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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올드함이 식상함은 아니다

  • 입력 2018.07.25 14:0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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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의 개봉 20주년 기념작,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가 최근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그린 2인극으로, 이별을 앞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직폭력배의 두목 ‘공상두’는 살인을 저지른 뒤 자수에 앞서 사랑하는 연인 ‘채희주’를 만나러 간다. 그런 ‘공상두’와 ‘채희주’의 마지막 하룻밤은 사랑과 이별이 동시에 공존하면서 애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1996년 초연된 이 작품은 이만희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화 ‘약속’과 드라마 ‘연인’으로도 제작됐다. 특히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약속’은 영화의 인기와 함께 OST 제시카의 ‘Goodbye’가 공존의 히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콘텐츠 그라운드에서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지호 연출을 비롯해 김주헌, 김찬호, 박정복, 전성민, 이진희, 신다은이 출연해 장면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김지호 연출은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연출 방향에 대해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2018년의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6년에 초연된 작품이어서 자칫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본을 받았을 때 (원작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해서 원작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연습을 진행할수록 우리 스스로가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작품이 쓰인 시기는 오래됐지만 이를 만들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오래된 사람들이 아니고, 글자만 현대적으로 바꾼다고 현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는 사람이 현대인들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에서는 ‘공상두’를 중심으로 상두의 조직폭력배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조직의 2인자 엄기탁과 공상두의 브로맨스가 진한 남성 느와르의 색채를 완성한다. 그러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공상두’와 ‘희주’의 2인극이어서 그들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데, 영화를 먼저 관람한 관객이라면 자칫 밋밋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명대사 퍼레이드 만으로도 능히 관람 포인트를 채운다. '희주'의 대사 “다른 여자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네 마음속에서 날 재껴놓는 것도 나한텐 배신이야”라는 특히 이 작품의 명대사로 꼽힌다. 당시의 멜로 장르에서 이렇듯 당돌한 여주인공도 흔치 않았다.

김지호 연출은 “극이 사건 위주가 아니라 대화 위주여서 구조적인 스펙타클함을 가미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반대로 덜어내고 담백하게 가려고 했다. 감정의 과잉을 막고 여백을 줘서 관객들이 그들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1990년대는 홍콩 느와르 영화들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일명 ‘조폭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던 때다. 영화 ‘약속’ 역시 당시의 추세를 타고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현재는 폭력 미화를 지양하는 추세여서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원작자 이만희 작가는 특히 이번 ‘돌아서서 떠나라’의 제작 방향을 전적으로 맡겼다고 하는데, 실제 공연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고.

김지호 연출은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조폭 영화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자칫 범죄 미화로 오해할 수 있어서 이 부분에 신경을 썼다. 우리 작품에서는 어떤 부분에서도 범죄를 미화하고 있지 않다. 사랑과 슬픔이라는 감정에 공상두가 가진 죄책감이 잘 표현되지 않을 수 있어서 이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며 "무대 제작에 있어서도 미쟝센에 집중했다. '올드함'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일명 '추억 소환'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뀌려면 희주의 집도 예쁘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했고, 상두가 없었던 2년 반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무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공상두’ 역의 김주헌은 "감정의 과잉을 막자는 게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극장이라는 공간에 들어왔을 때 우리만의 이야기로 끝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주라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과 자신의 죗값을 알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해서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보다 좀 더 큰 의미, 예를 들어 어머니 같은 느낌으로 확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정복은 “테이블 작업을 좀 오래 했고, 너무 직구이다 보니 올드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첫 런을 돌고 나서 94년에 처음에 쓰신 그대로 해보자 생각했다. 연출님의 주문도 일단 해보자는 거였다. 일단은 우리 말처럼 해보고 찾고 두드리다 보면 그렇게 올드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서로의 무언의 동의 같은 게 있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김찬호는 “저는 그동안 인간 아닌 역할이나 강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우리 공연의 경우 지금의 대학로에서 흥행하고 있는, 많이 꼬거나 반전이 있진 않다. 그러나 지금 대학로에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어서 꼭 해보고 싶었고, 우리 출연진들이 멜로 초보들인데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멜로를 직구로 돌파하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고. 다른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감성로맨스를 보러 오시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어 ‘희주’ 역할에서, 먼저 신다은은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다 이번 작품으로 대학로 무대에 서게 됐다. 2012년에 처음 대본을 봤을 때의 감흥을 잊을 수 없어 달려들었다며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신다은은 "2012년도에 대본을 처음 보고,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대본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이만희 선생님만의 철학이 너무 소소하게 잘 담겨 있었다. 희주와 상두의 교감 방식이 굉장히 특별하면서 평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가 사랑을 해서 그런지 공감이 됐고 이번에 다시 한다고 해서 제가 적극 달려들어 참여하게 됐다.”며 “2012년에는 공감보다는 그냥 우리나라에도 이런 글이 있나, 그 정도 생각이었다. 당시에는 사랑은 없다고 단정 지었던 때고 어렸고 굳이 거기에 공감하려고 들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그사이 저도 결혼을 하면서 좀 더 공감이 됐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에는 이런 진한 멜로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조그만 자신감이 생겨서 도전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진희는 "우리는 모두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을까. 그런 쓸데없는 말 사이에, 그런 정적 사이에 두 사람의 마음이 충분히 관객들에 잘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서 사랑은 나중 문제였던 것 같고, 엄마, 아빠, 상두도 다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그들이 없어지면 나도 없는 거고, 그런 희주의 외로움을 관객들이 느껴주시면 좋겠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전성민은 “제 왜소한 외향 때문에 그동안 10대 역할을 주로 해서, 이런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제 욕심이 아닐까 걱정했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제 성격, 나이에서 묻어나오는 것들이 희주와 잘 맞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스스로 의심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힘들었는데,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언니, 오빠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힘이 많이 됐다. 그것으로 버티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결국은 제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을 겉으로 보여줘야 된다는 부분에서 좀 힘들었던 건데, 지금은 극복을 했고, 어떻게 이 집에서 희주라는 인물로 상두를 만날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지호 연출은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를 두고 “오래된 사랑 이야기”라며 정의하면서 “저희는 피하려고 하지 않았고 오래된 걸 감추려 하지 않았다. 오랜 사랑이라는 것이 한편으로 손해, 맹목이라는 말로 바뀌어버렸는데 이 오래된 사랑 이야기야말로 낭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1996년 초연된 작품을 다시 올린다는 점에 '올드함'을 스스로도 우려했다고 하지만 '올드함=식상함'은 결코 아니다. 수 백 년전 탄생한 작품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공연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작품은 세대를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역시 멜로 장르에서는 흔치 않았던 여주인공 캐릭터와 평범하면서도 통통 튀는 명대사들이 단연 으뜸인 작품이어서, 작품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에게도, 이번 공연으로 이 작품과 새롭게 만날 관객에게도 아날로그 감성 로맨스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오는 9월 21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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