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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아랑가' 재연의 자신감, 팩션+판소리+상상력 (feat.디테일)

  • 입력 2019.02.13 07:1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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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아랑가’가 3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아랑가’는 475년 백제를 배경으로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도미설화가 결합돼 탄생했다. 실제 역사와 설화가 가미된 이 작품은 역사의 인물 개로왕과 설화의 인물 도미와 그의 아내 아랑을 중심으로, 아랑을 둘러싼 개로와 도미의 비극적인 인생과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노멀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정서 ‘한(恨)’을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판소리와 여백의 미가 가미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가람 작가와 이한밀 작곡가가 탄생키신 뮤지컬 ‘아랑가’에 젊은 국악인 박인혜가 작창을 맡았다.

뮤지컬 ‘아랑가’는 2015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거쳐 2016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초연 이후 이대웅 연출이 합류해 3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이번 재연에서는 특히 각 인물과 장면의 유기적 표현을 강화하고 비극적 삼각관계로 얽힌 주인공들의 서사에 넘버 ‘어둠 속의 빛’을 추가하면서 보다 친철하고 극적인 효과를 보탰다.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TOM1관에서 뮤지컬 '아랑가'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대웅 연출을 비롯해 김가람 작가, 이한밀 작곡가 등 창작진과 배우 강필석, 박한근, 박유덕, 안재영, 김지철, 최연우, 박란주, 이정렬, 김태한, 윤석원, 유동훈, 임규형, 박인혜, 정지혜 등 전 출연진이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개로왕 역을 맡은 강필석은 이 역할로 지난 2016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재연에서도 그의 활약은 든든한 받침이 되어줄 전망이다. 이에 강필석은 “개인적으로 참 즐겁기도 하고 힘든 작품이었는데, 재연을 한다고 연락이 왔을 때 저의 모든 에너지를 다해서 이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임하게 됐다.”며 “창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하나가 돼서 열심히 만들었다. 아마 극장에 오시면 후회는 안 하실 것 같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강필석은 오후 스케줄로 인해 간단한 소감을 전하는 것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이어 김가람 작가는 뮤지컬 ‘아랑가’에 대해 “우리의 전통형식인 창극과 뮤지컬을 결합한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데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이 ‘아랑가’라는 작품은 운명에 놓인 인간들이 잡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고 욕망하지만 결국 그것으로 파멸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해서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창작진이 생각한 것이 ‘꿈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인간’이라는 콘셉트였는데, 현실에서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현실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좀 더 관념화했고,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도창의 비중을 강화했다. 초연에서 도창은 내레이터의 역할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인간의 운명을 좌우지하고, 그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주는 요소들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극의 작창과 도창 역할을 맡고 있는 박인혜는 “‘아랑가’에서 판소리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첫 번째는 말과 노래, 대사와 소리를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이 판소리의 장점이기 때문에 그 유연함으로 정서를 먼저 제안하거나 캐릭터와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장면을 설명할 수 있고 혹은 의미를 설명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판소리로 아주 디테일한 장면 묘사를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전쟁이라든가 백성이 죽어간다든가 칼싸움을 벌인다든가 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하지 않더라도, 소리꾼의 판소리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며 “도창은 초연에서는 내레이터로서 객관적인 거리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존재했다면 재연에서는 이야기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야기의 순간을 돕기도 하는 등 조금 더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웅 연출은 초연과 달라진 재연의 ‘아랑가’를 전했다. “이번 재연에서는 뮤지컬, 연극, 창극, 그런 여러 분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회오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고, 이야기와 인물들이 끊임없이 물고 물려서 쭉 밀고 나가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밸런스에서는 전 시즌의 미덕을 가져오면서 달라진 극장과 환경, 배우들에 맞춰서 조금씩 변화를 줬다.”며 “이번에는 액자형 블랙박스 구조의 극장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이야기 안에 이야기, 이야기와 관객이 관통하는 오브제는 무엇이며, 인물들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서 회화적인 부분들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극 중 여섯 명의 인물들은 두 가지 이상의 레이어가 있다. 아랑의 경우 사한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자 도미와 개로에게는 사랑받는 여인이고, 개로도 왕이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그런 각 인물이 가진 의미의 충돌과 만남에 매력이 있다고 보고, 이런 시적인 작품이 앞으로 뮤지컬 계의 지평을 넓혀주는 선두주자가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한밀 작곡가는 새로운 넘버 ‘어둠 속의 빛’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곡은 애초 개로왕과 아랑의 듀엣으로 기획되었다가 장면의 의미에 따라 도미가 연결된 삼중창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넘버는 드라마의 흐름에 반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면의 의미에 맞춰 세 인물의 곡으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애초 이 넘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은 바뀌지 않았다. 아랑과 개로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데, 해서 곡에서도 루프라고 하는, 비슷한 패턴의 반주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이를 표현했다. 그것에 유념해서 들으시면 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초연부터 아랑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연우는 “초연에서는 무대가 가로로 넓었기 때문에 부채를 많이 사용했고 신체의 연기를 좀 더 크게 썼다면 이번에는 실타래 같은 동선을 많이 쓰고 있다. 잘 보시면 연결이 끊어지는 장면이 없다. 한 순간도 쉴 틈없이 호흡을 쭉 가져가야 하는 과정을 많이 연습하고 공유했다. 그것이 초연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고, 재연의 특장점이 된 것 같다.”며 “특히 도미가 전에는 마냥 사랑꾼이었는데 이번에는 백제를 더 많이 바라보는 사람에서 아랑에게 정착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과정을 많이 보여주게 된 것 같다. 아랑 역시 너무나 평화롭게 살고 있던 부부에게 고통이 닥쳐온 것 같았는데, 왜 개로며 도미이며, 이 여인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이 여자 조차도 삶에서 어떠한 것을 깨닫게 되는가, 란주도 저도 그것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로왕 역의 박한근, 박유덕, 도미 역의 안내영, 김지철, 아랑 역의 박한주는 이번 재연으로 처음 ‘아랑가’와 만나게 됐다. 이에 먼저 박한근은 “초연을 봤을 때 굉장히 감명 깊게 봤고 재밌게 봤다. 해서 다음에 재연이 올라오면 꼭 하고 싶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돼서 열심히, 이 한몸 다바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마지막 공연까지 개로와 우리 ‘아랑가’를 잘 표현해보겠다.”고 전했고, 박유덕은 “넘버가 너무 좋아서 흠뻑 빠져서 연습을 진행했고 공연 에서도 넘버와 스토리에 빠져서 열심히 공연하고 있다. 좋은 작품하게 돼서, 여러 좋은 동료들과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돼서 끝날 때까지 즐거운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미 역의 안재영은 “CJ리딩 때 참여했다가 4년 만에 ‘아랑가’로 돌아왔는데, 그때보다 저도 좀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서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잘 해보자는 생각에 색다르게 만난 작품인 것 같다. 창작진과 배우들 모두와 정말 열심히,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다.”고 밝혔고, 김지철은 “판소리와 창과 뮤지컬의 조합이 뜻이 깊었고,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하고 싶었고 전작들에서 맡은 캐릭터가 밝고 에너제틱한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장군으로서 에너제틱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한국 창작뮤지컬 많이 사랑해달라.”고 전했다.

또한, 박란주는 “초연 때 선배님들이 잘 만들어놓으신 작품을 잘 이어받아서 공연하려고, 매번 누가 되지 않게 정신 바짝차리고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막공 때까지 그 정신줄 놓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각각의 캐릭터에 관한 설명도 있었다. 먼저 개로왕 역할에 대해 박유덕은 “극 중에서의 개로왕은 백성을 보듬어주는 왕이라기보다 저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왕으로, 또 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나라를 잃고 자기 자신도 잃고 아무도 없는 외로운 왕”이라며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데, 악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구려의 첩자인 도림의 꾀에 넘어가서 자신을 잃게 되는데 참 속상하다. 그런 왕이다.”라고 항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도미 역에 대해 안재영은 “실제 설화에서는 도미가 목수로 나오는데 작가님께서 장군으로 새롭게 재구성해주셨다. 개로왕과 아랑을 사랑하는 마음, 또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 여러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다. 결론은 도미는 극 중에서 사랑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고, 더불어 박란주는 아랑 역할에 대해 “개로왕의 꿈에 나오는 인물이자 사랑꾼 도미의 아내다. 저희는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달과 같은 여인으로 표현해보려고 목표를 잡고 연기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까지는 초승달인 것 같아서 막공 때는 보름달에 가까운 아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아랑가’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TOM1관에서 오는 4월 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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