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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알함브라' 송재정 작가, "게임 속 버그는 바이러스 개념"

  • 입력 2019.01.15 18: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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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종영 2회만을 남긴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히 밝혔다.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이하 ‘알함브라’)는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현빈 분)가 스페인 그라나다에 방문해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 분)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으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증강현실이라는 신전한 소재와 AR게임과 현실이 접목된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2049 시청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 현재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10%대를 넘기며 ‘역시 송재정’이라는 호평 속에 종영을 남겨두고 있다.

15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홀에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과 만났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청률 10%대를 넘겨 고공행진 중이지만 시청률 자체로는 썩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송재정 작가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에 대해 “주변 반응은 뜨거운데 그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실 저는 반응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는 작가는 아니다. ‘알함브라’는 다행히 10대부터 40대까지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는데, 제가 워낙 기존의 플롯과 다른 형식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출신이 예능, 시트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본이란 것을 공부해본 적이 없고 단막 같은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에서 출발했다. ‘인현왕후의 남자’나 ‘더블유’에서도 ‘엉뚱하다’, ‘이게 뭐냐’는 말씀도 많았다. 해서 이번 ‘알함브라’도 과연 이 소재가 먹힐지 의문을 갖고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저는 나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알함브라’의 증강현실이라는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게 됐을까. 이에 송 작가는 “그동안 소재를 어디서 찾았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며 “사실 ‘W’ 끝나고 생각하던 작품의 소재도 타임슬립이었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에 이어 타임슬립 3부작으로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유진우라는 캐릭터는 이미 여기에 쓰려고 만들어져있던 캐릭터였는데, 다만 타임슬립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제가 스스로 욕구가 안 생기더라. 해서 색다른 소재가 없을까 방황하던 중에, 그 당시에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엄청난 열풍이 있을 때였다. 해서 저도 게임을 다운 받아서 해봤는데, ‘이게 드라마로 오면 어떨까’ 눈이 번쩍 뜨이더라. 자본력으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니고서야 과연 통할까 싶은 소재지만, ‘포켓몬 고’처럼 아이템만 CG로 잘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드라마에서 한 번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라는 캐릭터를 가져간 채 증강현실로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함브라’는 증강현실이라는 초 테크놀로지(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를 사용한 SF드라마인 듯했으나,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판타지라는 설명이다. 송 작가는 “타임슬립 판타지냐 증강현실 판타지냐, 결론은 어쨌든 판타지다. 말하자면 과학적인 소재를 가진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렌즈로 게임을 하다가 버그가 시작되고, 이 버그를 해소하려는 유진우의 이야기인데, 시청자들은 이 버그를 시스템으로 해결하지 않을까 하시는데 저는 게임 속에서 판타지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다 보니 기대치가 달라진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 속에서 타격을 입을 경우 고통을 느낀다는 설정은 실제 증강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한다. 송 작가는 “실제로 이 이야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렌즈가 실제 개발 중이고 뇌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 이것이 또 실제 앞으로 선보일 기술이다. (이것을 게임에 접목한다면) 그냥 제작사가 그런 고통을 유저들이 느끼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런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실제 그런 고통을 게임에 넣는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페인 작곡가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작품의 제목이자 극 중 게임 속 대결 장면을 알리는 중요 소재로 등장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W’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모티프를 얻어 출발한 작품이었고, 이번에는 음악을 매개로 타임슬립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선택한 것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그래서 스페인 그라나다가 배경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이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게임의 규칙이 아닌 버그의 규칙이다. 극 중 AR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몹들과 싸워 레벨업을 하거나 유저 간 대결로 승리할 경우 경험치를 획득해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결투 중 타격을 입거나 충돌할 경우 실제와 같은 통증도 수반된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가상일 뿐, 로그아웃을 하면 상처도 무기도 사라지고 현실로 돌아온다.

문제는 게임 속 버그다. 로그인-아웃이 자유로웠던 초반과 달리 현재의 유진우는 렌즈를 빼도, 로그아웃 수신호를 해도 게임에서 나올 수 없다. 또, 게임 초반 접속했을 때는 NPC와 대결 중 수도 없이 패해(죽음) 자동 로그아웃이 됐지만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해서 여타의 RPG 게임처럼 즐길 수 있었는데 유진우와 차형석(박훈 분)이 유저 간 대결을 펼친 후 이 대결에서 패한 차형석이 실제 사망에 이르렀다. 부검을 하지는 않았지만 확인 결과 사망 원인이랄 것이 딱히 없고 단지 그의 몸에 피가 부족하다는 정도의 설명이 있었다. 그러자 유진우는 게임 속에서 자신과의 대결에서 많은 피를 흘리며 죽은 모습 그대로 벤치에 남아 있는 차형석을 본 후 자신과의 대결이 차형석의 사망 원인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심지어 차형석은 이후에도 게임 속 유진우의 적으로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유저 간 대결에서 패배할 경우 현실 사망을 부르는 것인지 추측했다. 그런데 유진우의 비서 서정훈(민진웅 분)은 유저 간 대결도 아닌 게임 속 몹들의 공격을 받은 후 사망했고, 유진우와 동맹이었던 탓인지 이후 유진우가 위기에 처하면 등장해 대신 유진우의 적들과 싸운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져있으면서도 게임 속 버그의 규칙이 일정하지 않다고 성토한다. 

어쨌든 14회까지의 내용에서 보자면 반경 20미터 안에서는 결투가 허용되지 않는 엠마(박신혜의 게임 속 캐릭터) 앞에서, 그것도 결투 제한 구역인 카페 알카사바에서 마르꼬(이재욱 분)가 정세주(찬열 분)에게 실제 칼을 휘둘렀고,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그렇다 해도 게임 속 결투로 사망한 차형석의 몸에 혈액이 부족하다거나 차형석과 서정훈의 다른 조건에서의 죽음, 이후에도 광화문 광장 앞에서 많은 사람이 몹들과 대결을 하고 있었건만 거기에서는 의문의 사망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없다는 점 등, 여전히 이 버그에 관한 규칙은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송 작가는 “그것은 바이러스 같은 개념으로 이해를 하셔야 될 것 같다.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일어난다고 보면 안 되고, 게임에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느 한 점에서 시작돼 번져나가는데, 이 게임 속에서 버그의 가장 큰 규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이러스, 전염성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애초에 버그가 왜 시작됐느냐는 ‘살의’에서 시작한 거다. 유저들끼리의 싸움인데 그냥 싸움이 아니라 정말 살의를 가지고, 욕망을 가지고 싸웠다는 것. 이 판타지의 규칙은 결국 거기서 시작된 거다. 엠마 앞에서 마르꼬와 세주가 칼부림이 났을 때도 진짜 살의를 가지고 있었고 진우와 형석도 각자 가지고 있던 분노, 죽이고 싶었던 마음. 그렇다고 살의가 있으면 무조건 사망에 이르나? 그것은 판타지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버그가 이들을 중심으로 점점 확장되는 거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형석이를 만났을 떄만 아픔을 느꼈고, 그래서 진우도 그런 줄만 알았고. 그런데 어느 순간 로그아웃도 안 돼. 로그아웃을 해도 형석이 나타나. 그 다음에 그라나다에 갔는데 이건 또 왜 그래? 그 다음부터는 바이러스인 거다. 세주는 하루 사이에 갑자기 당한 거여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숨은 거고, 해서 개발자도 못 찾은 현재의 모든 규칙을 1년 동안 진우가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형석의 사망 원인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제가 용서를 구해야 할 부분인데, 말하자면 트릭이었다. 사실 부검까지 했으면 말이 안 되는 설정인데 그 부분은 그냥 외교관의 말을 통해서 ‘그랬대요’라는 정도로 지나갔다. 정밀 부검을 안 했기 때문에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정말로 확인하진 못했다. 해서 실제로는 확인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초반에 이것이 어쩌면 살인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말이었지, 대사에도 보면 ‘정밀 부검을 했는데 혈액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대요’ 또는 ‘부족합니다’라고 결과치로 보여주진 않았다. ‘1차 부검 소견이 그렇다는데요’라고 하고 (정밀 부검을) 엎어버렸다. 이후 시체를 묻었으니 그 부분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그렇다면 어디까지 그 바이러스가 번지고 이 게임이 온전해지려면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는 이제 15,16회에서 밝혀진다. 그 부분에 관해서 아직 진우도 모르고 있고, 진우가 그걸 깨닫게 되는 게 15,16회에 나온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또 한 가지 드는 의문은 개발자가 아닌 플레이어인 진우가 버그를 찾고 있다는 점인데, 개발자는 프로그램의 소스를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개발자가 오류를 찾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 것인데 그것을 개발자는 살기 위해 숨어 있고 지난 1년 동안 유진우가 목숨을 걸고 게임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이해하긴 어렵다. 또한, 진우는 회사의 프로그래머 최양주(조현철 분)에게 이를 정확히 알리지 않고 단지 새로운 아이템을 요구하거나 플레이 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한다. 개발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 역시 최고의 프로그래머인 만큼 차형석과의 대결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소스나 명령어가 삽입 또는 수정된 것이 없는 지를 찾아보라고 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드라마 자체의 진행이 단절되므로 어쨌든 ‘게임 속 버그=바이러스’라고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편이 낫겠다. 송 작가가 밝힌 대로 '알함브라'는 과학적인 소재를 가진 '판타지'라고 하니 말이다.

‘알함브라’는 이제 종영만을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2회의 관전 포인트로 송 작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남았다. ‘엠마가 황금열쇠를 받고 세주가 돌아와 심심하다’가 아니라, 엠마가 왜 엠마여야 하고 박신혜 씨가 꼭 엠마여야 하는지가 마지막에 나온다. 또한, 지긋지긋한 진우의 전처들의 관계와 차교수, 차형석 등 이들과의 문제를 다 해결해야 진우가 희주에게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의 관계와 형석을 죽였다는 마음의 빚을 풀고 가야 한다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마지막까지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총 16부작으로, 금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회 방송으로 종영을 맞는다. [사진제공=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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