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리뷰] 연말 대확행,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믿고 보는 웃음

  • 입력 2018.12.09 13:05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이하 ’젠틀맨스 가이드‘)’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라기보다 ‘대확행’에 가깝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쫀쫀한 호흡과 극 전반의 코믹한 설정과 기발한 스토리로 대형극장의 객석이 오랜만에 관객들의 박장대소로 넘실댄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로이 호니먼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범죄자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코미디 작품이다. 1900년대 초 영국 런던, 미천한 신분에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라는 청년이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를 결심하면서 자신보다 높은 서열의 후계자들을 차례로 제거해가는 이야기가 기발하면서도 코믹한 설정들로 이어진다.

2013년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2014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극본상, 연출상, 의상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고 같은 해 드라마 데스트 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드라마리그어워드 등에서도 최우수 뮤지컬상을 휩쓸었을 만큼 탄탄한 구성과 작품성을 자랑한다.

그는 국내 초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식 유머 코드를 한국식으로 각색한 부분이 극 전체의 흐름에 맛깔스러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국내 흥행을 이끌고 있고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을 비롯해 임소하(임혜영), 김아선, 김현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능청맞은 연기의 향연은 순간의 애드리브마저 폭소가 터지는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극의 시작은 경고에서부터다. 복수와 살인, 피로 물든 이야기, 겁이 나냐. 갈 거면 빨리 가라는 첫 장면은 그들의 경고와는 다른 미묘한 생동감과 기대감이 넘친다. 이후 몬티가 등장하면서 본격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것은 살인 용의자로 감옥행 신세가 된 몬티가 혹시 모를 자신의 사형을 앞두고 쓴 자서전이자 연쇄살인의 기록이었다.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제1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그의 작전은 실로 기발하다. 자신은 그저 판을 벌일 뿐, 계획은 착착 들어맞는다. 물론 과정에서의 실패도 있다. 그런데 이 실패의 순간이 더욱 큰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다이스퀴스 역을 맡은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은 극 중 가문의 후계자들로 무려 1인 9역을 소화하는데 이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캐릭터마다의 개성도 독특하다. 남자를 더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의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슴을 크게 부풀린 여성 기부사업가, 신분을 배제하고 몬티의 능력을 높이 산 은행장, 왜 가난하고 그러느냐는 힐난을 쏟아내는 백작 등이 배우들의 의상 퀵체인징과 함께 등장에서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고귀한 신분에 엄청난 부를 가진 이들이지만 그나마 멀쩡한 인물이라고는 은행장 한 사람 정도여서 코믹과 풍자가 교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몬티 역의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가 극의 중심을 이끌고 몬티의 두 여인 시벨라와 피비 역의 임소하, 김아선은 생동감 넘치는 상반된 매력의 여인을 보여준다. 더불어 주,조연급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앙상블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조합도 ’젠틀맨스 가이드‘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특히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서의 백미라면 대형 스크린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이 스크린은 영상의 출력인 만큼 세트 구사의 한계를 멀찌감치 뛰어넘는데, 그러면서도 영상 속 화면 전환은 뮤지컬 세트의 전환 방식을 비슷하게 재현해 흡사 엄청난 양의 세트와 소품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물론 이를 두고 장르의 자존심을 구겼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젠틀맨스 가이드‘ 속 스크린은 배경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실제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따라붙는데, 특히 다이스퀴스 가문 인물들의 초상화가 앙상블 배우들로 대체되어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스크린과 실사가 만난 시너지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렇듯, 기발한 코믹과 풍자, 배우들의 열연, 세트, 넘버, 오케스트라의 조합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올 연말 뮤지컬을 관람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대확행‘으로 추천할만하다. 한바탕 폭소 후 공연장 밖에서는 관객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삼삼오오 열혈 소감을 쏟아내는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그에 동참하는 재미까지도 매우 쏠쏠하다.

한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은 오는 2019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