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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생쥐와 인간' 재연.."원작 메시지에 더욱 가깝게"

  • 입력 2019.10.02 04:3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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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생쥐와 인간’이 원작에 한층 가까운 구성으로 재연 무대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모은다.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생쥐와 인간’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돼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올해 재연에서는 초연에서 삭제되었던 흑인 마구간지기 ‘크룩스’가 등장하고 ‘컬리 부인’의 서사를 보다 사실적으로 설명해 원작에 더욱 가깝게 진화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생쥐와 인간’은 일자리를 찾아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의 좌절과 방황, 이루지 못한 꿈을 담고 있다. 작품은 대공황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인물들의 고뇌와 슬픔, 약자들이 모여 그려보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꿈 등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통찰한다.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유니플렉스2관에서 연극 ‘생쥐와 인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민준호 연출을 비롯해 ‘조지’ 역의 문태유, 고상호, ‘레니’ 역의 최대훈, 서경수, ‘컬리 부인’ 역의 한보라, ‘캔디/칼슨’ 역의 김대곤, 김종현, ‘컬리/슬림/크룩스’ 역의 차용학, 송광일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은 둘만의 농장을 꾸리는 것이 꿈인 조지와 레니, 외롭고 지루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컬리 부인, 열등감이 깊어 아내에겐 질투를, 레니에겐 반감을 품는 컬리, 모두의 존경을 받는 노새끌이 대장 슬림, 조지와 레니가 꿈에 가까워지도록 돕는 늙은 농장 일꾼 캔디, 캔디의 개를 싫어하는 덩치 큰 농장 일꾼 칼슨 등 현실의 애환을 반영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세기를 뛰어 넘는 보편적 시의성을 갖춘 훌륭한 원작과 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케미 맛집’ 연기 향연은 단연 연극 ‘생쥐와 인간’들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민준호 연출은 이번 재연의 ‘생쥐와 인간’에서 인물 관계성에 변화를 꾀한 점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좀 더 확장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그 당시의 사회상이나 지금과 다른 사상들, 이런 것들이 조금 더 많이 보여야 이 공연의 원래 뜻이 담기지 않을까 싶어서 크룩스를 넣고 컬리 부인의 사연도 원작에 가깝게 가져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크룩스’와 ‘컬리 부인’의 변화는 이번 재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까. 이에 민준호 연출은 먼저 ‘크룩스’에 대해 “여기 인물들이 다 같은 노동자인데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뉜 것처럼 지내고 그게 흑인이고 꼽추고 노예여서 그랬다는 것. 어떻게 보면 그냥 다 불쌍한 사람들인데 내가 더 잘났고 더는 아래고 나는 위고, 그런 모습을 그렸던 것이 원작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 없이 두 주인공의 갈등만으로 가는 것을 바꿔보고 싶었다. 해서 크룩스를 넣고자 했는데 워낙 오래된 이야기여서 이것이 인종차별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흑인이라는 것보다 꼽추와 노예라는 점을 강조해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컬리 부인’에 대해서는 “결혼한 여자는 다른 남자와 말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던 당시, 그것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는 남자가 더 이상한 거지만 당시에는 그걸 다같이 공론화해서 한 여자를 두고 헤픈 여자라 하고 마치 직업 윤락 여성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지금은 괜찮은 것들이 당시엔 그랬구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 시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사상의 중요성, 그런 부분을 현실감 있게 보여드리고자 분량을 좀 더 늘렸다.”고 말했다.

‘컬리 부인’을 연기하고 있는 한보라는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저는 어떻게 등장해도 이미 헤픈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며 “컬리 부인은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이고 철없는 모습도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절박하고 솔직했던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친구가 필요했고 외로웠고,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여자라고 생각하고, 그 시대에 결혼한 여자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어려웠을 텐데 그것을 결심하고 꿈을 위해서 이곳을 떠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대곤, 김종현은 ‘캔디/칼슨’으로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몸이 성하지 않은 노인과 다혈질의 젊은 일꾼을 동시에 연기한다. 이에 김종현은 “어떻게 보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이중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 해서 들어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대곤은 “아무래도 상반된 캐릭터기 때문에 중점을 둔 것은 노인과 절름발이, 외팔을 보여주는 것, 또 목소리에 차이를 두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했고, 내면적으로는 시대를 대하는 태도가 워낙 상반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공연을 보시면 확연히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차용학, 송광일은 ‘컬리/슬림/크룩스’ 역으로 1인 3역을 소화한다. 농장주의 아들부터 중간 관리자, 가장 천대받는 흑인 노예를 연기하며 3계층을 보여준다. 이에 차용학은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보는데 그 안에서도 자신들끼리 구분을 지어 놓은, 그것마저 참 안타까운 상황인 상태인 것 같다. 그런 인물이 가진 가치관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우리 작품이 잘 표현될 거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 송광일은 “조지와 레니는 그대로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환경에 의해서 다르게 본다는 것, 그게 좀 안타까웠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지위나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초연부터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김대곤은 “크룩스 신이 하나 들어오면서 캔디 영감의 노선이 굉장히 진해진 것도 있고 더 인간적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 있다. 각자의 생각으로만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게 무너지면서 허탈하게 되는 그때의 시대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어서 하나하나 대사를 좀 더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공연 동안 세심하게 공부해서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게 지금의 바람이고 욕심”이라며 재연의 포부를 전했다.

이어 최대훈은 “재연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변화나 발전해야겠다는 것은 물론이지만 혹시 초연에서 놓친 것은 없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없나 대본에서 그것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시대적 분위기라고 하는데 그것은 오히려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은 그 시대나 지금 시대에도 있는 것 같고, 아무도 찾지 않는 크룩스가 레니와 접촉하고 컬리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부딪힘이 작년과는 가장 큰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문태유는 “연출님께서 ‘조지가 레니와 보내온 시간만큼 분명 지침이 있지 않았을까’ 그 말씀이 큰 변화 포인트가 됐다. 초연에서는 보살핌과 예민한 느낌이었다면 그렇게 예민하고 날 선 보살핌에 지친, 피로하다 못해 정말 한계 끝에 달한 인내심, 그런 데에서 오는 레니와의 관계가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많은 시간을 이 덩치 크고 손 많이 가는 친구와 함께했을 테니 그냥 예민하다고 단순하게 표현하기 힘든 시간이어서, 그 부분에 초점을 두다 보니까 저 스스로 큰 변화가 왔고, 외형적으로도 레니의 손을 털어주거나 눈치를 주거나 하는 부분도 하다 하다 보면 간결해지지 않을까. 그냥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충분하지 않을까. 초연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런 부분을 비교해서 보시면 재밌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레니’는 지적장애를 지닌 인물이지만 극 중에서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폭력성이나 윤리성에 관한 고심에 대해 최대훈은 “레니에 접근하면서 이 사람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아예 접었다. 단지 불편할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수보다 소수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초연 때도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부분들은 저희 나름대로 많이 없애려고 노력했고 재연도 좀 조심스러워서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다가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 관객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측면도 있었지만, 작품적으로도 레니가 사고를 치거나 하는 부분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실수로 묘사되고 저 역시 그렇게 분석했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표현을 주변에 물어보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원작의 거친 표현들도 스스로 덜 하려고 애를 썼다.”고 밝혔다.

이에 민준호 연출은 “레니가 원래 도덕적 윤리관을 가지고 사람을 죽였다면 잔인하게 보였을 텐데 여기 인물들이 다 그렇지 않다. 그만큼 발전되지 않은 상황을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그래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컬리 부인에게서도 ‘창녀’나 그런 단어는 뺐지만 그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 분위기는 꼭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만 당시의 단어가 지금은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에 최대한 원작과는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에서 새롭게 ‘조지’를 연기할 고상호는 캐릭터 분석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부에 대해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일평생 레니 옆에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고 모든 것을 케어하던 조지,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궁금했고 이 둘에 내가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며 “(조지에게) 레니가 되게 소중하다거나 레니는 내 옆에 꼭 있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레니를 데려가려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 옆에 있는 게 당연하고 그냥 늘 옆에 있던 사람이다. 이후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그것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해서 레니와 조지의 전사가 얼마나 쌓여서 왔는가를 많이 생각하면서 임했던 것 같다. 공연 끝날 때까지 고민하면서 더 깊어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인물관계와 파장이 달라진 만큼 초연부터 참여한 문태유의 ‘조지’에도 변화가 있을까. 그는 “조지가 계속 중얼대다시피 하는 말이 있는데, ‘한 달에 50달러쯤 죽어라 벌면 시내 나가서 커피 마시고 당구장 가서 죽도록 당구나 치고 그렇게 50달러 다 쓰고 나면 또 와서 일하고, 그렇게 반복되는 게 나는 싫다.’ 이게 다시 말하면 당시에 많은 일꾼이 그렇게 살았다는 건데 조지는 어떻게 보면 금욕적이기까지 했고 꿈을 위해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고 하는, 레니와의 관계에서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다. ‘의지’이자 ‘이유’, 조지가 이렇게라도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친구. 그게 레니이기 때문에, 정말 돈을 열심히 모아서 일꾼들의 쳇바퀴 같은 인생을 벗어나서 행복하고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을 레니라고 보고 있다.”며 “재연의 변화 포인트라면 초연 때는 마지막 5장 등장 때 레니를 내 손으로 죽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그 마음의 결정을 더 힘들게 하고 끝까지 고민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해서 등장 때 레니를 어떻게 할지 마음이 명확하게 안 선 상태로 들어오자고 결정했고 그게 이번 재연에서 1장부터 5장까지 쭉 보셨을 때 초연과 다른 울림을 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극 ‘생쥐와 인간’은 오는 11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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