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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플라시도 도밍고, 77세 거장의 지치지 않는 열정

  • 입력 2018.10.24 19: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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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20세기 세계 3대 테너로 군림한 오페라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77)가 오는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의 내한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취재진들과 만났다.

올해로 77세를 맞은 플라시도 도밍고는 1991년 첫 내한공연을 개최한 이후 꾸준히 국내 무대를 찾았고, 지난 2016년 내한 이후 2년 만에 7번째 내한공연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즈가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밍고는 이번 무대에서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중 ‘겨울 폭풍은 달빛에 사라지고’,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중 ‘달님에게’ 등의 오페라 가곡뿐만 아니라 마르티네즈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을 비롯해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중 듀엣 ‘눈물들이여’ 등 약 10여 곡의 주옥같은 명곡들과 관객들을 만난다.

또한, 도밍고의 오랜 파트너이자 지난해 파바로티 서거 10주년 기념 공연의 지휘를 맡았던 유진 콘이 이번 콘서트의 지휘봉을 잡는다. 연주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하며 소프라노 임영인이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한다.

도밍고는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했다가 1962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로 출연한 뒤 이후 50년간 최고의 테너로 활동했다가 지난 2007년 영국의 한 인터뷰를 통해 다시 바리톤으로 돌아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리톤으로 활동하면서도 런던, 밀라노, 발렌시아 공연을 비롯해 2016-17시즌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나부코’의 나부코 역, ‘라 트라비아타’의 조르조 제르몽 역으로 출연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24일 오후,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밍고는 이번 공연의 셋 리스트 구성에 대해 "다른 공연에서도 항상 그렇듯, 많은 오페라, 뮤지컬, 팝 등 훌륭한 곡들이 있지만,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 관객들과 영적인 교감이 가능한지를 중심으로 곡들을 선택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세계에서 아주 많은 공연을 한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즈와 한국 최고의 소프라노 임영인, 훌륭한 지휘자 유진 콘과 함께한다. 한국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드리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무대를 자주 찾은 만큼 한국에 대한 마음도 각별했다. 도밍고는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는데, 올 때마다 사람들이 항상 친절하고, 즐거움과 따스함을 느껴서 매우 행복하다.”고 전하며 “한국의 놀라운 점은 아이들에게 피아노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악기를 하나씩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여러 클래스가 있고 세계 다른 여러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한국의 현상은 큰 자랑일 것이다. 앞으로도 세계적인 음악가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유진 콘은 “세계적인 음악가 중에서 특히 한국 음악가들이 기대가 되는 이유는, 맨해튼 뉴저지에 살고 있는데 한국어 표지판이 많아지고 있고, 60%가 한국인이다. 또한, 많은 한국인이 음악학교에 다니고 있다. 음악은 굉장히 인간적이면서 영적 소통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음악가들은) 너무나도 재능이 있고 인간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음악가들은 기술(기교)뿐만 아니라 음악의 내면적인 부분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해서 한국인과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며 한국 예술을 밝게 전망했다.

이어 도밍고는 한국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공연에서 소프라노 임영인과 앵콜 무대를 장식할 ‘그리운 금강산’은 그동안 도밍고의 내한공연에서 소프라노 홍혜경, 박소영 등과도 함께한 친근한 곡이다. 이에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노래를 듣고 벅찬 사랑과 감정을 느꼈다. ‘그리운 금강산’은 매우 아름다운 곡이다. 라틴어권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깊은 선율과 부드러운 소리를 가진 곡을 찾기 힘들다.”며 “이탈리아어와 한국어 발음이 많이 유사한 것 같다. 두 나라의 말이 둥글고 부드러운 소리가 있어서 더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또 한국어 노래를 사랑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다른 한국어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임영인은 "이번에 선생님께서 특별히 저를 선택해주셔서 같이 공연하게 된 것에 영광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에 앵콜곡으로 선생님과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게 됐다. 최고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선택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도밍고가 이번 내한공연에서 마지막 곡으로 택한 '사랑, 내 삶의 모든 것'(Amor, vida de mi vida)은 지난 1990년 로마월드컵전야제에서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한 첫 '쓰리 테너 콘서트'에서 불렀던 곡으로 유명하다. 당시 콘서트 실황을 담은 음반은 전 세계 1.200만 장이 팔려 클래식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도밍고는 "혼자 불러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특별하지만, 셋이서 호흡과 하모니를 맞췄던 무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연이었다. (2007년 파파로티 사망) 이후 호세의 병세(백혈병으로 투병했던)가 호전돼 이 곡을 다시 부른 것만으로도 굉장히 특별한 기억이었다.”며 “서로 경쟁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경쟁할 필요가 없었고, 사람들은 질투나 시기를 우려했지만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나는 그들과의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곡은 아주 어려서부터 들었던 곡이고 지금도 늘 함께하는 곡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추천해주신 곡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나 나의 젊은 시절, 그리고 떠나가 버린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곡”이라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77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에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꼽았다. 도밍고는 “77세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노래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언젠가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시기가 오겠지만 지금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노래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콘서트나 오페라에서 관객들과 함께 숨 쉬고 즐기고 울고 웃으며 나눴던 특별한 교감은 그 자체로 큰 힘을 만들어준다.”며 “또한 음악을 통해 조수미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도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훌륭한 오페라 가수들의 무대나 그들의 세계투어를 보면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도 그런 음악에 대한 사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해 거장의 남다른 음악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플라시도 도밍고의 7번째 내한공연은 오는 2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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