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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최무성, '녹두꽃'.."언제봐도 반가운 작품이길"

  • 입력 2019.07.29 07:5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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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SBS 드라마 ‘녹두꽃’ 종영으로 만난 배우 최무성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최무성이 출연한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휴먼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중인 계급의 백가네 얼자로 태어나 이름도 ‘거시기’로 통했던 이강(조정석 분)은 이후 전봉준(최무성 분)과 뜻을 함께하여 농민군의 별동대장이 되고, 본처 소생으로 태어나 기품 넘치는 외모와 품행을 가진 엘리트 이현(윤시윤 분)은 일본 유학에서 ‘개화’에 눈뜨고 조선의 메이지유신을 꿈꾸다 농민군과 맞서게 된다.

그런 두 형제의 엇갈린 삶과, 죽음으로 대의를 이어가고자 한 전봉준의 결말은 모두에게 시사하는 울림이 컸다. 특히 주,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 ‘녹두꽃’을 웰메이드 작품으로 이끈 최고의 견인차였다.

▶ 이번 ‘녹두꽃’은 같이 호흡한 조정석, 윤시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한데.

“조정석 씨는 기본적으로 인성이 좋은 친구로 꼽을 수 있습니다. 촬영이 길어지고 피곤하면 예민해질 수 있는데 그런 게 없고, 코믹이든 뭐든 장르를 고르게 모든 장면에서 연기를 잘해주니까 호흡하는 게 재밌어요. 해서 같이 부딪힐 때마다 기대했었고, 정말로 뭘 꼽으려 해도 별로 단점이 없어요. 손에 꼽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잘하는 친구여서 다음에도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고, 윤시윤 씨는 저와 나이 차가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어려워 했는데, 이 친구도 연기에서는 주고받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 친구와는 신랄하게 서로 꼬시고 설득하는 장면이 많아서 재밌었고, 그러면서도 한 번씩 코믹한 장면이 있는 게 재밌었고. 이건 감독님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이강과 이현이 분량이 제일 많았을 텐데 둘 다 한결같이 열심히 해줘서 같이 연기하기 정말 편했고, 이번에는 정말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다들 좋았고, 종방연 분위기도 되게 좋았고 즐거웠습니다.”

▶ 극 중 가장 진하게 와 닿은 장면이 있다면.

“장면보다 대사가 하나 딱 걸리는데, 이현(윤시윤 분)한테 하는 대사가 어떻게 보면 중요했죠. 이강(조정석분)은 어쨌든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됐지만 이현은 서로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이현도 한 사람이고,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고, 그의 고통을 충분히 알고, 그 와중에 나를 찾아왔을 때 ‘내가 죽어야 네 형 같은 의병들의 투지가 산다’ 그 대사가 너무 와 닿더라고요. 자신의 시체라도 이용해서 의병들의 단합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인물이었고 죽어서라도 지켜보겠다고 하고, 자기 소신대로 내 한목숨 버릴 수 있는, 이 분은 정말 끝까지 가는 사람이구나. 정말 그 장면에서 그 사람의 잘난 척은 안 보였어요. 정말로 이현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는 느낌이 있었고, 정말 멋있는 사람이구나. 한 사람으로 되게 팬이 됐어요. 그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 ‘녹두꽃’은 최대한 당시의 디테일을 살리려 한 노력이 보였는데, 특히 고생스러웠던 촬영을 꼽아본다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장면은 다 힘들었어요(웃음).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호흡이 달릴 수 있고 발음이나 발성이나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오버해도 안 되고, 진심이 전달되는 가운데 저 멀리까지 잘 들리려면 부르짖어야 해서 정말 고래고래 소리를 쳤는데, 호소가 아니고 연설이어서 딱딱하게 하면서도 진심을 실어야 하니까, 하여튼 그런 연설하는 장면은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 드라마 종영 후 신경수 연출의 소감이 공개됐을 때, 이현의 극단적 선택을 보여준 엔딩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고 밝혀 주목이 쏠리기도 했다. 이현은 조선의 개화를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일본의 문화와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친일에 섰다가 결국 그 모든 것이 조선 침략에 이용하려는 일본의 계략임을 깨닫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엔딩을 그렸다.

신경수 연출은 “이 장면을 통해 우리 민족과 역사를 향해 큰 잘못을 하고도 아직까지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친일파들도 자각했으면 했고, 또한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는 바람에 반복되는 역사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하는 의도도 있었다.”고 밝힌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 그건 지금 처음 듣는 말씀인데, 어쨌든 맞는 말씀이죠. 저도 동감하고, 저는 다만 연기자로 접근했을 때, 이현은 정치적 성향 떠나서 되게 똑똑한 친구인데 욕망, 이상, 현실에서 갈피를 찾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이후에 전봉준을 찾아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대본에 묵묵부답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나는 이제 죽어가고 해줄 수 있는 말은 없고, 그런 상황이 한 인간으로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이런 역사와 신분이 한 엘리트 청년에게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이현이야말로 시대의 아픔 속에 있는 사람이다. 해서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흡수해야 할 드라마라고 생각했고, 신경수 연출의 말씀도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의 부당함을 들어 우리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판 항일운동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봉준을 연기한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견해가 있을까.

“작품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은 안 했습니다. 당장은 전봉준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가 고민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 말고도 지난번에 비슷한 일도 있었고 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 상품 안 입습니다. ‘올 게 왔구나’ 생각하고 감독님 의견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데,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정치적인 걸 떠나서 이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올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 말고 전봉준의 이면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자칫 위인처럼 그려지거나 정치적인 색깔로 그려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민초들이 뭉쳐서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한다’ 거기에 저도 같이 가는 인물, 그게 가장 중요했죠. ‘정말 우리 조상님들 고생했구나, 우리도 정말로 정신 차리고 살자’. 그런 의미가 정말 보람 있지 않습니까.”

▶ ‘녹두꽃’,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나.

“다시 봐도 안 지루한 작품이길 바라고 언제든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길 바랍니다. ‘모래시계’ 같은 드라마는 언제봐도 반갑잖아요. 누차 얘기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정말 정치와 사건을 떠나서 의미가 깊은 작품을 만들고자 다 같이 의기투합했던 작품이고, 그걸 사극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게 대단했고, 특이 이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섬세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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