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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준상, 논란의 화제작 뮤지컬 '바넘'을 대하는 자세

  • 입력 2018.08.13 11:0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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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유준상이 라이선스 뮤지컬 ‘바넘 : 위대한 쇼맨(이하 ’바넘‘)'에서 주인공 바넘 역할로 관객들과 만난다.

뮤지컬 ‘바넘’은 근대적 대형 서커스를 제작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이끈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생애를 담은 쇼 뮤지컬 작품으로, 유준상은 박건형, 김준현과 함께 스티플 캐스트로 바넘을 연기한다.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이 진행 중이다.

‘바넘’은 휴 잭맨이 바넘으로 출연한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의 원작이다. 1980년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웨스트앤드를 거쳐 현재까지도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이 지난 7일 드디어 국내에서 초연의 막을 올렸다. 라이선스로 들여왔지만 스토리를 가져왔을 뿐, 연출과 표현에서는 우리 창착물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대형 무대로 스케일을 키워 뮤지컬과 서커스가 결합한 화려한 쇼 뮤지컬을 완성했다.

다만, 뮤지컬 ‘바넘’은 작품과는 별개로 다른 논란을 가지고 있는데. 작품 속 주인공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 대한 ‘미화’라는 문제다. 그가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가장 큰 수단은 소위 ‘인간 동물원’이었다. 질병이나 유전적 요인으로 기형적 신체를 가진 사람을 전 세계에서 모아 서커스를 열었고 일부는 철장에 가둬 전시했다. 생각보다 흥행이 저조할 때는 노이즈마케팅이나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말하자면 관객들이 지불하는 돈 만큼의 ‘놀라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후 그가 완전히 망했을 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단원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큰 비난을 받았고, 반면 마케팅의 귀재라고도 불린다.

그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국내 초연의 제작진도 배우들도 ‘미화’만은 말자는 합의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나선 유준상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는 듯 입을 열었다.

“바넘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있고 이슈들이 있죠. 미국에서도 여전히 평가가 반반이라고 하더라고요. 엔터테인먼트로써의 쇼 비즈니스를 처음 만들었고, 제임스 베일리와 바넘이 만든 ‘지상 최대의 쇼’가 작년에 끝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한 공연이 150년이 이어졌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 아닌가. 해서 일단은 ‘미화는 시키지 말자’는 게 저희 제작진부터 모든 배우들의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제 대사에도 지속적으로 ‘나는 사기꾼’이다‘라는 말을 해요. ’사기는 나쁜 게 아니다‘ 하면서도 ’그렇다. 나는 사기꾼이다‘ 인정하거든요. 만약 사기꾼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바넘은 이런 사람입니다‘ 하면 거짓말이나 미화가 될 수 있는데,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것. 그 부분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바넘이 망했을 때 톱스타가 된 단원이 먼저 바넘을 찾아와서 자신의 매니저를 해달라는 식으로 재기에 도움을 줬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근거로 해서 영화와도 또 다르게,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게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뮤지컬 무대에서만 20년의 세월을 활동한 베테랑 배우 유준상이 관객들 사이 일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스몰 라이선스와 이성준 음악감독이었다고 한다.

“결정이 아주 늦은 편이었어요. 일단은 기다려보자, 마지막 대본을 보고 결정하고 싶었고, 사실 대본이 재미없으면 안 하려고 했거든요. 영화도 화려하게 나왔었고, 미화라는 후폭풍이 있을 수 있고. 결국 좋은 이야기로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저도 오래 기다려야 했어요. 오케이만 해놓고 막상 잘 안 되면 안 되는 거니까(웃음). 그런데 최종본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리고 기다렸던 이성준 감독이 하시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결정하게 됐죠. 같이 ‘프랑켄슈타인’을 했던 분들이라, 그 분들과 아니면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정이 났고, 스몰 라이선스만 사서, 반은 창작이라 해야 될 것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정말 잘만 만들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사의 양도 두세 배여서 정말로 연습을 엄청나게 했죠.”

그만큼 부담은 있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한 인간의 굴곡진 인생이라는 점에서 보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사실 쇼 뮤지컬이라 이번엔 ‘진짜 안 울겠지’ 했는데, 몰입해서 딱 그 순간이 되니까 제 인생과 겹치면서, 세 번을 우는 거예요(웃음). 이 친구가 쇼 비지니스를 그만두고 정치를 하다가 아내가 죽고, 이후에 다시 쇼 비즈니스로 와달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아내를 생각하면서 노래할 때 많이 울게 돼요. 쇼 뮤지컬인데도, 관객들도 어느 순간 자신과 겹칠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굳이 감동이 아니더라도 자기 인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묘한 지점이 있어요. 사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 않을까. 이 바넘이라는 사람에게서 좋았던 게, 정말 엄청난 성공과 실패를 계속 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했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거. 결국 이겨냈다는 거였어요. 그런 한 사람의 인생사를 보시다보면 관객들도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과 만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극장 사이즈의 원작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대극장 공연으로 각색된 작품들은 앞서서도 있었다. 유준상이 출연한 ‘잭 더 리퍼’나 삼총사‘ 외에서도 ’헤드윅‘, ’록키호러쇼‘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바넘’에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을까.

“쇼와 이야기죠. 그 둘의 균형이, 각색이 잘 됐어요. 원래는 소극장 뮤지컬이어서 대극장으로 오면서 볼거리도 있어야 하고, 원작 ‘바넘’의 원래 음악이 굉장히 좋은데 거기에 오케스트라가 들어가면서 쇼 뮤지컬의 느낌이 훨씬 많이 살고, 서커스도 잘 들어왔고 이야기도 잘 됐고요. ‘잭 더 리퍼’나 ‘삼총사’ 때도 원작은 정말 작은 공연인데, 우리가 들여와서 대극장 공연으로 만든 걸 보고 그쪽에서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이번 ‘바넘’도 아마 근래 작품들 중에 이렇게 조명을 많이 쓴 작품이 없을 겁니다(웃음). 엄청난 양의 전구들과 의상과 무대와 서커스가 있고, 이야기, 음악, 쇼, 연기가 합쳐져서 ‘잘 흘러간다‘, ‘볼만하다’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저는 어제 첫 공연을 했는데 너무들 좋아해주셔서 다행이고, 해서 이것도 10주년? 욕심이 생깁니다. 이거 10주년이면 예순인데, 솔직히 체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습니다(웃음).”

이번 ‘바넘’까지도 마찬가지로, 어쩌다보니 10년마다 쇼 뮤지컬과 인연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20년의 시간을 뮤지컬 무대에서 보내다보니 이제는 ‘감’도 생겼다는 그다.

“사실 ‘프랑켄슈타인’도, ‘그날들’도 처음에는 ‘이게 되겠어?’ 다들 그랬거든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건 되겠다’, ‘이건 힘들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게 있는데, 유독 이번엔 그 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제가 꼭 10년에 한 번씩은 쇼 뮤지컬을 했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렇게 돼서 재밌다 했는데 최근까지도 라이선스로는 쇼 뮤지컬들이 있지만 창작으로는 거의 없었는데, 이성준 감독이 음악을 정말 잘 뽑아줬고, 서커스도 처음에는 해외 서커스팀을 섭외하려고 했다가 비자 문제나 그런 것들이 있어서 국내 서커스 팀으로 섭외를 했는데, 키가 작으면서 연기까지 되는 분이 오히려 국내 팀에 실제로 계세요. 해서 그분들이 우리를 보고 오히려 신기해하고, 우리는 또 그분들을 보고 신기해하고 그런 상황이에요. 정말로, 만약 제가 20년을 뮤지컬을 안 했으면 도전할 수 없는 작품이 아닌가. 아주 여러 가지가 담긴 작품이고, 이성준 감독이 워낙 음악을 어렵게 쓰기도 하고, 미국 원작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 노래는 2분 30초 동안 쉬지를 않아요. 도대체 숨을 쉴 데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브로드웨이에서는 소극장이라 배우들이 많이 안 움직이는데 우리는 대극장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체력이 안 받쳐주면 안 되겠더라고요. 해서 그런 면에서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무튼 결론은 10주년을 기대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위대한 쇼맨’과는 다른, 뮤지컬만의 현장성과 생동감은 뮤지컬 ‘바넘’의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그를 위해 배우들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될까?’에서 ‘되겠다’로 자신감을 굳혀갔다고 한다.

“물론 영화 스케일만큼은 안 되겠지만, 뮤지컬도 제작비도 제법 많이 들어갔고요. 열 번의 런을 돌았고, 테크 리허설부터 전체 6번을 돌았는데, 사실 이게 한 배역 당 한번 돌까 말까 한데 저희는 이 연습을 공연과 똑같이 하면서 계속 빈틈을 메우면서 정말 철저하게 많은 준비를 했어요. 극장에 세트가 세워지고, 배우들이 들어가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거든요. 서커스가 있어서 안전장치들이 물론 있고, 회전무대가 두 개가 있는데 속도가 빨라서 아주 생생한 느낌이 있고요. 또 대사가 많고 각각의 장면이 많아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안 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다했습니다. 첫 공연이 다행히 잘 올라갔고요.”

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20년이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제가 처음 공연할 때는 쇼 뮤지컬이 대부분이어서, 춤과 연기 중심이었는데 어느 날 성악 하는 친구들이 들어오고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연습만이 살길이다’ 그런 생각이 확 오더라고요.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무대에서는 이미 끝났을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에 관객들이 안 오던 시절에 공연을 했기 때문에, 어느 날은 강원도에 야외에 한 열 명 앉아 계신데, ”내가 원하는 건!“ 그러고 있으니(웃음). 그래서 나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드라마도 영화도 하고, 또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도 계속 레슨을 받고 있고. 매년 한 권씩 일기를 쓰는데, 공연에 대한 기록이 10년 전 작품들도 그날그날 다 써놨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재산이죠. 해서 그걸 다시 보면서 좀 지칠 때 ‘내가 물러설 수 없지’, ‘관객들이 기다린다’, ‘누군가는 나를 기다리고 나를 보고 있다’. 그게 제 열정의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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