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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방탄소년단, 영어는 안 하고 일본어는 한다?

  • 입력 2018.09.16 13:2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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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방탄소년단이 오는 11월, 일본에서 앨범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우익 성향과 '여혐' 논란을 가진 일본의 아키모토 아스시와 협업은 취소됐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의 결사반대가 이끌어낸 결과여서 주목을 모은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에서도 우리말을 포기하지 않았건만 왜 일본 진출에서는 우리말을 포기하는 것일까.

앞서 일본 매체는 “방탄소년단이 오는 11월 싱글 앨범을 발매한다.”고 전하면서 “신곡 '버드'(Bird)와 기존 발표곡 '페이크 러브(FAKE LOVE)·‘에어플레인 파트 투(Airplane pt.2)’의 일본어 버전이 실린다. '버드'는 아키모토 야스시가 작사한다.”고 보도했다.

아키모토 야스시는 일본 AKB48의 총괄 프로듀서로, 최근 종영한 한-일 여성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기획과 론칭에도 참여한 바 있다.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이 알려지자 팬클럽 ‘아미’가 들고 일어섰다. 우익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여성 혐오성 가사를 만들었던 인물과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이 자칫 그룹의 이미지를 깎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으로 따뜻한 사회를 구축하고자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장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팬덤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강경한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 카페를 통해 “일본 싱글 앨범에 대한 팬 여러분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논란이 된 '버드(Bird)'를 제외하고 '아이돌(IDOL)' 리믹스 버전을 수록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팬덤은 일단 반가운 기색을 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보통 K팝 그룹이 해외 활동에 나설 때 대부분 오리지널 버전과 함께 일본에서는 일본어 버전을, 미국에서는 영어 버전을 따로 제작해 현지를 공략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빌보드 200(앨범차트)’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도 오리지널 버전만으로 활동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오리지널 버전의 최고 쾌거였다.

이를 두고 방시혁 프로듀서는 한 인터뷰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영어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 진출을 위해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것과 다르다. K팝 가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 회사와 계약하는 것은 이미 K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시장에 아시안 가수가 데뷔하는 것이다. 그것은 K팝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고 작년 말 고척돔 콘서트를 앞둔 간담회에서는 "한글 음악으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제껏 방탄소년단과 그의 팬들은 그렇게 해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바도 있다. 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 팬덤에도 긍정적 이미지와 효과를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방탄소년단은 현재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일본 진출에서만은 일본어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어쩐지 앞선 발언과의 문맥이 매끄럽지 않다.

일본에서 K팝 가수나 그룹이 활동할 때 일본어 버전을 동시 출시하는 경우, 이는 보통 일본 기획사 측의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먼저 거절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앨범 재킷부터 음원까지 오리지널 거의 그대로를 담았다. 다만 가사집에 가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노래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당연히 국내만큼의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존재감과 가치는 더욱 치솟았고 ‘한국 그룹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이미지를 온 대중에게 심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급기야 그들은 ‘문화대통령’으로 통했다.

일본이 아시아권 가수가 일본 시장에 들어올 때 일본어를 요구하는 것은 실상 일본의 여전한 사대주의적 발상이 깔려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 또한 가장 우위에 있는 시장에 들어오려면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그들이 언감생심 마이클 잭슨에게 일본어 버전을 내라 했는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본격적으로 기획형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고 꾸준하게 해외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들 중에도 현재 방탄소년단의 입지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이미 ‘대표 K팝 알리미’로 인식되고 있는 방탄소년단마저 유독 일본에서는 일본어 버전을 내놓는다는 소식은 어쩐지 씁쓸하다. 그것도 이번엔 우익 성향과 ‘여혐’의 우려를 낳고 있는 인물과의 협업이 성사될 뻔했다. 방시혁이 평소 그의 가사 세계관을 좋아했다거나 그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는 일본 내 보도는 국내 대중에게는 충격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 진출을 위한 일본어 버전 제작은 오리콘 차트 진입의 유리함과 콘서트, 팬미팅 등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은 뻔한 이치다. 일국 일본 시장의 가치가 스스로 언급했던 ‘진짜 K팝을 알린다’는 가치를 넘어서는 것인지 실로 궁금한 대목이다. 결정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지금의 영광을 만들어 준 것은 전 세계 팬덤 '아미'가 아니던가. 그들이 뿔이 날 상황을 프로듀서 방시혁은 왜 예상치 못했을까. 빅히트 측이 팬덤 ‘아미’의 강경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미'는 방탄소년단을 두고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K팝 대표 주자로 더욱 우뚝 서게 하고자 하건만, 빅히트 측의 이런 안일한 행보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거론되며 K팝 가수의 병역특례의 예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논란이었으나 그만큼 방탄소년단이 현재 K팝의 최전방 선두주자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정기적인 일본어 버전 출시는 다른 이유로 꽤 씁쓸하다. 너무나 많은 기대와 짐을 지우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일국의 '대표 주자'라는 무게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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