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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슈퍼밴드' 흔한 오디션 민망할 퀄리티..진짜가 나타났다

  • 입력 2019.04.13 13:1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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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JTBC ‘슈퍼밴드’가 단 1회 만에 참가자들의 놀라운 수준을 자랑하는 경연을 선보여 이후 무대를 더욱 궁금케 했다.

지난 12일 첫선을 보인 JTBC ‘슈퍼밴드’는 숨겨진 뮤지션을 발굴, 최고의 조합과 음악으로 만들어질 슈퍼 밴드를 결성하는 프로그램으로, ‘팬텀싱어’를 연출한 김형중PD의 후속작이다. ‘팬텀싱어’가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팀 팬텀싱어(포르테 디 콰트로, 포레스텔라)를 배출했다면 이번에는 장르도 구성원도 정해지지 않은, 뮤지션 스스로가 만들고 싶은 밴드 결성을 목적으로 한다. 결과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1, 2조의 개인 무대가 펼쳐졌다. 프로듀서로는 윤종신, 윤상, '린킨 파크'의 조 한, '넬'의 김종완,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부터 음악은 배운 적도 없는 독학형 참가자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보컬과 연주, 작곡과 보컬 등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이 가능한 이들이 많아 밴드 멤버로서의 활용도도 상당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첫 무대를 장식한 참가자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OST에 참여하기도 했던 하현상이었다. 당시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캐스팅됐었다는 그는 ‘슈퍼밴드’ 첫 무대에서 ‘All want’를 선보였다. 기타 한 대로 담담하게 노래를 소화한 그는 즉석에서 자작곡 무대를 요청받고 이번엔 건반으로 자리를 옮겨 ‘With you’를 선보였다. 맑은 듯 서정적인 음색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이수현은 “가장 예뻤던 음색이었다. 저의 ‘최애(가장 사랑하는)’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밴드 보컬에 도전한 참가자들은 또 있었다. 아일은 버클리 음대에 피아노로 입학 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스쿨 밴드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슈퍼밴드’에도 연주가 아닌 보컬로 도전해 케니 로긴스의 ‘Cody’s Song’을 선보였다. 김종완은 “(아일이) 작곡을 전공했는데 보컬로 참가한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장점을 하나 더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전공은 재즈 피아노인데 작곡을 하다가 다시 노래에 빠졌다고 하니 굉장히 재주꾼”이라고 평했다.

또한, 수줍은 많은 순수청년 지상은 ‘Thinking out Loud’를 선곡해 정직한 팝 보컬을 뽐냈는데, 노래하는 내내 차렷 자세에서 큰 변화가 없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호감을 갖게 하는 순박한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윤종신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정말 끼가 없다. 보컬은 객석으로 막 뛰어들기도 하지 않나. 너무 얌전한 거 아니냐, 걱정돼서 그런다.”고 말했고 조 한은 “당신 안에 숨은 야수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순간엔 당신과 음악, 그리고 관객과 당신 사이가 연결되어야 하고 그걸 잘 해낸다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수준에 꼭 도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5~6년간 버스킹으로 홀로 음악 생활을 하던 이찬솔의 무대도 있었다. 음악을 배운 적은 없었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버스킹을 시작했고 자신과 함께 연주할 멤버가 절실했다. 이찬솔은 통기타 연주에 ‘Everglow’를 불렀다. 정직하고 탄탄한 보컬이었다. 윤종신은 “가끔 프로듀서들이 버스킹 같은 거 너무 소리 크게 지르면 레코딩 톤 망가진다는 소리 하는데 그게 터무니없는 얘기라는 걸 보여준 것 같다. 버스킹을 많이 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멋있는 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멋있게 거칠다. 이 클립이 굉장히 유명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평했다. 이에 이찬솔은 울컥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그는 “윤종신 프로듀서님이 너무 좋게 말씀해주셔서 되게 고마웠다. 좋은 노래를 많이 알리고 싶어서 (버스킹을) 시작한 건데 그 시간을 인정해주신 것 같아서 약간 울컥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천재들의 무대는 단연 주목을 모았다. 19세 기타리스트 이강호, 김영소와 피아니스트 이나우, 퍼커션 연주자 정솔 등은 ‘슈퍼밴드’와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기타리스트 이강호와 김영소는 콩쿠르를 통해 만나 교류를 이어왔고 서로를 ‘천재’라 인정하며 응원했다. 대기실에서 즉흥 잼을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둘 다 핑거스타일 주법을 위주로 하지만 음악적 개성은 각자 뚜렷했다.

7살 때부터 기타를 잡았다는 이강호는 10살 때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을 카피한 이후 악보를 보지 않고 곡을 카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곡을 들으면 코드와 박자, 멜로디가 모두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강호가 선보인 자작곡 ‘공작새(Peacock)’는 제목에서도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는데, 스타카토, 피치카토, 하모닉스, 슬라이드 등 현악기로 가능한 핑거스타일 주법 대부분을 한 곡에서 만날 수 있을 만큼 현란한 연주 실력을 자랑했다. 기타의 통을 두드려 퍼커션이 동시에 연주되는 느낌을 연출하기도 했다. 19세 소년의 곡과 연주라는 것이 놀라운 지경이었다.

조 한은 “정말 놀라웠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고 윤종신은 이강호를 마이클 헤지스(한 대의 기타로 멜로디, 베이스, 화음, 퍼커션을 모두 표현하는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의 대가)에 비유했다. 또한, 윤상은 “‘저렇게 하면 아무도 필요 없이 혼자 너무 행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나이에 믿어지지 않는 테크닉들이, 보통 음악은 귀로 듣는 건데 이 친구가 연주하는 손을 보고 있으면 눈으로 듣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우아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영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본 후 밤하늘의 은하수를 떠올리며 영감을 얻었다는 ‘Like a star’를 선보였다. 김영소 역시 이강호에 버금가는 훌륭한 테크닉을 구사했는데, 이 곡은 특히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곡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틱한 연출이 뛰어났다.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인트로에 맑은 스트로크가 더해지면서 드넓은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의 장관을 떠올리게 했는데, 방송을 통해 해당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붙은 ‘Like a star’는 원래 이 작품의 OST인가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뽐냈다.

두 천재 기타리스트 친구들의 무대를 마친 후 윤종신은 “아마 두 기타리스트는 많은 참가자가 본인들의 영업 리스트에 넣은 사람들이 되었지 않을까 싶다.”고 평했고, 참가자들 역시 “탐난다”, “촬영이라는 걸 까먹고 감상하게 되더라. 어떻게 손이 그렇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 참가자는 퍼커션 연주자 정솔이었다. 그는 “전 세계타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퍼커셔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를 증명하듯 한 무대에서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해 주목을 모았다. 특히 자작곡 ‘인트로’에서 파치카(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와 행드럼(스위스의 금속 타악기)을 사용했는데 행드럼은 타악기이면서도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 멜로디의 표현이 자유로워 흡사 화음 악기와 타악기가 만난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이어진 ‘3월의 봄’에 맞춰서는 콩가, 카혼, 탬버린, 드럼을 번갈아 연주했다. 이러한 정솔의 무대는 타악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다양한 타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신의 장점을 백분 뽐낸 무대가 됐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이나우는 두 살 아기 때 피아노에 올라가기 위해 낑낑대는 영상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이나우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OST ‘First Step’을 편곡한 연주를 선보였는데 원곡이 가진 느낌을 능가하는 분위기와 몰입도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참가자 중 바이올린을 전공한 벤지는 “피아노를 칠 때 음을 때리는 게 아니라 올라왔을 때의 느낌, 그런 느낌이 확 집중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평했다.

밴드로 어울릴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할 수 있느냐는 즉석 미션을 받은 이나우는 제작진의 휴대폰으로 가사를 공수해 ‘Desperado’를 선보였는데 곡의 분위기를 가득 담은 담백한 보컬까지 자랑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조 한은 “(밴드로 활동한다면) 엘튼 존이 작곡 동료들과 작업하던 모습과 비슷할 것 같다”고 평했고 이어 프로듀서들은 “천재인 것 같다.”, “몰입이 빠르다. 음악이 딱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스타일”, “체질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는 등의 평을 주고받았다.

그 외에도 줄리어드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벤지는 바이올린과 보컬, 랩, 프로듀싱도 가능한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벤지는 ‘Shape of you’의 모든 소리를 바이올린으로 만든 MR을 이용한 무대를 선보였는데, 인트로에서는 흡사 기타를 연주하듯 손으로 현을 뜯거나 스트로크 주법을 이용했고 이후 활을 이용해 파워풀한 연주를 선보였다. 또한, 자작곡인 ‘Telephone’에서는 랩과 보컬 실력을 뽐내며 에너제틱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퍼포먼스도 입담도 재치가 넘쳤다.

또한, 수상 경력도 화려한 정통 클래식파 첼리스트 홍진호는 이번 ‘슈퍼밴드’에 참여하게 된 이유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 클래식 음악이 너무, 소위 특권계층만을 위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회의감도 많이 느꼈다.”고 밝혔는데, 그는 ‘Le Grand Tango’를 통해 묵직하고 정적인 인상이 강한 첼로의 색다른 매력을 자랑했다.

윤종신은 “굉장히 훌륭한 솔리스트다. 작전을 잘 짜면 독보적인 밴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고, 김종완은 ‘넬’의 앨범에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요구해 웃음을 자아냈다. 참가자들 역시 홍진호를 향한 욕심(?)을 보였다. 밴드 ‘더 로즈’의 보컬 김우성과 피아니스트 이강우는 홍진호와 함께라면 둘이서만 해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찜’했다.

그룹의 도전도 있었다. 브리티시 팝 장르를 위주로 하는 ‘더 로즈’는 유럽, 미국 등에서 투어 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해외에서 여느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팀이다. 훈훈한 외모로 인해 참가자들 사이에서 ‘연예인 구경’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과에 따라 팀 전체가 올라갈 수도 일부 팀원만이 올라갈 수도 있었다. 팀원들은 사전에 그에 동의하며 쿨하게 서로를 응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 로즈’는 ‘Breakeven’을 통해 완성형 팀 사운드와 호흡, 무대 매너 등을 고루 보여주었다.

드러머 중 첫 출격한 김치헌은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등장해 ‘Believer’로 곡의 드럼 파트를 연주하면서 솔로 연주를 덧붙여 파워 드럼을 선보였다. 김치헌의 무대가 끝나자 조 한은 참가자들을 향해 “여기 괜찮은 드러머 있으니 데려가라”고 재치 있게 평했다.

이렇듯, 어느 하나도 눈을 뗄 수 없는 무대였다. 다른 천재들의 무대를 감상하는 사이 이들의 머릿속에는 벌써 음악적 구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을 터였다. 밴드는 팀워크가 물론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야 좋은 음악을 보여줄 수 있고 이 실력이 서로 비등해야 조율이 편하고 장기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슈퍼밴드'는 밴드의 초석이 될 진짜 실력자들을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훌륭한 '판'이 될 모양새다. 아직 첫 방송만이 공개된 상황이지만 어쩌면 ‘슈퍼밴드’의 최종 우승팀은 그야말로 슈퍼 밴드가 탄생할지 모르겠다. 

한편, JTBC ‘슈퍼밴드’는 매주 금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사진=JTBC '슈퍼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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