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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극단 '야생' 창단, 정상훈-김동현 등 대학로 터줏대감들이 뭉쳤다

  • 입력 2018.06.26 10:1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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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대학로에 또 하나의 순수 예술 극단 ‘야생(野生)’이 탄생했다.

극단 ‘야생(野生)’ 창단은 배우 김동현을 대표로, 정상훈, 강성진, 김결, 김대곤, 안두호 등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프로듀서 김수로와의 오랜 인연과 특히 후배양성이라는 목표가 하나 되어 김수로-김민종의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이하 ’더블케이‘)’와는 또 다른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극단을 창단하게 된 것. 하여, 현재 더블케이 소속 신인 배우들과 연극학교 출신의 신예들이 연수 단원, 준 단원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 둘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연극학교가 학생들로 하여금 선배들의 노하우를 빌려 학생들만의 공연을 올린 것에 반해 이제는 선배들과 함께 극단의 일원으로 실전이자 프로 무대에 서게 된다. 이를 통해 후배들은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자생의 힘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극단 ‘야생’의 창단공연,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 현재 극장 동국에서 진행 중이다. 캐스트에는 같은 역할에도 선, 후배 배우들이 고루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야네크’ 역에 김동현, 김정환, 권삼중, 송보근, ‘스테판’ 역에 최영준, 성근창, 한민구, ‘야넨코프’ 역에 정상훈, 김기붕, ‘도라’ 역에 서혜원, 김주연, 장지수, ‘부아노프’ 역에 박세원, 이우철, 박예진, 심지윤, ‘총독부인’ 역에 노시아, 길은혜, 이예원, 지소예, 노유진, ‘스쿠라토프’ 역에 강성진, 김결. 안두호, 강도윤, ‘포카’ 역에 장격수, 김대곤, 박세원, ‘간수’ 역에 주형석, 한민구, 박세원, 강도윤, 김예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혜화동로터리에 위치한 극장 동국에서 극단 ‘야생’의 김동현 대표와 수석배우 정상훈을 비롯해 단원 서혜원, 이우철 배우가 연예투데이뉴스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먼저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극단 ‘야생’에 관해 보다 자세히 들어보자.

극단 ‘야생(野生)’,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김동현 : 꽤 오래전부터 서로 각자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극단을 하나 만들자 했다가 이번에 야생과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웃음)이라고 모였는데,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공모를 하다가 마침 저희 단톡방 이름이 ‘야생’이예요. ‘그 이름이 마음에 든다’, ‘이걸로 하자’, 그렇게 돼서 ‘야생’이라는 극단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극단의 취지는 후배 양성이에요. 젊은 친구들에게서 탄탄한 연기가 나와 줘야 되는데 특히 최근 들어 점점 선배들과 후배들의 끈이 많이 끊어지면서 그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요. 해서 그 다리를 좀 놔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 극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줄임말 표현이 흔한 요즘이라 ‘야생’이라는 이름을 두고 남다른(?) 의미로 해석한 이들도 있었다고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김동현 : 사람들이 극단 ‘야생’이 무슨 뜻이냐고 해서 말 그대로 ‘와일드 라이프(Wild Life)’, 직설적으로 그냥 야생이야 그랬더니, ‘그런 거냐, 무슨 깊은 뜻이 있는 줄 알았다’ 해서 뭐냐고 하니까 ‘야한 생각’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고(폭소). 아닙니다. 저희는 그냥 ‘야생’입니다.

배우 정상훈은 극단 ‘야생’의 수석배우로 함께하고 있다. 그 역시 후배양성이라는 취지에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정상훈 : 우리 김동현 배우와 오래전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고, 김수로 형님과도 근 10년간 같이 작업을 해오면서 김 대표 말처럼 선배들과 후배들과의 유대라든지, 좋은 후배들이 실제 무대로 진출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좋은 후배들을 데려다가 같이 만들어서 연극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 그런 좋은 취지가 있어서 같이 동참하게 됐습니다.

‘야생’은 이제 막 창단한 신생 극단이라고는 하나 정 단원의 면면은 실로 짱짱한 배우들로 구성됐다. 기본 10년,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만큼 대학로에서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필모그래피에는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십 작품이 가득하다. 이 배우들을 정 단원으로, 준 단원을 포함해 현재 총 32명의 선후배들이 함께하고 있다.

김동현 : 저희는 단원이 32명이에요. 선배들 8명, 후배들이 24명이 있습니다. 선배 배우들은 여기 정상훈 배우를 비롯해서 저와 강성진, 김결, 최영준, 안두호, 김대곤, 장격수 등 선배들만 정 단원으로 되어 있고요. 그래도 대학로 어디에 내놔도(웃음) 부끄럽지 않은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은 전국의 각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연극학교 오디션을 통해 뽑혀서 한 작품 이상의 공연을 한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상훈 : 후배들은, 연극학교 1기부터 4기 학생들 중에서 우리와 같이하길 원하는 친구들 중에, 그 안에 공지를 넣었어요. 선배들에게 오디션을 보고 일부를 추려 같이 하게 됐죠.

창단 멤버들 중 후배들은 모두 연극학교 출신이거나 극히 일부 김주연, 서혜원 등이 ‘더블케이’ 소속이다. 자칫 연극학교 극단이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프로듀서 김수로가 연극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도 실은 거기에 있다. 그만큼 신인 배우들에게 정식 오디션의 기회가 극히 드물고 신인배우를 양성하는 시스템 자체가 고르지 않다는 것이어서, 연극학교가 전국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들 중 선발해 프로 무대의 경험을 주고, 졸업 후 그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무료 대관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으로 그들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면, 극단 ’야생‘은 말하자면 이미 연극학교를 통해 선발된 재원들 중 다시 오디션을 거쳐 단원을 뽑고, 그들을 진짜 프로무대에 서게 하는 것이다.

김동현 : 물론 지금도 여러 다른 곳에서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일단 연극학교 출신 친구들도 따로 방법이 있으면 상관없는데 연극학교를 거치면서 다른 친구들보다 경험은 있으면서도 방법은 없다는 게 문제거든요. 극단에 들어가야 되는데 방법도 모르고, 극단이 많은 것 같아도 신인을 받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고. 해서 그들을 지켜본 선배들이 나서게 된 거죠.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친구가 정말 연기를 하고 싶어 하고 우리 극단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저희가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저희와 함께, 만약 한 명이라도 갸우뚱하면 조금 더 생각해보자는 식으로 결정하는 건 있고요. 왜냐면, 극단도 단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람의 됨됨이가 중요하거든요. 혹여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극단이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그 사람이 끝까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런 걸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현재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 공연되고 있는데, 극단 ‘야생’의 창단공연인 만큼 그들의 창작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극단 ‘야생’은 노련한 선배들로만 구성된 집단이 아닌 만큼, 그것도 이제 막 ‘신인’ 타이틀을 가진 후배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정의의 사람들’은 연극학교 4기 학생들이 지난 2월 공연한 바 있어서 후배들의 부담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김동현 : 물론 그런 생각은 있죠. 저희 극단의 창작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주가 돼서 갈 수 있는 공연을 찾다보니까 ‘정의의 사람들’을 연극학교 학생들이 공연하기도 했고, 극중 인물들의 나이가 거의 20대거든요. 외국에서는 이 20대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3-40대가 하긴 해요. 역할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그런데 저희는 그래도 그 나이에 맞는 20대가 해보면 어떨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거기에도 있었습니다.

명색이 극단 ‘야생’의 창단공연임에도 흔한 말로 홍보라고는 1도 없이 공연 중이다. 극단으로 갖추어야 할 여러 제반구성은 아직 미흡하나 실력과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 있어 그나마 이번 공연이 가능했다.

정상훈 : 일단은 시작이 중요했어요. 우선 한번 시작을 해보자. 말하자면 지금은 페스티벌의 개념인데, 이 ‘야생’이라는 뜻도 정말 대학로 안에도 극단이 많기 때문에 자라지 못하면 어쨌든 도태되는 거거든요. 해서 후배들에게도 우리가 뭔가를 시키고 가르친다기보다 후배들 스스로가 열심히 해서 이 야생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길 바라고 있고, 그런 마음으로 아마 후배들 스스로도 강인해지지 않을까. 벌써 다음 주면 공연이 끝나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나 방향성들이 점차 적립이 되어가고 있고, 후배들의 트레이닝은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우리 극단의 색, 홍보를 어떻게 하고, 다음 작품은 이런 선택을 해보자, 이런 것들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말 많이 얻게 됐어요. 점차 좋은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동현 : 정말 감사한 게, 사실 예매 창은 암울해요(웃음). 정말 홍보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어제 공연 같은 경우는 객석이 꽉 차더라고요. 젊은 친구들이 학교를 나온 지 얼마 안 되잖아요. 가족들부터 친구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사실 저희는 이제 ‘우리 공연한다, 보러 와’ 이 얘기가 아우, 그렇게 힘들거든요(폭소).

정상훈 : 저희는 아무래도 그동안 공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작품 또 한다고 보러오라고 하는 게 좀 민망하죠(웃음).

김동현 : 근데 아무래도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고 잘 하고 있나 궁금하시기도 할 거고, 응원도 해줄 겸 많이들 오셔서 보시더라고요. 원래 홍보도 좀 하고 많이 알리기도 해야 되는데, 사실 저희도 기획파트가 있어요. 김결 씨가 기획파트인데 요새 드라마 찍느냐고 활동을 전혀 못하는 상태라. 그렇다고 자르기는 힘들고 어떻게 징계라도 좀 해야 되나, 뭘로 징계를 해야 되나 아주 고심하고 있습니다(웃음).

극단 ‘야생’이 자리를 잡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감안하고 있을까.

김동현 : 그래도 한 2년 정도는 가야되겠죠. ‘야생’이라는 극단이 있다, ‘야생’에서 이런 배우들이 대학로에서 계속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정도를 아시는 것만도 한 2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사실 2년의 계획을 다 세우고 있진 않습니다(폭소). 일단은 어떻게든 이 ‘정의의 사람들’로 살아남아보자. 시작은 그게 가장 컸고요, 다만 이제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고 있어요. ‘한여름 밤의 꿈’이라든가 이런저런 작품을 생각해보고 있고, 아마 좋은 작품이 또 금방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상 이들에게 극장 동국은 턱없이 작은 사이즈지만 신생 극단의 초심으로 ‘시작은 미흡하나 끝은 창대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포부다.

정상훈 : 이번에 많은 공부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작품성 위주로, 그래서 ‘이 극단은 참 연기들을 굉장히 잘한다.’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게 꾸려가고 싶고요. 해서 작품성, 연기력, 서비스 정신, 이런 것들이 삼위일체가 돼서 그런 모든 것들이 상품이 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마 저희들의 목표가 되지 않을까. 그것을 위해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게 저희의 가장 큰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동현 : 열심히 해야죠. 아직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한데, 후배들과 같이 만들어가면서 꾸준하게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앞으로 극단 ‘야생’에도 관심 가져주시고, ‘정의의 사람들’이 7월 1일까지 공연되니까 많이들 오셔서 열심히 하는 많은 후배들을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 극단 ‘야생’의 창단공연 연극 ‘정의의 사람들’은 오는 7월 1일(일)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동로터리에 위치한 극장 동국에서 공연된다.

※ 극단 ‘야생’으로 만난 후배 배우들 서혜원, 이우철의 이야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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