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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방황하는 아버지의 칼날. 영화 <방황하는 칼날>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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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8  2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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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방황하는 칼날(さまよう刃)』은 2003년 일본에서 출판, 2009년 이미 일본에서 한 차례 영상으로 옮겨진 바가 있다. <베스트셀러>(2010)로 관객과 평단의 이목을 받은 이정호 감독은 원작을 접한 후 원작의 영화화를 위해 7년 동안 이어온 집념으로 영화 <방황하는 칼날>을 완성했다. 그리고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감독은 시나리오 수정만 무려 50고를 진행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 딸이 처참하게 죽었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했던 상현의 억울한 父精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하나뿐인 딸을 잃은 피해자가 되었다가 이제는 살인자가 되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딸의 죽음 앞에 무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그리고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그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철용을 발견한다. 순간,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인 상현은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한편, 수진이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억관(이성민)은 철용의 살해현장을 본 후, 상현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하고 상현은 딸의 죽음에 관련된 또 한명의 공범인 조두식을 찾아 강원도로 향한다. 
   
▲ 억관과 현수는 상현이 딸을 죽인 가해자를 살해했음을 알게된다
  <방황하는 칼날>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죄를 처벌해야 하는 법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며, 죄를 다스리지 못해 법으로 구원받지 못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향해 한탄스러운 복수의 칼날을 세우기도 하지만 피해자가 쥔 칼날은 날카롭지 못하고 무뎌서 가해자를 향한 칼날은 하염없이 흔들리기만 한다.
  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를 가진 경찰조차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 앞에서 방황하기만 한다. 법이 집행하지 못하는 죄를 단죄하기 위해 딸을 잃은 아버지의 새하얀 사투는 도덕과 양심이 남아있지 않은 18세 소년들에게 처벌이 느슨한 어쩔 수 없는 허술한 법의 모순을 지적한다. 그리고 가해자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어긋난 부정과 모정으로 인해 딸을 비참하게 잃은 통곡하는 父精은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다.
  
   
▲ 새하얀 설원에서 나머지 공범 조두식을 쫓는 상현
  그저 새하얀 설원에서 시체처럼 차갑게 굳은 손과 발을 뻗어 오직 딸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뻗뻗하게 굳은 다리를 움직이며 하염없이 묵묵히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짐승같은 가해자를 향해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피해자의 아버지인 상현은 한번도 오열하지 않는다. 다만 폭발하려는 감정을 다스리고 참으면서 묵묵히 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가해자를 쫓을 뿐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 즉 피의자가 된 상현을 쫓는 형사 억관은 수진을 잔인하게 죽인 학생을 처벌해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 단죄의 역할을 맡은 상현을 말려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시종일관 잠잠하다. 분노를 터뜨리는 피해자도 없고 피의자가 되버린 가해자를 단죄해달라는 피해자도 없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주장하며 호기롭게 외치는 장면도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사람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몫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있을 뿐이다. 
 
   
▲ 조두식을 향해 분노에 찬 총구를 겨누기 위해 설원을 넘어가는 상현
  가해자는 절대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모진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살아간다. 법은 끔찍한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무심하고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가해자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그들에게 죄를 엄격하게 묻지 못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허술한 법을 이용해 교묘하게 법망을 악용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현시대의 모순과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안타까운 父精, 그리고 가슴 시린 두 남자의 추격 스토리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4월 10일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분명한 범죄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방황하는 슬픈 현실. 영화 <방황하는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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