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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채시라, 36년차 베테랑 배우의 소신.."지금도 선택은 변신"

  • 입력 2018.08.13 10:1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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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주말 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로 명불허전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뽐낸 배우 채시라가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에 나섰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별이 떠났다’는 50대와 20대, 기혼과 미혼 등 너무나도 다른 두 여자의 동거를 통해 남편의 애인과의 갈등, 결혼과 임신으로 ‘나’를 내려놓게 되는 현실 등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채시라는 극 중 남편의 외도에 상처받고 스스로 집안에 자신을 가둔 서영희를 맡아 열연했다. 아들과의 관계로 임신하게 된 정효(조보아 분)가 서영희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두 여인의 기막힌 동거에는 차츰 여자, 엄마라는 유대가 형성된다. 이는 서영희로 하여금 세상을 향한 새로운 걸음으로 이어진다.

채시라는 극 초반 결혼에 관해 냉소적이면서도 서늘한 서영희를 완벽하게 소화해 ‘역시 채시라’라는 호평과 함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테랑 배우 채시라로서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것이 3년 만에 ‘이별이 떠났다’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채시라의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들어보자.

드라마를 마치고, 요즘은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촬영이 끝난 지도 며칠 안 돼서 끝난 것도 실감이 잘 안 되고, 끝나자마자 둘째와 마트에 가서 약속했던 장난감을 사주고 하느냐고 반나절이 가고, 또 저녁에는 시댁 식구들과 같이 보내기도 하고, 또 드라마 쫑파티도 하고 그러면서 며칠이 금방 갔네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이어 3년 만에 드라마 복귀로 ‘이별이 떠났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변신’이었다고 한다.

“드라마 복귀에 3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사실 제 마음을 딱 끌 만한 작업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번 서영희라는 인물은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끄집어내서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재밌을 것 같았고요. 물론 엄마나 모성을 보여주는 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상처로 인해 갇혀 있던 여자가 밖으로 나와서 홀로서기까지의 성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흔치 않은 이야기에 많이 끌렸고요.”

특히 이번 ‘이별이 떠났다’는 제작발표회 당시 채시라의 ‘덕후’임을 스스로 인증한 김민식 연출과의 호흡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현장은 어땠을까.

“아유(웃음), 배우를 그렇게 사랑해주시는 현장에서 일하는 건 저도 영광이었고, 너무나 행복했죠. 주변에서 하는 말씀이, ‘감독님 눈에 항상 하트가 있더라’, ‘굉장히 흐뭇해하시더라’ 그런 얘기도 있었고요(웃음). 그만큼 감독님께서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시려고 한 게 아닌가. 그런 남다른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연과 치열하지만, 굉장히 행복한 여름을 보냈구나 생각하고요. 그러면서도 현장이 굉장히 활력 있고, 밀도가 있고, 특히 우리 감독님부터 스태프들 모두가 장면 하나하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싶어 해서, 저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가능한 한 많이 찍으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놓치는 건 감독님이 잡아주시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제가 먼저 얘기하기도 했고, 그런 면이 특히 다른 현장과 달랐던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항상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조금 더 다져가고 만들어가고, 이번에 그런 작업을 해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았고요.”

‘이별이 떠났다’는 불륜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두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겠다는 남편 한상진(이성재 분), 줄기차게 이혼을 요구하는 불륜녀 김세영(정혜영 분), 본처의 집에 기거하는 불륜녀의 어머니 김옥자(양희경 분), 아들의 아기를 임신한 채 서영희의 집으로 쳐들어온 정효까지 자칫 막장으로 비칠 수 있는 소재였지만, 각자의 처지에 놓인 여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 수작이었다. 결국, 여자이며 엄마라는 공통분모는 선과 악의 단순구조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우리 주변에는 사실 이보다 더한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황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끔,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각자의 인물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보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했는데, 일단 원작이 워낙 좋았고요. 다만 드라마이다 보니 좀 더 극적인 이야기들이 들어가긴 했는데 저 역시도 여자라는 입장에서 출발했고, 여자의 성장기로 봤기 때문에. 엄마도 여자고, 아내도 여자고, 여자라는 출발점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보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가 막히면서도 드라마적으로는 참 재밌다. 영희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세영의 어머니인 옥자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옥자도 딸을 위하면서도 영희를 이해하게 되는, 그런 부분들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주말드라마라는 특성 때문일까, 캐릭터 간 치고받는 싸움과 눈물의 열연이 화제가 됐지만, 그보다 차분하고 정적인 심리묘사를 보여줄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무래도 드라마는 어느 정도 보장된 방향으로 가게 되죠. 저는 이왕이면 정혜영 씨와 치고받는 부분은 오히려 좀 더 속 시원하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은데(웃음), 그건 서영희의 개인적인 이야기고요. 어쨌든 한 방향을 선택을 해야 한다면, 인물 간 심리적인 이야기를 진하게 보여줬으면 어떨까 물론 아쉬움은 있지만, 만약 그랬다면 분명 또, 가지 않은 다른 선택을 놓친 아쉬움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합니다.”

이번 작품으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조보아에 대해서는 특급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성재, 정혜영에게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준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조보아 씨는, 정말 뭘 하나 얘길 해도 눈을 반짝거리면서 받아들이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있어서, ‘아 됐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라는 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하는 작업이어서, 리허설이든 그 전이든 ‘같이 맞춰볼래?’ 하면 굉장히 좋아하고요. 사실 후배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먼저 말하는 게 어려운데, 제가 그렇게 해보자고 하면 너무 잘 따라줬고, 저는 그건 또 선배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정말 되는대로 열 번, 스무 번도 맞춰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사랑, 애정이 생기면서 그런 교감을 많이 했었고. 보아 씨가 또 그런 표현을 잘해요. ‘선배님을 정말로 사랑하게 된 것 같다(웃음)’, ‘자꾸 보게 된다’, ‘너무 감사하다’는 그런 표현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잘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이번 작품으로 보아 씨가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본인도 아마 뿌듯하지 않을까. 보아 씨는 연말에 꼭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성재 씨나 정혜영 씨는 정말 선뜻 맡기가 어려운 역할인데 그걸 맡아서 해줬다는 거. 끝까지 잘 마무리 해줘서 굉장히 고맙고요.”

친정과도 같은 MBC 복귀에서 효자 노릇까지 톡톡히 했는데,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점쳐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자 채시라는 손사래까지 치며 절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냈다.

“아유, 상이란 건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괜히 큰일 납니다(웃음). 정말로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쨌든 보아 씨는 정말 상을 꼭 탔으면 좋겠고, 성재 씨도 학교에서만 봤지 작품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고, 혜영 씨도 그렇고 다들 처음 호흡해보는 거였는데 쉽지 않은 역할을 너무들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회에서는 배우 최불암이 카메오로 등장해 채시라와 부녀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모았다. 고령의 배우인 만큼 뜨거운 여름날 야외 촬영이 가장 걱정이었다고.

“그날 촬영이 낮 11시, 12시 그 땡볕에, 그 더운 여름에, 산 중턱에 그늘도 한 점 없이 정말 뜨거웠어요. 거기다 선생님과 오랜만에 뵙는데, 건강 해치시면 안 되는데, 일단 그 생각이 가장 컸죠. 그리고 선생님과 한 화면에 투샷으로 나왔다는 게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선생님에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시라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언제고 작품으로 다시 또 뵈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면 좋겠고요.”

※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로 만난 배우 채시라의 인터뷰, 후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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