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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완성형 웰메이드 자신하는 이유

  • 입력 2018.12.22 05:1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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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올해로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연출 황재헌)’이 완성형을 자랑하는 디테일과 공감을 무기로 최근 대학로 무대에 막을 올렸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친구이자 형제로, 때로는 연인이자 천적으로 지내던 ‘연옥’와 ‘정민’이 매주 목요일 비겁함, 역사, 죽음 등 어느 한 가지의 주제로 토론을 하며 덮어두기만 했던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복잡미묘한 남녀의 심리를 풀어낸 작품이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연극과 뮤지컬에서 다양한 활약을 보인 황재헌이 작/연출을 맡아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꿰뚫으며 섬세하고 복잡한 남녀의 심리를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끈다.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정민’과 ‘연옥’의 토론을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그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에게 같은 물음을 던진다.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예그린씨어터에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황재헌 연출을 비롯해 윤유선, 우미화, 성기윤, 성열석, 왕보인, 김소정 외 전 출연진이 참석해 장면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시즌은 황재헌 연출이 ‘프레임의 완성’을 자신해 주목을 모았다.

먼저 황재헌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는 특별한 부분을 없애려고 특별히 신경 쓴 것 같다. 지난 5년 동안 조금씩 업데이트를 해왔는데, 매번 전 시즌에서 더 만지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연습 때는 중간쯤부터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오더라.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이, 어쩌면 이대로 이 공연이 일종의 프레임화가 돼서, 연출인 저도 바뀌고 지금의 젊은 배우들이 나이 들어서 이 작품을 통해 계속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그런 소박한 바람이 생기더라.”며 “공연 자체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을 다루지만 내용은 대단히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보편타당함이 관객들을 만나서 인정을 받고 앞으로 꾸준히 공연될 가능성을 엿봤다고 할까. 해서 나중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이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날 가능성, 토대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시즌으로 공연으로서 ‘완성형 프레임화’를 구축하게 된 황 연출의 구체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공연 연출가로서 품고 있던 오랜 고민의 흔적이기도 했다.

그는 “공연이 예술일 수 있다면, 그리고 예술이 정치나 경제와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율 배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수용할 수 있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보는데, 해서 이번 시즌에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그 보편타당함을 위해서 캐릭터들과 관계들의 특별함에 더욱더 날카로움을 더하려고 애를 썼다.”며 “표면적으로는 중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심지어 10대도, 60대 이상도 누구나 궁금해할 남녀의 관계, 그것이 남자와 여자이든, 부모와 자식이든, 그 관계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 본질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특별하고 추상화된 모델을 사용하다 보니까 특수한 상황의 인물, 직업군을 선택했고 그 특별함을 더욱더 날카롭게 해서 누구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는 부드러움을 찾으려 했다. 전 시즌에 비해 캐릭터들이 더 선명해지고 뾰족해지고 날카로워져서 이 날카로움이 부딪혔을 때 더욱 특별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레임화라는 것이, 올해 했던 공연을 내년에도 똑같이 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특별함을 또 다른 배우들이 그에 맞춰 해준다면 결국에는 수없이 많은 ‘연옥’과 ‘정민’이 나오더라도 하나의 탄탄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겠다는, 연출이나 작가로서의 기대가 생겼다. 출연진이 달라져서 공연의 정신 자체가 달라진다면 과연 공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연출로서 그런 고민을 굉장히 오래 했다. 해서 그렇지 않은 공연도 가능하다는 것. 개인도 행복하고 공연도 살아남고, 그렇게 지속 가능한, 공연 자체의 생명력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윤유선, 성기윤의 소감도 있었다. 먼저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능청스럽고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 성기윤은 “저 스스로는 ‘정민’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너무 오랜만에 연극을 하는 것이기도 했고, 나름 부담감도 컸는데 올해는 좀 더 ‘정민’에만 집중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겸손을 보였다. 이어 윤유선은 “저도 작년에는 너무 오랜만에 공연을 하는 거였고, 방백(상대역과 대화 중에 관객에게는 들리지만, 상대역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으로 하고 혼자 하는 대사)이라는 것이 저한테는 좀 어려워서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번에는 그래서 더, 다시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도 이번에 좀 더 편해진 것 같다. 같이하는 성기윤 씨도 그렇고 이제는 정말 ‘정민’과 ‘연옥’으로 하는 느낌이 들어서 편하게 되는 것 같고, 다시 하니까 새로운 고민, 새로운 마음가짐, 또 ‘정민’을 대하는 태도도 좀 다르게 느껴져서 다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시즌에 ‘연옥’으로 새롭게 합류한 우미화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게 돼서 기뻤고, 작품이 이미 잘 만들어진 틀이 다 있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새로운 성열석 배우와 ‘정민’과 ‘연옥’을 하는 제가 각각의 색깔로, 다른 방식으로 사이를 메꿔가는 것을 연출님이 많이 지지해줬고 연습 방향성도 그랬기 때문에 되게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정민’을 연기하게 된 성열석은 앞선 시즌을 통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 배역을 모두 섭렵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에 성열석은 “전에 아주 잠깐이지만 ‘덕수’도 두어 번 했었고 ‘남자’ 역할도 해서, 이 작품의 남자 역할을 다 했던 것 같은데, ‘정민’의 과거이고 전사(前史)이니까 나의 과거를 지니고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긴 하다. 과거에 인터뷰할 때도 나중에 ‘정민’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대한 더 나이 들어 보이게 열심히 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젊은 시절의 ‘정민’과 ‘연옥’ 격이라 할 수 있는 ‘남자’, ‘여자’ 역할에는 왕보인, 김소정 배우가 맡는다. 두 배우는 원 캐스트로 활약한다. 먼저 왕보인은 “선배님들의 호흡을 최대한 따라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연옥의 대사 중에 ‘첫 느낌이 느끼하고 재수 없었다’는 말이 있어서 그걸 최대한 살려보려고 했다.”고 너스레를 보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소정은 “선배님들이 장면이나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셔서 그걸 잘 받아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과 ‘연옥’의 딸 ‘이경’은 백수민과 정승혜가 맡는다. 먼저 정승혜는 “‘이경’은 상처가 많은 아이지만 어느 가족에게나 힘든 일이나 아픔은 다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이경’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은 없었는데,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들, 쥐잡듯이 때린다거나 발로 세게 찬다거나 욕설을 맛깔나게 해야 한다거나 이런 부분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백수민은 “저도 ‘이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고, 다만 연극이 처음이라,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같은 감정을 매 공연마다 진실하게 전달하는 게 지금도 저에게는 큰 과제고 해서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경’의 남자친구 ‘덕수’ 역은 김한종과 김주영이 맡는다. 걸크러쉬를 자랑하는 ‘이경’에 굴하지 순애보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김한종은 “순애보적인 부분은 저와 굉장히 닮았다. 82%는 닮았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성격인데 그 부분이 ‘덕수’와 닮았다고 생각하고 그 외에도 모든 부분이 그냥 ‘덕수’다.”라고 자신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김한종은 “저는 ‘덕수’와 전혀 매치가 없다. 순전히 연기일 뿐이다. ‘덕수’처럼 순수하지도 않고, 스무 살도 아니다. 이제는 많이 나이가 든 것 같다. 그나마 비슷하다면 좀 바보 같다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황 연출의 언급과 같이,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현재와 과거의 ‘연옥’과 ‘정민’을 통해 폭넓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에피소드들이 다수 등장하고 더불어 그들의 딸 ‘이경’과 남자친구 ‘덕수’를 통해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녹아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특히 좁은 골목 안 이웃사촌들의 이야기로 전 연령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중년에 국한되지 않아서 대학로를 찾는 젊은 관객들에게도 능히 추천할만하다.

이에 성기윤은 “일단 관객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잘 만든 연극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경험하고 있지만, 정말 웰메이드라는 것. 모든 순간이 점묘법 화가가 그린 그림처럼 점들을 수없이 찍어서 모든 순간을 이루고 있어서, 한 점만 비어도 선이 연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모든 순간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작년에는 제가 그 선이 되려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이 작품 속에서 그냥 한 점으로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좀 더 편해진 것 같다.”고 자신하면서, “내용으로 보자면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얘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얘기일 수 있고 모두에게는 현재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자기 혼자 고민하면 비극적인 일일 텐데, 무대에 놓고 멀리서 희극적으로 보시면 객관적인 판단을 하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윤유선은 “제 아들이 작년과 올해 공연을 봤는데, 작년에는 저렇게 피곤하게 살 필요가 있냐고 하더니 올해는 공감하는 대사들이 있었다고 하더라. 해서 ‘아, 이렇게 어린 친구들도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저희 작품이 문학적, 철학적 요소가 많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케미, 볼거리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연옥’과 ‘정민’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떤 면에서는 남자,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느낌, 남자, 여자를 조금 빨리 알아가는 사용설명서 같은 이야기여서 많이들 보러오시고 공감해주시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또 우미화는 “‘연옥’의 입장에서는 암이었지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연민하고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 자체가 연인이자 형제이자 부부이자 여러 관계성을 얘기하고 있고, 젊은 층에서는 ‘이경’과 ‘덕수’에게 몰입할 수 있고 중년층에서는 현재의 ‘연옥’과 ‘정민’에 몰입할 수 있는, 해서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열석은 “저희 포스터에 ‘오늘만큼은 솔직해지자’는 문구가 있는데 그 얘기는 결국 솔직해야 하는데 솔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진짜로 솔직해졌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객석에서 대놓고 엿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한편,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2019년 2월 10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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