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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oay초점] '슈퍼밴드', 사운드 첨가-AR까지..'불후의 명곡' 된 아쉬움

  • 입력 2019.07.13 13:0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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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슈퍼밴드’ 초대 우승팀을 향한 대국민 선택은 ‘호피폴라’였다. 그러나 각 팀의 음악을 도운 사운드가 너무 많아 각 밴드만의 매력을 마지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2일, JTBC 글로벌 밴드 결성 프로젝트 ‘슈퍼밴드’는 일산 킨텍스에서 2시간가량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파이널 결승에 오른 4팀, ‘퍼플레인(채보훈, 양지완, 김하진, 이나우, 정광현)’, ‘모네(자이로, 김우성, 홍이삭, 벤지, 황민재)’, ‘호피폴라(아일, 김영소, 하현상, 홍진호)’, ‘루시(이주혁, 신광일, 신예찬, 조원상)’의 마지막 무대가 차례로 이어졌고, 그 결과 ‘One more light’를 부른 ‘호피폴라’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슈퍼밴드’ 최종 결과는 1,2라운드 합산 점수 35%, 온라인 사전투표 5%, 대국민 문자 투표 60%가 반영됐다. 그 결과 ‘호피폴라’가 총 4만8339점을 얻어 1위를, ‘루시’가 4만924점으로 2위를, ‘퍼플레인’이 3만9052점으로 3위를, ‘모네’가 3만8456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우승팀인 ‘호피폴라’에는 총상금 1억 원,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콘서트의 기회, SUV 차량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국내 최초로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팀 결성 프로젝트 ‘팬텀싱어’를 선보인 김형중 PD가 2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슈퍼밴드’는 밴드 불모지로 통하는 국내 대중 음악계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기획된 글로벌 밴드 결성 프로젝트로, 참가자들의 놀라운 실력과 개성을 통해 고퀄리티 음악 경연으로 호평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명색이 이들 자체가 밴드인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답시고 사운드를 메꾸니 각 팀만의 개성이 무뎌진다.

본선 4라운드에서 김형우, 아일, 하현상, 홍진호가 선곡하기도 했던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은 밴드 음악의 교본과도 같이 통하는데 보컬, 일렉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이 곡은 어느 한 파트가 빠져서는 곡이 완성되지 않을 정도로 세션 밸런스가 간결하면서도 완벽하다. 베이스 소리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리스너도 이 곡을 통해서는 그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일렉기타가 본격 울어댈 때는 숨을 멈추게 하는 전율이 일고, 처연한 듯 절규하는 보컬은 곡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곡의 강약과 고조를 이끄는 드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이 곡은 전 세계적으로 카피는 넘쳐나지만, 해봐야 득이 없다는 ‘커버 금지곡’ 중 하나로 꼽힌다.

‘슈퍼밴드’는 타이틀부터 글로벌 슈퍼밴드를 결성해보겠다는 취지에서, 애초 그와 같이 각 밴드의 조합과 개성에 집중한 음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밴드의 클래식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고는 하지만, ‘슈퍼밴드’의 팀 결성 특성상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는 전혀 색다른 조합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들 나름의 새로운 음악을 보여줄 것을 기대했건만, 정작 ‘슈퍼밴드’는 어떻게든 대중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새다.

앞서 밴드경연을 선보인 KBS ‘탑밴드’는 정통 밴드 사운드를 자랑했다. 3인조는 3인조대로 5인조는 5인조대로 팀컬러를 확실하게 부각하는 플레이로 밴드 정면 승부를 연출했는데, 그와 달리 ‘슈퍼밴드’는 밴드의 음악에 양념을 첨가했다.

파이널 무대에서만 보자면 ‘Old And Wise’로 특유의 아트록을 선보인 ‘퍼플레인’은 대북과 일렉기타를 이용한 오리엔탈 색채의 인트로부터 이나우의 피아노, 채보훈의 보컬 믹스까지만 해도 한껏 기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사실상 곡의 전체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제법 많은 인원이 투입됐을 법한 스트링과 코러스였다. ‘One More Light’ 무대를 꾸민 ‘호피폴라’에도 스트링과 드럼, 코러스가, 자작곡 ‘Flare’를 선보인 ‘루시’의 무대도 건반 악기와 코러스가 곡의 다이내믹을 도왔다. 역시 자작곡 ‘idc(I Don’t Care)’를 선보인 ‘모네’의 무대는 급기야 AR(All Record/메인 보컬, 코러스 등이 녹음된 반주 형태)이 등장했다. 라이브에 죽고 사는 밴드의 자존심에 AR이 웬 말인가.

결과적으로 악기 조합도 장르도 각기 다른 팀의 경연이었건만 의도적으로 세션을 고루 채우니 매 무대가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마저도 팝 사운드의 편곡이 주를 이뤄 흡사 ‘불후의 명곡’ 스핀오프 버전을 보는 듯하다. 차라리 ‘불후의 명곡’이라면 폭발적이거나 소름 돋는 섬세함을 자랑하는 보컬의 매력이라도 으뜸이겠으나 ‘슈퍼밴드’ 파이널은 그러한 무대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 여파가 문자투표로 이어졌을까, ‘슈퍼밴드’의 문자투표는 총 25만 603건에 그쳤다. 앞서 ‘팬텀싱어’ 시즌1 파이널은 설 연휴 첫날 방송된 탓에 시청률이 0.7%P나 하락했음에도 문자투표가 총 49만 4273건에 달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3.919%였고 최고 시청률은 4.414%였다. 연휴 여파가 아니었다면 시청률 5% 돌파는 물론 문자투표 60만 건을 훌쩍 넘겼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듬해 방송된 ‘팬텀싱어’ 시즌2 파이널은 4.91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문자투표는 총 31만 4248건이었다. 시즌1의 버프로 시청률은 비교적 높았으나 확실한 스타의 부재로 화제성이 떨어진 탓이었다. 그런데 ‘슈퍼밴드’의 경우, 앞서 3팀으로 결승을 치른 ‘팬텀싱어’와 달리 4팀이 결승을 치렀으니 다중 투표 확률을 높였음에도 문자투표가 25만에 그쳤다는 점, 더불어 특이한 영향 없이 최종회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점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밴드를 비롯해 세계적인 밴드를 보자면 자신들만의 음악을 내놓으니 대중이 열광하여 마니아층이 폭넓게 확보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슈퍼밴드’는 자신만의 팀 컬러와 매력으로 대중을 이끌 슈퍼밴드의 탄생을 지켜보길 원했던 마니아층을 만족시키면서 얼마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초대 슈퍼밴드 ‘호피폴라’는 전자보다 후자가 손을 들어준 경우다. 

'퍼플레인'의 첫 무대가 시작도 되기 전 진행자 전현무는 이미 문자투표가 6만 4천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만큼의 숫자는 '빼박' 인기 투표수다. 방송을 통한 경연에 문자투표가 당락을 가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종 우승팀에서 음정도 불안한 메인 보컬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쩐지 씁쓸하다. 또한, 이들은 앞으로의 콘서트에 늘 MR을 이용하거나 드럼과 같은 세션을 추가해야 할 수 있다. 콘서트에서 멤버 외에 다른 세션을 추가하는 일은 흔하지만, 그것이 ‘Must’라면 모양 빠지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호피폴라'가 앞으로 일개 '팀', '그룹'을 넘어 '밴드'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들만의 힘으로 곡을 만들고 구성하고 플레이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계적인 도움을 받으면 혼자서도 풀 밴드 사운드가 가능한 세상에서 그것이 아니라면 '밴드' 결성의 의미가 없다.

또한, ‘슈퍼밴드’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들 자체로 매력적인 밴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팀원 구성 방식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출연자가 차고 넘쳤음에도 오히려 ‘세상과 가까운 음악’으로 대미를 장식한 이번 시즌은 그래서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단지 멤버 중 클래식 전공자나 스페셜 연주자가 한둘 있다고 세상에 없는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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