차를 통틀어 한가인 다음으로 분량이 많은 여성 연기자는 누구일까? 바로 ‘도무녀 장씨’ 전미선이다. 특히 전미선은 드라마의 주요 갈등을 맺고 푸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 ‘연우’에게 흑주술을 건 장본인도, 그런 ‘연우’를 무덤에서 파내어 ‘월’로서 키운 장본인도, ‘월’이 두 번이나 큰 위기를 맞았을 때 구해주기 위하여 ‘대왕대비’와 단판을 지은 장본인도, ‘월’이 기억을 찾는다는 사실을 미리 안 장본인도, ‘이훤’에게 ‘월’이 ‘연우’임을 확인시켜준 장본인도 모두 ‘도무녀 장씨’였다. 즉, 전미선은 ‘해를 품은 달’의 스토리에 존재하는 모든 갈등의 관여하고 있다.
드라마는 갈등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갈등을 지배하는 자가 비중과 상관없이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봐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도무녀 장씨’ 전미선이 ‘해를 품은 달’의 진정한 여주인공이라 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해를 품은 달’에서 ‘도무녀 장씨’가 사라져버리면 스토리 자체가 진행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미선이 갈등의 핵심으로서 스토리가 이어져나갈 수 있는 역할을 굳건해 해주고 있기에, 한가인이 아무리 연기를 못해도 시청자들은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남녀 주인공의 연기력이 못미더울수록 제작진이 조연진들을 연기력이 검증된 연기자들로 채우는 것이다. 여주인공이 없는 드라마들인 ‘추노’도, ‘공부의 신’도, 그리고 ‘해를 품은 달’도 그런 식으로 대박이 났다.
[사진=‘해를 품은 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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