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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재원, '신의 퀴즈5'.."새로운 도전 가능하게 한 작품"

  • 입력 2019.01.27 06:4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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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김재원이 OCN ‘신의 퀴즈 리부트’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에 나섰다.

‘신의 퀴즈’는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대표 시즌제 장르물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의 엘리트 의사들이 미궁에 빠진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고 희귀병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재원은 후반부 최고의 갈등 인물 현상필로 분했다.

현상필은 홍콩 최대 조직의 '넘버2'로, 천재적인 두뇌와 뛰어난 격투 실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잔혹함과 광기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김재원은 그를 연기하기 위해 헤어스타일에서부터 파격 변신을 감행했고 거친 액션부터 의미심장한 미소까지, 잔혹한 조직원으로 완벽 변신했다. 대중이 오랜 시간 기억하는 김재원의 대표 수식어 ‘살인 미소’와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드라마 종영 후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하나씩 전해보자.

먼저, ‘신의 퀴즈 리부트’를 호평 속에 마무리한 소감은 어떨까. 김재원은 좋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영화를 찍듯 즐거웠다고 한다.

“기존의 드라마와 다른 색다른 장르에 도전해서 굉장히 재밌었던 것 같다. 또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즐거웠고 오랜만에 영화를 찍는 느낌으로, 재밌었던 것 같다.”

데뷔 이래 첫 악역을 맡았는데 혹시 부담은 없었을까. 특히 현상필은 극 중후반에 투입되었고 상처 입은 과거사를 숨긴 채 이야기가 진행된 탓에 완벽하게 캐릭터성을 잡고 들어가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터다.

“부담은 전혀 없었다. 어떤 말이든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다(웃음). 사실 현상필이라는 인물은 처음에 제가 받았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저를 보신 후에 모든 것을 통틀어서 바꾼 것이 지금의 현상필이었다. 드라마 중후반부까지도 극의 중심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보니까 정확하게 어떤 인물일지 저도 궁금했다. 사실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극 전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본을 받고 연기할 때 김재원이라는 배우가 연기해서 폐 끼치지 않게, ‘신의 퀴즈’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서포트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었다.”

제작진에서 김재원이라는 배우를 본 후 캐릭터를 전면 수정했다면 본인의 어떤 부분이 작용했을까.

“글쎄, 그건 저도 모르겠다(웃음). 저도 매주 물어봤다. 처음에는 덥수룩한 머리에 조용히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정하는 인물이었는데 저를 보시고 난 후에 활력이 있고 움직임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게 됐다. 10부 정도 찍었을 때 현상필의 과거와 서사가 시놉에 나와서 그걸 잡아서 연기했고, 이후에 디테일은 대본에 따라서 연기하게 됐다.”

첫 악역이었으니 연기에 대한 고민도 꽤 있었을 듯하다. 김재원은 현상필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했다고 한다. 특히 홍콩 조직의 넘버2라는 설정에서 국내 건달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싶었다고.

“요즘 흔히 ‘빌런’이라는 역할이, 무게를 잡고 무섭게 하는 방법도 있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같이 할 수도 있는 건데, 악역이라고 단순히 그렇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단 콘텐츠를 볼 때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신의 퀴즈’라는 드라마는 장르물을 좋아하는 팬들은 좋아하시고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좀 어렵다. 해서 연기까지 무거우면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을 잔뜩 주는 것보다 이미 마음에 원수에 대한 큰 원망이 있기 때문에 힘을 다 빼고 했다. 그동안 건달 역할을 세 번 정도 했는데, 전에는 국산 건달이었다. 국산 건달은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모습이 좀 정형화된 것 같아서 홍콩 건달처럼 가볍게 하고 싶었다(웃음).”

“주변에서 이제 너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웃음). 저는 음양을 믿는 사람이어서 하나의 마음이 커지면 반대의 마음도 커진다고 믿는다. 마음 한구석에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커지고 쌓인다면 분명 또 다른 어딘가에는 반대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안 돼’라고 묶어놓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이걸 꺼내서 현상필을 연기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건 좀 걱정이었다. 케이블 채널이어서 마음대로 연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의가 꽤 세더라(웃음).”

워낙 외모에서부터 파격 변신이었던 탓에 놀랐다는 시청자 반응도 상당했다. 그런 반응을 체감하고 있을까.

“기대는 정말 없었다. 사실 댓글도 잘 보지 않는다. 이런 저의 변화에 대해 좋다, 또는 싫다 하시는 팬들도 있을 텐데, 그건 변화하는 과정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댓글이나 주변 반응을 살피다 보면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연기를 하게 되고, 중구난방 흐름이 되는 것 같아서 오로지 현상필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인물만 생각했다. 쫑파티 끝나고서야 반응을 봤는데 너무 좋은 말씀이 많더라. 뭔가 시험 끝나고 성적표 몰래 까보는 느낌이었달까(웃음). ‘재발견이다’, ‘의외로 악역이 잘 어울린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이번 작품은 저도 도전이자 변신이었는데, 사실 그것도 배우는 도전이라고 하지만 나 혼자 만족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보시는 분들이 사랑해주고 인정해줘야 하는 건데 그래도 이번에는 B학점은 되는 것 같다.”

전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한강우 역할은 말 그대로 김재원을 대표하는 이미지였다. 하여 비교적 순조로울 것 같았으나 김재원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한강우라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자신도 더불어 치유되는 느낌을 받고 이번 ‘신의 퀴즈5’의 현상필의 변신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그녀말’은 정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공황장애도 심하게 왔던 터라 정서적으로 혼돈되고 힘들었는데,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최고의 치유를 해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시에 나의 정신적인 부분을 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역할은 성형외과 의사였지만 계속 누군가를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촬영했고 저도 정신적인 치료가 됐다. 그만큼 정신적인 치유도 됐으니 그렇다면 이제 연기자로 도전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그렇게 ‘신의 퀴즈’로 이어지게 됐다.”

‘정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때’라는 대목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일까.

“처음에 연기를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까,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매번 캐릭터나 연기를 저에게 입혔다. 배우는 드라마가 끝나면 거기에서 잘 빠져 나와야 하는데 그걸 잘 못 하다 보니까 캐릭터와 현실이 혼동되면서 ‘내가 누구지?’ 그런 혼돈이 크게 있었고, 이후에 ‘내 중심을 잡고 (캐릭터는) 연기로 하자’ 싶었다. ‘그녀말’의 한강우가 제 인격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장 쉬웠고, 그걸 중심에 두고 현상필을 연기하면서 조금 쉬울 수 있었다. ‘화정’ 때는 정말로 얼굴이 다 말라가더라. 온종일 ‘왕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것만 매일 생각했었고, 그때 주변에서 다들 노인네 같다고 했었다(웃음). 이번에 현상필은 잘 빠져 나왔고,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두려움에 한 번 갇히게 되면 자꾸 더 조그만 곳으로 들어가게 돼서,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로 이번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한 내적인 변화 외에 배우는 연기로써 보여주어야 하는 기대치도 채워야 한다. 최근에는 연기에서도 지극히 힘을 뺀 생활연기가 유행인 시대가 됐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작품에서는 연기도 흥행도 초대박을 치다가도 차기작에서 내리 ‘발연기’ 등 혹평이 쏟아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부분 제대로 된 기초가 없이 연기 활동에 뛰어든 경우인데, 애초 연기를 배운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러한 고민도 같이 있었던 걸까.

“그랬다. 연기에서 기술적인 부분은 전달의 의미에서 가장 큰 것 같다. 대사라든가 딕션, 발성의 높낮이 눈빛의 교환이나 표정 연기 등에서는 분명 기술적인 부분이 큰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연기는 내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 그렇게 호평을 받는 경우는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잘 해보인 걸 수 있다. 그렇다고 배우가 매번 그런 역할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저도 딱 그 한계를 느낄 때 공황장애가 왔다. 그런데 또 그걸 극복하고 견디는 것이 배우의 숙제인 것 같다. 그걸 완성하고 극복하면 또 다른 옷을 입어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들이 어려운 것이, 외국에서는 액션 배우, 코미디 배우가 따로 있어서 그 장르의 전문 배우로 평생을 쭉 가는데 우리나라 배우들은 매번 변신해야 하고 멜로, 액션, 장르물 등 다 해야 한다. 정말 우리나라 배우들이 대단하다(웃음).”

그러한 극복의 과정이 있어서일까, 최근 명상에 심취해있다고 한다. 그것이 곧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사실 이날 김재원은 인터뷰 중 명리학 열혈 강의를 펼쳐 취재진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과 타인을 알고 소양을 닦는 부분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요즘 명상을 많이 한다. 배우가 겉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 연기라는 것이 결국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내면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게 필요하고 나의 가장 깊은 자아를 알고 있어야 타인의 자아에도 더 가깝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이 명상이었다.”

※ 배우 김재원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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