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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극단 '야생' 서혜원-이우철, "정 단원 등업하는 그날까지~"

  • 입력 2018.06.27 10:4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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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극단 ‘야생(野生)’ 창단으로 만난 배우 김동현, 정상훈, 서혜원, 이우철의 이야기, 전 편에 이어.

후배양성을 위해 연극계 선배들이 대거 의기투합한 극단 ‘야생(野生)/대표 김동현’은 현재 실존주의 문학가 알베르 카뮈作 연극 '정의의 사람들'을 극장동국에서 공연 중이다. 1905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실제 폭탄테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독재자 세르게이 대공을 폭탄 테러하려는 다섯 명의 젊은 사회주의 혁명당원들을 통해 신념과 이념, 정의와 수단의 정당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담고 있다.

극단 ‘야생’은 대표 김동현 배우를 비롯해 정상훈, 강성진, 김결, 최영준, 안두호, 김대곤, 장격수 등 8인의 선배들이 중심을 이뤄 극단을 이끌고, 김수로-김민종의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하 ‘더블케이’)’에 소속된 김주연, 서혜원과 연극학교 출신 신인배우들 중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총 24명의 배우들이 준 단원, 연수 단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극학교 출신의 배우들에게 연극계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뭉친 극단 ‘야생’은 절호의 기회였을 게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뭘 해야 할지부터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극단 ‘야생’은 그들의 경력단절을 막는 것은 물론 연기자로의 출발, 극단 소속이라는 정신적 안정감을 준다. 또한 이를 통해 단원들은 수십 년의 경험과 연기력이 응집된 선배들과 직접 무대에서 호흡하면서 ‘실전’을 배우게 될 것이다.

또래들을 대표해 연예투데이뉴스와 만난 서혜원, 이우철은 앞서 프로듀서 김수로와 각각 동국대, 연극학교를 통해 사제 인연을 맺은 터다. 이후 서혜원은 ‘더블케이’에 적을 두고 2015년부터 뮤지컬 ‘고래고래’, ‘친정엄마’, 연극 ‘택시드리벌’, ‘밑바닥에서’, ‘돌아온다’ 등에서 활약해온 4년차 배우다. 청운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출신 이우철은 지난해 전국 각 대학의 연기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극학교 4기에 발탁돼 올해 2월 대학로자유극장에서 연극 ‘정의의 사람들’로 관객들과 만난 바 있다. 두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극단 ‘야생’을 들어보자.

연극학교 출신의 배우들이라고 모두 극단 ‘야생’과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24인의 후배 배우들은 선배들의 오디션에 지원해 선발된 인원들이다. 특히 서혜원은 ‘더블케이’ 소속인 만큼 앞서 김수로 프로듀서의 작품에 다수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데, 다시 극단 ‘야생’의 오디션에 지원해 현재 준 단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서혜원 : 저는 연기 공부를 계속 하고 싶거든요. 극단에 들어가려고 김수로 대표님과 알아보던 중에 선배님들이 극단을 창단하신다는 말씀을 들었고, 해서 오디셨을 보게 됐죠. 공연하면서 연기를 가장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극단에서는 아무래도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연기적인 면으로나 배우로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배우 이우철의 경우가 극단 ‘야생’의 취지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은 졸업 후 경력단절이라는 막막함을 털고 본격 연기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우철 : 저는 이번에 학교를 졸업했고요, 2월에 연극학교 4기에서 ‘정의의 사람들’을 공연했는데, 일단 감사하죠. 왜냐면 ‘정의의 사람들’이 끝나고 당장에 다음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또 저희가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바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졸업을 했고 나이가 스물일곱이다 보니까 돈을 벌어야 되나, 뭘 해야 되나 그런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이런 기회와 장을 마련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죠. 그리고 저희가 정말 열정은 있지만 이제 막 연기에 입문한 햇병아리들이어서, 연기를 굉장히 오래하신 선배님들에게 배우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예절들을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특히 저희 연극학교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졸업 후 빠르게 진로가 결정된 만큼 가족들에게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우철 :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시죠. 어머니도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고요. 저희 집이 부산이고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셔서 아직 공연을 보시진 못 했는데 항상 보고 싶어 하시고요. 남은 공연 동안 혹시 올라오실지 모르겠네요(웃음).

앞서 언급한 대로 이우철은 연극학교 4기 학생들로만 구성된 ‘정의의 사람들’을 올린 바 있는데, 이번 극단 ‘야생’을 통해 만난 ‘정의의 사람들’은 같은 작품임에도 아예 다른 작품을 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우철 : 정말 너무 달라서요(웃음), 정말로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얼마 전에 했던 작품이라 ‘이렇게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연출님도 다르시고 콘셉트도 다르고 더구나 선배님들과 연기하다보니까 같은 작품인데 완전히 다른 작품을 한번 더하는 느낌이에요. (2월 공연과) 역할은 다르지만 전에 봤던 모습에 제 스스로가 자꾸 갇혀있는 걸 느끼면서 이번 연출님의 의도와 콘셉트에 내가 어떻게 들어가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서혜원은 ‘정의의 사람들’이 처음이다. 극중 ‘도라’ 역할로 분한다. 혁명당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 폭탄을 제조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혁명을 위해 테러를 감행하지만 독재자를 처단한다는 이유로 죄 없는 그의 어린 조카들까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혁명의 완성을 위해 사랑하는 ‘야네크’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서혜원 : 제가 아직 많은 인물을 연기한 건 아니지만, 도라는 정말 역대급(웃음), 너무 깊은 여자예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자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거든요. 정의와 사랑, 늘 그 중간지점에서 생각하는 인물이라, 제가 더 나이가 들어서 인생경험이 좀 더 깊어지고 사랑에 대해 보다 깊어지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에요. 지금은 정말, 도라의 대사가 너무나 깊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 대사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써는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닐까. 많이 공부하고 있고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비슷한 입장의 24명의 또래들이 있다 보니 같은 고민을 공유하면서 거기에서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극단 어디에도 한 기수에 24명의 신인배우가 함께한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여건이다.

서혜원 : 정말 또래들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지금 이 나이 또래에서 고민하는 연기에 대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서로가 친구들이어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고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일단 심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끼리 아무 말을 막 하다보면(웃음) 어느 순간 뭐가 하나가 탁 걸리는 게 있어요. 친구들끼리의 공감,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졸업한지가 좀 돼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이 작업하는 느낌이 되게 오랜만이거든요. 친구들이랑 고민하고, 목표 설정하고, 나는 이랬다 누구는 저랬다 서로 얘기하고, 또 실제 동국대 동기들도 같이 있어서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것도 너무 좋았고요.

이우철 : 정말 김수로 선생님에게 감사한 게, 이런 기회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잖아요.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작품에 관해 얘기하면서 거기에서 얻는 자양분들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연기를 하다보면 순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나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고 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것들이라는 걸 느끼는 거죠. 그리고 워낙 좋은 사람들이고 착한 사람들이라, 나도 좀 성실하게 해야 될 것 같고(웃음), 계속 저 스스로 되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잘 지낼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특히 이우철은 극단 ‘야생’의 단원으로 출연한 ‘정의의 사람들’이 배우인생의 첫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게 됐다. 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이 생기더라고.

이우철 : 저도 그렇고 저희 모든 친구들이 빼놓으면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또래들끼리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지만, 이제는 정말로 프로의식이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입봉 작이기도 해서, 학교에서와는 다른, 보다 냉정하게, 열심히 하는 게 다가 아니고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럼에도 처음이다 보니까 서툰 부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인지를 하면서, 무엇보다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게끔(웃음), 그런 자세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공연 제작사가 소속사인 만큼 서혜원으로서는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에 비해 작품 활동에 대한 고민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다. 그들에겐 제법 부러울 입장이지만 서혜원은 오히려 많은 또래 친구들을 통해 다시금 열정을 일깨우게 됐다고 한다.

서혜원 : 이번에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정말로 이 친구들에게서 열정을 다시 배우게 된 것 같고, ‘야생’이 좋은 극단이 될 수 있도록 선배님들 잘 따르면서 친구들과 같이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선배들에 비하면 까마득한 후배들은 맞으나 이들도 엄연히 극단 ‘야생’의 창단 멤버다. 관객들에게서 혹여 선배들의 연기만 좋더라는 평을 들을 것이라면 ‘야생’ 창단의 애초 의미가 무색해진다. 그만큼 후배들도 이제는 프로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우철 : 혜원이는 그동안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준 단원이고, 저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연수 단원이거든요. 왜 온라인 카페 같은데 보면 ‘새싹(가장 낮은 등급의 회원)’ 이런 거 있잖아요(폭소), 새싹이죠. 이제 등업을 해야 되는데(웃음). 저를 포함해서 연극학교 친구들이 연수 단원이거든요. 뭔가, 연수 단원답게 학구열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좀 더 배우려고 하고 좀 더 부지런해야 될 거고요. 가끔씩 나태해지는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나는 연수 단원’이라는 생각으로 다잡아가면서, 말이 좀 오글거릴지 모르겠지만(웃음) 뭔가 그런 숭고한 정신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파이팅 있게 임하려고 합니다.

서혜원 : 준 단원이긴 하지만(웃음) 친구들과 같이 열심히 임하고, 준 단원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폭소), 언젠가 정 단원이 될 수 있도록 친구들과 더 열심히 연기공부 하겠습니다. 아마 한 10년 뒤 쯤, 저 스스로에게도 믿음이 생길 때 선배님들께 등업을 요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언젠가 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그 날을 위해(웃음).

극단 '야생'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떼고 있다.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만랩' 선배들과 열정 가득한 '새싹' 후배들의 조합이 후배양성이라는 취지와 함께 우리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차분히 주목해보자.

한편, 극단 ‘야생’의 창단공연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오는 7월 1일(일)까지 서울 혜화동로터리에 위치한 극장동국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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