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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호프', 신인 작가의 참신함..베테랑 만난 좋은 예
이은진  |  tvjnews@tv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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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3  08: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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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30년간 끝나지 않은 재판, 창작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HOPE‘)’이 현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뮤지컬 ‘HOPE’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 배경을 보자면,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사에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지만,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했다가 사후 작품이 재평가되면서 그의 미발표 원고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1924년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그의 친구이자 작가였던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해 출간했고 그의 비서였던 에스더 호프에게 원고 일체를 넘겼다. 에스더는 이 원고를 자신의 두 딸에게 유산으로 남기는데, 2008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고 이후 2016년까지 두 번의 재판 모두 국립도서관 측이 승소했다. 2018년 에바 호프의 사망에 따라 사건은 종결됐다. 

뮤지컬 ‘HOPE’는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뮤지컬 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올해 1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약 10일간 선 공연됐다. 원고를 지키기 위해 긴 소송을 벌인 에바 호프의 삶에 상상력을 더하면서 고단했던 모녀의 삶을 과거와 현재의 액자식 구성으로 보게 했다. 집필과 작곡을 맡은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카프카 미발표 원고 소송 기사와 평생 종잇조각을 지키며 살아온 모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고 ‘그들에게 원고란 무엇일까?’, ‘무엇이 저들의 인생을 저렇게 만들었나’라는 궁금증을 바탕으로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실제 사건이지만 큰 틀의 소재를 가져왔을 뿐 극 중 인물과 상황은 새롭게 재구성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뮤지컬 ‘HOPE’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루피나 연출, 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를 비롯해 ‘호프’역의 김선영, 차지연, ‘케이(K)’역의 고훈정, 조형균, 장지후, ‘마리’역의 이하나, 유리아, ‘과거 호프’역의 차엘리야, 이예은, 이윤하, ‘베르트’역의 송용진, 김순택, ‘카델’역의 양지원, 이승현 외 앙상블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이고 이후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강남 작가는 이번 뮤지컬 ‘HOPE(호프)’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2011년에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 소송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됐는데, 당시 기사에 까마귀 같은 행색에 고양이 털이 수북하게 쌓인 코트를 입고 법정에 서서 ‘이 원고가 나야!’라고 외치는 여인을 봤다. 저 사람에게 원고는 어떤 의미일까, 저 코트 안에 저 사람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공연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효은 작곡가는 “작가님이 하루는 평생 종잇조각을 지키고 살아온 모녀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해서 무엇이 그들을 종잇조각만 지키고 살도록 만들었나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특히 '데스노트', '꾿빠이 이상', '마마 돈크라이', '킹아더' 등을 연출한 오루피나 연출, '신과함께-저승편', '랭보', '데 데빌', '킹아더' 등의 음악을 맡은 신은경 음악감독, '마마 돈 크라이', '신흥무관학교', '록키호러쇼', '킹아더' 등의 안무를 맡았던 채현원 안무가 등 베테랑 제작진과 배우들이 신인 제작자와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에 이들의 노련함과 노하우가 덧붙은 시너지는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고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무대 전체를 넓게 활용한 재판장과 같은 형태에 작은 세트, 소품, 조명 등의 효과로 시대, 공간적 배경을 설명한다. 넘버는 총 23곡으로 구성되었고 장면의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가사를 먼저 완성한 후 음악을 더했다. 장면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군무나 현대무용을 가미한 상징적인 표현도 담백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이에 오루피나 연출은 신인 작가와의 만남에 대해 “처음에 대본과 음악을 접하기 전에 간단한 스토리를 들었는데 소재가 정말 재미있었고, 원고를 의인화해서 어떤 것에 집착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이야기를 짧게 들었는데 마음이 ‘쿵’하더라.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난다.”며 “이후 처음 대본과 음악을 받았을 때 굉장히 연극적이면서도 음악도 세련돼서 마음을 울리는 좋은 작품을 만났구나,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했고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출 방향에 대해서는 “제 전작들에서는 조금 더 쇼적이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들을 필요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대본은 특수한 효과나 미사여구보다는 진실한 감정으로 배우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며 “뭔가 특수한 장치 없이 배우들의 감정으로 쭉 끌어가는 흐름으로 이 공연을 완벽하게 채워주고 계신 것 같아서, 이것이 연출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배우분들이 다들 동의해주셨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셨다. 극장에 와서까지 정리하고 보태고 한 것들이 많아서 그런 배우들의 힘으로 애초 의도했던 대로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배우들의 활약에 특히 감사를 전했다.

김선영과 차지연은 허름한 행색을 가진 70대 노파 '호프'를 연기한다. 두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은 단연 뮤지컬 ‘HOPE’의 자랑이다.

   
 
   
 

먼저 김선영은 “처음에 역할에 대한 설명을 전화로 들었는데 까마귀 같은 행색에 얼굴에 버짐이 잔뜩 껴있고 넝마 같은 코트를 입고 게다가 30년 동안 나라와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는 78세 노파라는 이야기에 이 여자의 삶 자체가 굉장히 궁금했다.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한다면 참 재밌고 신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며 “소박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서 보시는 분들이 좀 따뜻하게 채워가시고, 일상을 사실 때 ‘호프’를 생각하시면서 용기와 위로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된다면 굉장히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착한’이라는 말이 어쩌면 요즘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런 좋은 기운을 많이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차지연은 “소극장 무대에서 처음 선영 언니를 만났는데 10년 만에 지난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하게 됐다. 평소 닮고 싶은 어른이자 선배이자 배우여서 같이한다는 소식에 마냥 좋았다.”며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되게 힘이 되고 위로를 받고 있다. 특별한 연령대나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같이 느끼고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그런 힘과 매력이 ‘호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HOPE’의 간략 스토리를 살펴보면 극 중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30년간 끝나지 않은 재판을 큰 배경으로 한다. 평생 원고만을 지켜온 에바 호프와 요제프 클라인의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케이)’를 비롯해 과거 호프의 엄마였던 마리, 요제프의 친구였던 베르트, 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 카델 등의 인물들이 현재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해 과거와 현재의 호프에게 영향을 미친다. 다만 과거의 인물을 연기하다 순간 현재의 다른 인물로 바뀌는 모습은 몰입하던 관객에게는 다소 갑작스러워서 맥이 끊기는 인상도 있다.

   
 
   
 

이에 오루피나 연출은 “호프와 케이를 제외한 배역들은 전부 호프가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과 현재 재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인데 현재 재판에서 원고를 빼앗으려는 변호사, 과거에서도 원고를 빼앗아 팔아넘겼던 카델, 그런 식의 연결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수 있는 작용을 한다.”며 “저희 작품은 과거의 재현이 아닌 호프의 기억이다. 재판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과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회상에 들어가고, 그렇기 때문에 호프가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계속 바라보고 있게 된다. 해서 자칫 너무 튀어서 산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는 호프와 케이의 시선을 놓지 않으려 했던 의도도 있었는데, 관객분들이 그런 재연 장면뿐만 아니라 호프와 케이의 시선으로 같이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고를 의인화한 ‘K’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이에 강남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들겠다고 계획했을 때 육성으로 호프를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케이가 필요했다. 왜 젊은 남자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극 중 원고는 모든 사람의 욕망이었던 것 같다. 베르트에게는 친구의 재능, 마리에게는 연인 베르트와 함께한 과거, 그리고 호프는 내가 아닌 것을 욕망하지 않을까 했다. 늙은 여성이 내가 아닌 모습을 상상한다면 남성의 모습으로, 그것도 젊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K’를 연기하고 있는 고훈정은 “케이가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표현하거나 반문하는 대사도 많아서 조금은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을 해보고 싶었다. 제발 나에게서 벗어나서 (호프가) 자신의 인생을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염원하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연기하고 있다. 세 명의 케이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 안에서는 그렇게 설정하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 자매인 차지연과 차엘리야는 호프의 과거와 현재를 맡는다. 자매로서 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점은 같은 기억과 여러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인물에 녹아들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송용진은 “어느 시대를 살거나 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나, 현대인도 많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데 저희 ‘호프’와 함께 위로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케이가 ‘수고했다’고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는데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는 저도 힐링이 되더라. 그런 힐링과 위로를 많이 느끼시면 좋겠고 저희 배우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이 느낌 그대로 전달해드리도록 하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뮤지컬 ‘HOPE’는 오는 5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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