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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운드에 오른 패전 처리 투수, 그리고 주전 선수의 누의공과

드라마 리뷰: 난폭한 로맨스 11~12회

  • 입력 2012.02.14 09:53
  • 기자명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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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재(이시영)는 박무열(이동욱)의 부탁으로, 쇼트 -종희가 키우던 고양이 이름- 살해 사건 이후 매우 예민하고 불안해진 강종희(제시카)의 경호를 맡게 된다. 종희가 어떻게 될 까봐 어쩔 줄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종희에게 얄짤 없이 대하는 은재의 태도 덕분에 종희는 ‘우리 종희가 달라졌어요’를 찍어도 좋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제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고 종희 역시 은재의 매력에 푹 빠져서 거침없이 은재의 이름을 부르고 깨물기도 하는 등 좋아하는 티를 낸다. 물론 은재 본인은 저 여자가 나한테 왜 저러나 싶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종희가 은재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은재를 보니 새로운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은재가 언제나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한 무열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의아한 건 무열 역시 은재를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것 같다는 거다. 종희는 살짝 불안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나를 만나서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했던 무열이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바라보고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래서 종희는 일부러 은재를 포함한 모두가 다 모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며 폭탄 프로포즈를 한다.

그런데 무열의 기분은 좀 심란하다. 못 잊고 그렇게 좋아하고 기다렸던 종희였는데, 어쩌면 종희의 고백은 무열이 이때까지 가장 바라고 있던 순간이었을 텐데 생각만큼 기쁘거나 가슴이 벅차 오르거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종희와 함께 할 미래를 생각하면 설레서 입가에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갑갑하고 한숨만 나온다. 결국 종희는 미래가 아닌 과거였으니까. 이 복잡하고 이상한 기분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무열의 머릿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꼴통 유은재. 뭐 만나면 투닥투닥하기는 해도 얘랑 있으면 즐겁고 기분 전환도 되니까 무열은 은재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꼴통을 만나서 ‘복싱’을 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역전의 펀치를 날릴 절호의 기회였는데 주먹이 나가지 않았던 이유를 굳이 말해야 할까. 여자 주인공의 메이크 오버 쇼가 아닌 복싱 글러브를 낀 모습에 반한 남자 주인공. 수줍은 리액션 대신 강 펀치를 보여주는 여자 주인공. 이래저래 <난폭한 로맨스>는 정말 평범한 드라마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지만 박무열은 3회를 돌고 돌아 이제서야 자각을 했다.

처음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리고 앞으로도 유은재를 여자로 좋아한다는 걸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이 난폭한 커플의 설레는 로맨스가 지금보다 더 간절히 보고 싶고 필요한 타이밍. 은재는 종희의 등장으로 패전 처리 투수 -점수차가 커서 승패가 이미 결정 나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내보내는 투수- 처럼 마운드에 올랐지만, 주전 선수 무열의 누의공과 -타자가 밟아야 할 누를 밟지 않고 지나간 경우 반드시 상대 팀의 어필에 의해서만 아웃이 적용되는 규칙. 즉 백 사람이 알아도 정작 한 사람이 모르면 소용없다는 얘기- 는 무열 본인도, 그리고 종희도 알게 되면서 이 셋의 이야기는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충격과 공포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여전히 로맨스와 추리/스릴러의 균형이 삐그덕거린다는 것. 닥본사하는 와중에 내가 보고 있는 이 드라마가 로코인지 스릴러인지 무심결에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난폭한 로맨스>에서 범인의 이야기도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을 좀 더 챙겨줬으면 해서 말이다.

범인의 정체는 예상했던 그대로라서 그 자체가 충격인 건 아니었지만, 버젓이 누가 범인인 줄 알고 보니까 그게 더 오싹했던 것 같다. 스릴러 영화를 보게 되면서 항상 마음을 졸이게 되는, 화면에 대고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좀 피하라고! 위험하다고! (이 바보들아)’를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 된 달까.

그러지 말아줬으면 했는데 범인의 다음 타겟은 오수영(황선희)이 되어버렸다 이미. 무열을 아들처럼, 아니 남자처럼 대하고 있는 범인에게 제거 대상 1호는 종희고, 종희를 내쫓아버리기 위해 가장 손쉽게 고를 수 있는 카드는 종희에 대한 열등감을 말 못해 괴로운 수영이니까. 서윤이(홍종현)만 봐도 이 범인이 얼마나 소름 끼치게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한편, 재미있기는 하지만 로코인지 스릴러인지 갈수록 헷갈려져서 그게 유일하게 아쉬운 <난폭한 로맨스>에서 유일무이한 로맨스를 담당하고 있는 귀요미 김태한(강동호)-김동아(임주은) 커플은 서윤이 때문에 계속 흐림 상태. 부모님 사고가 트라우마가 되어 무섭고 불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동아의 모습도 짠했지만, 생각보다 동아를 훨씬 많이 좋아해서 자기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김실장의 모습도 짠하기는 마찬가지.

좀 웃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남자 돋았던 김실장의 고무장갑 싸닥션 결투 신청보다 필요한 건 동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사랑해줄 로봇 김실장의 따뜻한 마음 표현이다. 모태솔로 김동아가 얼마나 반짝반짝 예쁜 사람인지 한 눈에 알아본 김실장이니까, 아마 동아의 마음 깊숙한 트라우마도 테라피스트보다 김실장이 더 잘 어루만지고 치료해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실장 이대로 연락도 안 하고 그렇게 지내다가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지 말입니다. 문란한 여자가 되겠다는 동아의 결심이 꺾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아쉽고 말이다. 뭐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13~14회에서는 원래대로 되돌아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둘은 워낙 예쁜 커플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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