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②] 케빈오, 방송 버프 잘 알아.."좋은 음악이 답이겠죠"

  • 입력 2019.07.23 10:06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JTBC ‘슈퍼밴드’ 종영으로 만난 케빈오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케빈오는 ‘슈퍼스타’ 시즌7을 통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우승과 함께 프로 뮤지션으로 활동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만큼 한국에 정착했으나 생활에서부터 활동에 이르기까지 쉬운 것은 없었다. 당장 시급하게 우리말을 배워야 했고, 여러 적응이 필요했다. 특히 아이돌 위주의 국내 가요 시장은 미국의 그것과는 판이해서 음원 강자 타이틀이든 유명세든 둘 중 하나라도 있지 않고서는 페스티벌과 같은 오프 무대에 서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고음 없는 솔로 가수의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문 지경이니 케빈오의 음악 활동에 드라마 OST가 주를 이뤘던 것도 사실상 그 때문일 게다.

고음에 관한 고민은 케빈오에게도 있었다. 케빈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타고나 어려서부터 교회성가대에서도 주로 바리톤을 맡았단다. 어린 마음에 어떻게 하면 A(음계:라)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테너 파트를 담당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대중에게는 매우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가수라면 ‘나는 가수다’급 열창이 가능해야 인정하고 열광하면서도 봄만 되면 찾는 곡이 ‘슈퍼스타’ 시즌3 출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다. 워낙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민족이다 보니 ‘적어도 나보단 잘해야 가수지’라는 인식이 넓은 탓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보컬이자 음악을 만드는 장범준 역시 방송 내내 ‘고음 불가’를 지적받았으나 역으로 그들의 무대는 음원이 공개될 때마다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하며 최대 반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음악은 그 자체의 힘이다. 케빈오 역시 이미 기반은 훌륭하다. '슈퍼밴드' 첫 라운드에서 선보인 자작곡 'Remember(리멤버)'는 크게는 Folk Rock(포크 록), Country(컨트리)이면서 특유의 Blues(블루스)한 느낌이 강한 보컬 톤이 결합된 분위기와 안정감이 특징이다. 마이너 곡이면서도 A부터 싸비까지의 구조가 확실하고 리듬의 변화가 경쾌해 무겁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한마디로 세련된 컨트리 팝이라 할 수 있는데, 다만 이 곡은 가사가 영어여서 주는 이점이 크다. 어쨌든 케빈오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유니크한 목소리에 딱 들어맞으면서도 대중성을 갖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것은 특히 앞으로 결성될 밴드에 독보적인 색깔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 ‘슈퍼스타K’ 우승자라고는 하지만 국내 가요계는 아이돌을 빼놓고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발라드, 솔로 가수로 활동하는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원래 음악을 포기하려다 다시 하겠다고 마음을 잡았는데, ‘슈스케’ 전에 한국에 온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처음 와서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고, 방송 끝나고 과연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다시 찾아야 했었고요. 근데 이제는 혼자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같은 팀과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해서 올해 좀 뭔가 열린 마음으로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물론 시도하다 보면 실패도 하겠지만 계속 경험하면서 시도해보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어요.”

▶ 생각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해봤을 법한데, 그럼에도 머물렀다는 것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지일까.

“물론이죠. 그래서 벌써 4년째인데 계속 있잖아요. (돌아갈 생각이) 지금은 없어요. 가끔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안 올 거야?’, ‘왜 계속해?’ 그런 얘기는 하는데, 그래서 ‘슈퍼밴드’에서 했던 ‘누구없소’가 저한테도 그리고 팀원들한테도 뜻깊은 무대였어요. 힘들었던, 또는 외로웠던 시기를 좀 표현할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아서요. 근데 어쨌든, 일단 지금까지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 대국민 오디션을 이미 겪은 사람으로서, 방송 버프라는 것이 사실상 수년 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려면 버프가 사라지기 전에 그나마 빠르게 움직여 화제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마케팅이다. 다만, 지금의 여세를 타고 새롭게 밴드를 결성한다 해도 그 또한 주류라 할 수는 없는 실정인데, 그럼에도 장기적 활동을 목표로 밴드 결성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에게 아직 관심이 있을 때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급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어쨌든 이제 방송이 끝났고, 음악을 통해서 계속 음악을 해야죠. 사람들이 앨범이나 곡을 접하면서 ‘또 보고 싶다’, ‘또 듣고 싶다’ 그런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다들 방송을 통해서도 경험하고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 그런 음악을 혼자가 아닌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결국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먼저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이 그 음악을 사랑해주신다면 그만큼 계속해나갈 수 있겠죠? ‘슈퍼밴드’ 친구들 중에 몇 팀이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호피폴라’도 그렇고 다른 팀이 나와도 또 다른 도전이 될 거예요. 다들 좋은 인연들을 만났으니까 거기에서 좋은 앨범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게 방송에서 얻은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 오디션이나 경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점수제, 특히 이번 ‘슈퍼밴드’는 이미 프로이거나 준프로급 실력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점수제에 관한 왈가왈부도 있었다.

“저희는 점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점수도 랜덤할 수 있잖아요. 그냥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 사랑하는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케빈은 아티스트인데 왜 경연에 나가느냐’고 점수도 나오는데, 근데 점수라는 게 방송이 아니어도 (음원) 차트라는 게 있고 그것도 어떻게 보면 점수잖아요. 그걸 일부러 피한다고 안 하는 것도 그렇고, 점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감사한 거고. 그래서 그건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점수를 알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자신의 음악을 판단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될 수도 있겠죠? 근데 모든 방송이 점수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웃음).”

▶ 음악 활동의 고민과 별개로, 한국 생활이 재밌는 부분도 있다면 뭘까.

“혼자 산 지 2년 됐는데, 제가 ‘혼밥’을 엄청 많이 하거든요. 맛집들이 대체로 좀 작아서 혼자서 밥 먹기에는 좀 어색할 수 있는데(웃음), 맛집 투어를 되게 즐기는 편이에요. 미국에서 살 때는 그게 없었거든요. 맨해튼에 살면 좀 가능했을 텐데 맨해튼에서는 오래 있지 않았고, 한국에 오니까 맛집도 정말 많고, 그냥 뭐든 다 되게 많아요(웃음). 한강 같은 데서 축제나 행사도 많고, 무슨 행사를 한다, 어디에 뭐가 있다 하면 바로 갈 수도 있고, 제가 아직 면허가 없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교통이 잘 돼 있어서 서울 아니어도 웬만한 데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다 갈 수 있잖아요.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고 특히 혼밥 맛집 투어를 제일 좋아해요.”

▶ ‘슈퍼밴드’ 방송 중, 외모나 우리말 사용에 관한 언급들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잘생김’을 본인도 아느냐고 물으니 가족에게만 가끔 들었다며 본인은 ‘노코멘트’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우리말은 어떤 식으로 배웠을까. (여담으로, 가끔 영어를 대체할 단어를 생각하긴 하지만 인터뷰에 별 무리가 없고 쓰기도 깔끔해서 제법 놀랐다. 다만 지극히 교과서적 ‘올바른 문장’이어서 웃음을 자아내긴 했다.)

“회사 들어간 후에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한국어 레슨도 시작하고 다른 것도 많이 배우게 됐어요. 보컬 레슨은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보컬 레슨도 하고 연기도 배웠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제가 사람들이 잘 안 쓰는 말을 많이 쓴다고 들었어요. 책에나 나오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해서 요즘에 ‘갑분싸’, ‘소확행’ 그런 말도 라디오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제가 영하고(젊고) 힙한(최신 유행이나 패션에 민감하고 빠른) 나이가 아니니까요(폭소), 그냥 지금대로 배워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 근데 확실히, 제가 영어 할 때랑 한국어 할 때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대요. 아직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 못하니까 지금은 생각하면서 말을 하는데, 이제 그 차이를 줄여야죠. 그러면 진짜로 제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할 수 있겠죠?”

※ 케빈오의 인터뷰, 3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