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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도피자들' 단막극의 드렌티한 파격, 기대해볼만

  • 입력 2018.10.26 09:1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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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KBS 드라마스페셜 2018의 7번째 작품 ‘도피자들’이 단막극만의 신선한 감각으로 새로움과 대중성의 경계를 실험한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별관 대본연습실에서 KBS 드라마스페셜 2018 7번째 작품 ‘도피자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은 연출을 비롯해 이학주, 김새벽, 김주헌이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피자들’은 꿈속과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판타지 드라마다. 예고도 없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연인 희주(최유화 분)를 떠나보낸 뒤 지욱(이학주 분)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진다. 이제는 꿈속에서만 희주를 만날 수 있기에 그는 하루의 대부분 긴 잠에 빠져든 채로 보낸다. 그곳에는 꿈의 세계를 담당하는 일명 ‘담당자(김주헌 분)가 있다. 꿈으로 도피한 이들의 꿈속 기억을 지우고 현실 세계로 튕겨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욱의 꿈속에는 그와 비슷한 처지의 세영(김새벽 분)이라는 여인이 있다. 세영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다. 꿈속에서 늘 세영은 아들을 끌어안고 대신 차에 치이지만 이제는 그렇게 반복되는 패턴을 끝내고 싶다.

그들의 꿈에서 또 하나의 가상공간이 펼쳐진다는 상상은 ‘도피자들’을 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로 탄생시킨다. 특히 꿈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감각적인 비주얼과 미장센을 통해 그곳이 가상의 공간임을 극대화한다. 또한 ‘꿈’이라는 것이 실제 개연성도 부연도 필요치 않은 순간의 단편이거나 파노라마인 만큼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빠른 장면 전환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유영은 연출은 먼저 ‘도피자들’에 대해 “꿈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만든 드라마다. 꿈이라는 소재가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도 매일 꿈을 꾸면서 그 꿈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거나 선명한 경험을 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현실적인 소재라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극 중 인물들 역시 현실에서 피하고 싶은 아픔이 있고, 그를 위해 꿈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판타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서로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영상에서 보신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장르가 많이 섞여 있다. 액션도 많고 경쾌한 코믹, 판타지, 휴머니즘적인 부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꿈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영화 ‘인셉션’에서 비교되지만, 실상 제작비로 보자면 그에 비교할 수 없는 초저예산 작품이다. 이에 유 연출은 “'인셉션'은 저희와 비교도 안 되는 큰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고, 저희는 저희의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무엇보다 꿈과 현실을 분리하는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유 연출은 “꿈과 현실을 정확하게 분리해야만 시청자 분들이 헷갈리지 않고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조명 등 컬러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촬영 기법이나 소품, 조명 등을 통해 최대한 꿈과 현실을 구현하고 그 차이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도피자들’만의 감각적인 비주얼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피자들’에는 이학주, 김새벽, 김주헌, 최유화 등 브라운관에서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이미 단편, 독립영화나 웹 드라마, 연극 무대 등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온 배우들이어서 그들의 시너지가 보여줄 ‘도피자들’을 기대하게 한다.

이번 캐스팅에 대해 유 연출은 “이분들은 TV에서는 저도 많이 뵙지 못한 분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나 단편 영화들을 즐겨보는 편이어서 저에게는 익숙한 분들이었다.”며 “지욱은 평소 진지하고 아픔이 많은 캐릭터지만 꿈 안에서는 남성적이면서 장난스럽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이학주 씨가 적합했다. 세영도 초반, 중반, 후반부에서의 느낌이 다르다. 초반에는 알 수 없는 어떤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후반에는 서늘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김새벽 배우가 잘 맞았다. 김주헌 씨는 이번 ‘도피자들’까지 단막극 두 편에서 함께하게 됐는데, TV나 영화보다 연극에서 많이 활동하는 분이다. 한 지인에게 추천을 받고 연극을 보러 갔는데 코믹하면서도 무겁고 진지한 모습까지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연극 속에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시는 걸 보고 캐스팅하게 됐다.”며 이번 캐스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직 형사이자 연인을 잃고 꿈으로 도피하는 ‘지욱’ 역에는 배우 이학주가 분한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이학주는 변화무쌍한 장면 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화려하면서도 날렵한 액션은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학주는 이번 ‘도피자들’로 드라마 첫 주연으로 분한다.

이에 이학주는 “일단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아서 좋았다”며 “주연이라는 부담감도 있어서 촬영장에서는 걱정을 많이 해서 ‘걱정쟁이’ 같은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경험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액션 스쿨을 오가며 배웠다는 리얼 액션과 함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그 안에서도 지욱의 상실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이학주는 “꿈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걸 연기로 표현하기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며 “일단 지욱의 상실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잘못 잡으면 길을 잃겠다고 생각해 그 점에 유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액션은 모두 대역 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주헌이 형과 액션으로 붙는 신이 많았는데 생각만큼 잘 안 나오더라. 형이 한 번에 세게 가자고 해서 진짜 한 번에 세게 갔는데 오케이가 됐다.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혹시 다음에 또 액션을 하게 되면 눈 딱 감고 한 번에 세게 가야지 싶었다. 액션이 확실히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 너스레를 보태기도. 이학주는 자신의 첫 주연작품인 ‘도피자들’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새벽은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꿈속에서 머무는 여자 ‘세영’으로 분한다. 김새벽은 “작년부터 이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 1년 정도 현장에서 도피했었다. 마치 극 중 세영처럼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 기간 동안 촬영을 하지 않고 피했었는데,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고 대본이 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영처럼 저도 개인적으로 극복해보고 싶었던 점도 있었고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게 너무 좋았고, 그래서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출연의 이유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현장에서 도피하고 싶었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김새벽은 “저라는 사람이 연기하면서 겪는 것들, 그런 것이 저와 잘 맞는지 스스로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헤매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꿈의 세계를 담당하고 꿈 안으로 들어온 이들을 관리하는 ‘담당자’ 역은 배우 김주헌이 맡는다. 김주헌은 ‘엠 버터플라이’, ‘거미여인의 키스’, ‘카포네 트릴로지’, ‘돌아서서 떠나라’ 등 최근까지도 연극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배우로 연극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 <궁합>에서 ‘육손’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주헌은 “담당자는 꿈 안의 세계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 담당자 역시 도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었다. 담당자 역시 소외된 계층의 인물이라고 해석하고 연기했다. 저는 주로 밤에 촬영했는데 장소가 구치소나 시멘트 공장처럼 생소한 곳이었다. 그 공간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이 좋았다”고 밝혔다.

전작 ‘너무 한낮의 연애’에 이어 또 한 번 유영은 연출과 드라마스페셜로 호흡하게 된 김주헌은 “배우가 함께 촬영했던 감독님에게 대본을 두 개나 받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너무 한낮의 연애’는 잔잔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역동적이다. 그런 두 작품에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유 연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배우들은 단막극만의 매력으로 신선한 시도에 입을 모았다. 먼저 김새벽은 “단막극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 아닌가 싶다. 조명이든 카메라든 일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기법들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도 현장에서 촬영 감독님들이 신나서 촬영하시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그런 부분이 드라마에 잘 담긴 것 같고, 10편이 있으면 10편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단막극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고, 이어 김주헌은 “단막극은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이번 작품의 경우 액션 신이 많았는데, 액션만의 쾌감이 있는 것 같다. 이학주 배우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우리는 한 테이크라도 더 가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 더 많이 촬영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촬영하면서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고 전하기도.

유 연출은 단막극에 두 편의 연출을 담당한 만큼 "실험적인 소재를 적용했을 때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까, 실험과 대중성의 마지노선을 확인하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무작정 새로우니 좋다기보다는 이러한 실험이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새로움인지 그에 대한 '정도'를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을 단막극의 기능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끝으로 유 연출은 이번 ‘도피자들’에 대해 “소재의 새로움도 중요하지만, 드라마의 정서를 따라가면서 잘 이해해주실 수 있다면, 그 정도만 돼도 감사할 것 같다.”며 “인물의 감정을 잘 따라가면서 마치 인물과 함께 꿈과 현실을 오갔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마지막 엔딩을 봤을 때의 감정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KBS2 드라마스페셜 2018의 7번째 작품 ‘도피자들’은 26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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