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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연극적 요소+세대 동감 동시에

  • 입력 2018.06.16 09:1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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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한 세기를 살아온 인간, 100세 노인의 파란만장한 삶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이야기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연출 김태형, 작 지이선)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Jonas Jonasson)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00세 생일날 잠옷 차림으로 양로원을 탈출한 '알란'이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들고 도망가면서 벌어지는 황당한 에피소드와 100년 동안 의도치 않게 근현대사의 격변에 휘말리며 겪어온 스펙터클한 모험이 담긴다. 2009년 원작 소설 출간 후 전 세계 35개국에서 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2010년 스웨덴 베스트셀러상을 수상했고, 2013년 동명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현재 공연 중인 화제작 ‘킬롤로지’에 이은 ‘연극열전7’의 두 번째 작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연극 ‘모범생들’, ‘트릴로지’ 시리즈, ‘더 헬멧’, 뮤지컬 ‘팬레터’,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등으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각광받고 있는 김태형 연출이 연극열전과 첫 의기투합했고, 김태형 연출과 ’지탱 콤비‘로 통하는 연극 ’더 헬멧‘, ’트릴로지‘ 시리즈’, ‘킬미나우’, ‘프라이드’ 등을 선보인 지이선 작가가 함께한 시너지는 더욱 섬세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소설의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한 이 작품은 러닝타임으로는 제법 긴 2시간 반이 소요된다. 그러나 안심해도 된다. 특히 알란’을 제외한 4명의 배우들이 그와 만난 60여명의 주요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에는 사람, 코끼리, 강아지, 고양이까지 표현되는 만큼 눈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알란’이 머문 세계 각국의 전통춤이 등장하고, 캐리어 하나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극적 약속은 연극 특유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극중 등장인물에는 남녀 역할의 구분이 따로 없다. 그저 캐릭터로 존재할 뿐이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들은 역할이 바뀔 때마다 ‘찍찍이’ 명찰을 자신의 몸 어딘가에 부착하는데 그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이선 작가와 ’알란‘ 역의 서현철, 오용을 비롯해 멀티 역할의 장이주, 양소민, 김도빈, 이형훈, 이진희, 손지윤, 주민진, 권동호가 참석해 1,2막 주요장면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지이선 작가는 원작과의 차별화에 대해 “원작 소설 자체가 양이 어마어마하다. 해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까 하다가, 가장 연극적인 세팅은 역시 배우분들을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을 했고, 배우들이 많은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며 “또 소설에 없는 부분이 추가됐는데, 고양이와의 만남부터 알란이 창문을 넘기까지의 이야기가 추가됐다. 그 부분을 통해 치유와 인생의 위로에 대한 이야기를 보태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는 ”함께라는 부분인 것 같다.“며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강화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100년을 살아온 알란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결국 알란의 친구가 된 사람들은 각국의 지도자나 잘난 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 부족함이 있지만 함께 모였을 때 장점으로 전환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무대세트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크게는 세계지도 모형을 한, 작게는 많은 서랍들로 이루어져있다. 지이선 작가는 “서랍은 알란의 기억의 창고다. 이들을 하나하나 열어봄으로써 알란의 기억들을 꺼낼 수 있는 의미를 담았다. 또 잘 보시면 세계지도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해서 실제로 그 나라의 위치와 최대한 아깝게 움직이게 했고 알란이 히말라야를 넘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이 세트를 넘어가는데 실제 히말라야의 위치는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배우들이 힘겹게 이를 넘어간다. 가장 힘든 건 배우들이 이 모든 소품을 다 운용을 하셔야 된다. 소품이 150개 정도 되는데, 연극으로는 역대급으로 알고 있다.”며 “반성한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 속 배우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알란’1,2,3,4를 연기하며 그의 과거를 설명하는 것은 물론, 그가 과거에서 만난 10여개의 캐릭터를 숨 가쁘게 오간다. 그러한 어려움이 오히려 배우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의 기준이 되었는가 보다. 김도빈은 “처음에 대본이 안 나왔을 때 소설도 보도 영화도 봤는데, 그때 ‘1인 10역 이상씩 하게 될 거다’라는 말씀을 들었고 그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전했고, 이어 손지윤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저도 1인 다역을 하는 것에 굉장히 매력을 느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같이 하는 배우들이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이어서 즐겁게 해보자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장이주는 “시작은 작가와 연출, 또 연극열전이었다.”며 “연습을 하면서 집나간 정신을 찾는 것부터가 우선순위였다. 아주 즐겁게 해내려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이선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김 연출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 성별과 상관없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 연극적인 약속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작품 자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희화화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남녀 더블 캐스팅을 통해 그 벽을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작품이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21세기에는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을 하고, 이 작품 자체로도 그 부분에 조금 보탬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서 무모할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는 표현을 조금이라도 수평으로 올리려는 서사, 연극적인 약속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 시점의 ‘알란’역을 맡은 두 배우 서현철, 오용의 이야기도 있었다. 먼저 서현철은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소설책이었는데 아직도 안 읽어봤다. 희곡으로 나왔을 때 읽어보고 싶었는데, 처음에 이야기만 들어도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연극으로 만들까, 영상을 쓸려나 생각했는데 연극이하는 최대한의 장점을 다 살려서, 배우들은 조금 피곤하지만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을 다 사용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고, 땀 흘린 만큼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고, 이어 오용은 ”연기의 방향이랄 건 없고, 늘 연습을 할 때마다 창조를 할 때마다 힘든 것 같다. 그게 여자건 동물이건 벌레건, 제 안에서 역할을 끄집어낸다는 게 다시 한 번 어렵다는 걸 느꼈다. 열심히 끄집어내고 있지만 아직도 미완이라고 생각한다. 제 몸 구석에 있는 것까지 찾아서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배우들은 여러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코끼리,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 캐릭터까지 표현한다. 코끼리는 소품이라도 등장하건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오로지 배우들의 몸짓으로만 형태와 움직임을 유추하게 한다.

강아지를 연기하는 권동호는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발이 제일 쓰기 유용하고, 평상시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의 높이와 가장 비슷해서 발로 설정을 했다. 발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다. 발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다. 그냥 열심히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코끼리를 연기하는 손지윤은 "원래는 코끼리 울음소리를 정말 크게 내고 싶은데 목이 너무 아파 힘들더라. 동물이긴 하지만 이 역시 알란의 친구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굳이 동물처럼 의도하려는 생각은 없고, 재밌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지이선 작가는 "실제로 배우들이 소화하는 캐릭터는 총 70여 명 정도가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을 소화하는 것, 그리고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것들이 굉장히 힘들었고 김 연출은 끊임없이 수정을 했고 배우들은 그만큼 힘들었는데 그 덕분에, 배우들의 고생이 있어서 무사히 공연이 올라갈 수 있었다.“며 배우들에게 특히 감사를 전했다.

끝으로 양소민은 "텍스트가 많아서 당연히 대사가 많은데, 빠르게 지나가지만 주옥같은 대사가 굉장히 많이 숨어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자기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치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인생의 치유를 얻어가실 수 있는 공연“이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렇듯, 탄탄한 원작과 연극적 특성이 고루 가미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남녀소노를 가리지 않는 세대 공감을 무기로, 오는 9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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