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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좌절을 극복한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

  • 입력 2014.04.30 00:46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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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과 관객상,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관객상과 유니세프상, 일본미디어아츠페스티벌 애니메이션부문 대상 수상등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고 제13회 부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원제: Couleur de peau : Miel (영어제목 Approved for Adoption))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피부색깔=꿀색>은 5살 무렵 미국식 고아원을 거쳐 벨기에로 입양되었던 융(전정식)의 자전적 애니메이션으로 제목 ‘피부색깔=꿀색’은 이 영화의 감독인 융(전정식)이 입양될 때 서류에 쓰였던 그를 설명하는 한 줄이다. 이 표현은 그대로 그의 원작만화의 제목이 되었고, 다시 이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수묵화 양식으로 완성된 동명의 자전적 원작 만화는 국내 출간되어 2009 부천만화대상 기획상을 수상하는 등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국적 벨기에, 서양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인. 같이 사는 엄마에게 ‘썩은 토마토’로 불렸던 반항아.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두려웠던 소년 ‘융.’ <피부색깔=꿀색>은 버림받은 아이, 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던 그의 가슴 저린 성장기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 세상에 정붙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감독은 어떻게 그 먼 곳까지 보내지게 되었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지 담담히 고백하고 있다. 성공한 만화작가와 감독이 되어서도 떨치지 못하는 마음 속 깊은 곳의 그리움. 중년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벨기에에서도, 이곳에서도 이방인이다.
    어린시절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융 감독은 자전적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을 통해 슬픔을 극복한 아름다운 영상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입양부터 어린시절, 그리고 학창시절을 돌아보고 자신의 근원을 찾으러 한국으로 향한 여행에서 감독은 깨닫는다. 비록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는 바꿀 수 없지만 언제나 안식을 취할 수 있었던 곳은 자신을 품어줬던 양어머니가 있는 곳임을. 미우나 고우나 마음 속으로는 자신을 '융'으로 받아들여주고 자신이 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지탱해줬던 건 아버지 어머니의 그늘 아래서 누릴 수 있었던 떠들썩한 형제 자매의 곁임을.
  그래서 영화는 치유와 용서를 이야기한다. 입양으로 인위적인 가족이 됐지만 '융'이 정체성을 찾아가다 보면 생김새는 동양인, 그리고 뿌리는 한국인일지언정, 자신이 진정한 가족의 일원임을 양어머니 곁에서 느낄 때 뭉클한 감동마저 전해져 온다. 스스로에 대한 받아들임(self-acceptance)과 용서(forgiveness)를 영화는 아름다운 수묵화식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한다.
   융(전정식) 감독은 벨기에에 입양된 후 지금껏 불린 이름은 ‘정식(Jungsik)’에서 따온 ‘융(Jung)’으로 불렸고, 지금 그는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어권에서 판타지 만화 작가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버려짐, 정체성, 뿌리 뽑힌 삶에 대한 고민들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융 감독은 자전적 만화를 그리기 전까지는 ‘버림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한국 땅을 밟기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어릴 때는 나를 버린 한국을 외면했다. 차라리 나와 피부색은 같지만 버리지 않은 일본인이 되고 싶었다.”그의 작품에서 일본 중세 배경이나 사무라이와 게이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이다. 생애 처음으로 붓을 들고 수묵화 양식으로 만화를 그린 작품이 책으로 출간된 ‘피부색깔=꿀색’이었다. 판타지 만화를 그릴 땐 종이를 화려한 색채로 가득 채웠지만, 이 작품에서는 흑백 그림에 여백을 남겨 독자가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했다고 한다. 
  "아픔과 활력과 밝음"이 가득한 한 소년의 성장이야기.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5월 8일 개봉, 그 어느 때보다 치유가 필요한 ‘피부색깔=꿀색’의 우리 관객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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