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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마리 퀴리', "여성 중심" 시도는 참신했으나..

  • 입력 2018.12.27 10: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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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마리 퀴리의 위대한 발견과 인간적 고뇌를 담은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가 최근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위인전 ‘퀴리 부인’으로 익히 잘 알려진 인물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원소 라듐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등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과학자이지만 라듐의 유해성을 목도하면서 이후 초래할 비극 사이에 고뇌하는 인간 마리 퀴리의 이면을 담고 있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 선정작에 이어,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까지 2관의 영예를 안은 작품으로, 초연의 주인공 마리 퀴리 역에 배우 김소향, 임강희가 나선다.

2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마리 퀴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현우 연출, 천세은 작/작사, 최종윤 작곡가, 신선호 안무가, 윤진희 교수를 비롯해 마리 퀴리 역의 김소향, 임강희, 피에르 퀴리 역의 박영수, 루벤 역의 조풍래, 안느 역의 김히어라, 직공들 김아영, 장민수, 이아름솔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마리 퀴리 역을 맡은 김소향, 임강희의 책임감은 남달랐다. 먼저 임강희는 “처음에 제안 받았을 때 굉장한 책임감을 느꼈다. 여성이 중심인 극이나 여성 서사의 작품이 많이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는 여배우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소향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쁘고 한편으로 불안하고 무섭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극장 작품에서는 여성 타이틀 작품이 많이 있는데 특히 이 대학로에서는 유일무이하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많이 느꼈고,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만큼 공부를 많이 하긴 처음인 것 같다. 위대한 과학자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많은 것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소향은 현재 ‘루드윅’에도 출연 중이다. ‘마리 퀴리’까지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정말 올해 굉장히 행복하게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마리 퀴리’의 경우에는 주변 친구들의 관심이 굉장하다. 많은 여배우들이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성 중심의 작품인) ‘마리 퀴리’라는 작품을 하는 것에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흔한 로맨스물이 아닌 한 과학자를 연기한다는 것에 정말 부러워하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며 주변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김현우 연출 역시 ‘마리 퀴리’의 연출 의도에 대해 “여성 캐릭터가 기존에는 남성 종속적인 관계에 치중한 작품이 많았다면 ‘마리 퀴리’는 단순히 여성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위대한 과학자가 자신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비극에 마주치는 지점, 또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남녀가 아닌 과학자 대 과학자로 포커스를 맞춰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는 마리 퀴리의 인간적 고뇌를 부각할 인물군에 ‘라듐걸스’가 등장한다. 그들은 루벤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들이다. 마리의 연구를 지원해온 사업가 루벤은 라듐을 상업화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퀴리 연구소에서 라듐의 질병 치료 효능을 발견하고 임상 시험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안느는 직공들의 죽음이 라듐 때문이라고 의심하면서 루벤을 고소하고, 마리와 피에르는 라듐의 유해성에 대한 증언으로 서로 입장이 엇갈리게 된다. 이는 극적 갈등을 위한 배치로, 역사적 기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에 천세은 작가는 "마리 퀴리가 과학자로서의 신념이 부딪히면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라듐을 발견했을 때 과학자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을 테지만, 그것이 과연 인류에게 축복이기만 할까 생각하면서 그 상징으로 라듐 걸스와 '안느'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최고의 발견이 과연 인류에게도 최고일까. 마리의 신념과 부딪히면서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안느 역의 김희어라는 “어디까지 허구로, 어디까지 진실로 할 것인지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안느가 능동적으로 움직일수록 마리와 더 크게 부딪히게 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관객들에게 오해를 사지 않을까 싶어서, 마리 퀴리라는 인물이 직진하고 갈 수 있도록 사건을 정리하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도 그에 대해 계속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마리 퀴리'의 음악은 키보드, 클라리넷, 첼로, 드럼으로 구성된 5인조 라이브 밴드가 담당한다. 절제한 작품 분위기의 특성상 넘버들도 화려하진 않지만 장르는 다양하게 구성됐다. 세트 역시 연극 공연을 연상케 하는 정도로 간결하다.

다만, 직공들의 사인을 둘러싼 재판을 담은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의 경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국내 대중에게도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로 각인된 음악 볼레로는 커다란 원탁 위의 무용수와 오페라 가수, 오케스트라의 조합이 환상적인 위용을 자랑한 바 있는데, 이 음악이 극 중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에 쓰인다. 이 장면에서 직공들의 움직임은 어깨를 들썩인다든지 간단한 스탭 정도다. 볼레로라는 음악 자체가 가진 위풍이나 위용과도 그다지 어우러지지 않는 인상이다.

이에 먼저 최종윤 작곡가는 “음악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과학자는 어떤 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고민했다. 해서 멜로디보다는 악기편성이나 반주, 편곡 기법과 화성 등에 차별점을 두려고 했다.”며 “재판 장면에서 볼레로를 썼을 때 걱정했던 것이,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을 표현할 때 그것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나의 결정이 맞는가? 그런 질문이 많이 들었다. 결국 순간의 슬픔보다는 그들이 얼마나 사랑받아야 하는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했고 거기에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겠구나 생각했다. 해서 그들을 춤을 추게 만들고 작은 액션이지만 충분히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게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장면인 것 같아서 설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선호 안무가는 “볼레로는 무용극으로 더 유명한 장면이고 전 세계적으로 표현됐는데, 뮤지컬에서 쓴 건 처음이다. 이 장면이 순수한 열정을 가졌던 직공들의 죽음을 표현해야 하는데, 외적인 장치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검정'이다. 그들이 내뱉는 진짜 마음속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했고, 그들이 노래하고 걷고 그런 걸 직접적으로 넣고 싶었고, 동작도 과하지 않게 최대한의 동선과 스탭 위주로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극 중 마리는 “우리는 발견자다. 구원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라듐의 유해성을 의심하면서도 자신의 연구를 합리화한다. 눈을 잃으면서도 연구에 몰두했던 마리 퀴리의 일생은 그렇게 전체적으로 다소 어두운 질감으로 표현된다.

이에 김현우 연출은 “마리라는 캐릭터가 이미 남성 중심의 기득권층이 형성되어 있는 사회, 그 사이에 여성 과학자가 어떻게 자신의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지가 가장 중심이었다. 관객들이 이 작품에 어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 나의 신념이 옳은가 아닌가 고민하고 다시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마리 퀴리가 위인전에 나오는 단순히 위대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게 아니라 내적인 고민과 질문을 가진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피에르 퀴리 역은 박영수가 맡는다. 라듐의 피폭 유해성을 발견했을 때 다른 누가 아닌 자신의 몸을 희생해 그를 입증하려는 원칙주의자다. 이에 박영수는 “피에르 퀴리는, 저희 공연에서는 마리와의 행복했던 부분도 나오고 가장 부딪혔던 부분도 나오는데, 그들의 기억에서 왜곡된 부분들로 서로를 바라보는 점이 굉장히 재밌었다. 서로 조력자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부딪히는 점도 피에르 퀴리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루벤은 마리 부부의 실험을 후원하는 투자가이면서 라듐 피폭으로 숨진 직공들의 공장을 소유한 인물로 극적 갈등의 중심이 된다. 이에 루벤 역을 맡은 조풍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을 때 그것이 악역으로 보일 수 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루벤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러 인물을 만났을 때 각자 다른 태도를 취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특히 남성극 중심의 대학로에 여성 중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상징일 뿐, 대극장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볼거리도 들을 거리도 다소 부실하다. 과연 그들이 자랑하는 의미를 넘어서는 작품 자체의 매력으로 연말 대작들 사이 선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한편, 뮤지컬 ‘마리 퀴리’는 오는 2019년 1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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