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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손지현, '대군' 속 늑대소녀 루시개로 만난 연기 2막

  • 입력 2018.06.09 13:0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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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를 통해 연기자로 성공적인 도약을 이뤄낸 배우 손지현이 연예투데이뉴스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는 동생을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그 여자를 둘러싼 그들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을 그린 드라마로, 은성대군 이휘(윤시윤 분)와 진양대군 이강(주상욱 분) 두 형제의 목숨을 건 핏빛 로맨스를 담았다. 두 형제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성자현(진세연 분), 이강으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던 윤나겸(류효영 분)이 두 형제와 유기적으로 얽혀 극을 이끄는 사이, 손지현은 ‘이휘바라기’ 루시개 역을 맡아 야생 짐승과도 같은 날 것의 매력을 뽐내며 연기 변신에도 성공했다. 

2009년 걸그룹 ‘포미닛’으로 데뷔해 팀이 해체한 2016년까지 ‘핫 이슈', '이름이 뭐예요', '미쳐' 등의 히트곡 탄생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아이돌 7년 징크스‘는 ’포미닛‘을 피해가지 못했다. 팀 해체 이후 손지현은 연기자로 전향해 ’최강 배달꾼‘과 이번 ’대군‘으로 배우로의 도약에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앞서 손지현은 ’포미닛‘으로 활동하면서도 ’괜찮아 아빠딸‘, ’천 번의 입맞춤‘, ’제 3병원‘, ’연애 말고 결혼‘, ’연애세포‘, ’그녀는 200살‘, ’마이 리틀 베이비‘ 등 드라마, 웹드라마 등을 가리지 않고 단역, 특별출연, 주, 조연까지 섭렵해온, 연기자로의 경력도 벌써 7년차다. 그러나 이제는 연기자가 본업이 된 만큼 부담도 책임감도 어느 때보다 크고 절실하다고. 지난 달 16일,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손지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군’은 TV조선이 ‘최고의 사랑’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주말드라마였는데, 그럼에도 최고 5.627%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들은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는데, 이는 손지현도 다르지 않았다.

“끝난 게 너무 슬펐던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배우들만 모이기도 힘든데 환경이 너무 재밌었고, 벌써 보고 싶고. 떠나보내기 싫었던 작품이에요.”

손지현이 분한 ‘루시개’는 ‘이휘‘와 전쟁터에서 만난 여진족 여성이었다. 그나마 어머니가 조선인이었던 탓에 우리말을 다소 알아 듣긴 했지만 능숙하진 못한 인물이었고, 순수하면서도 날짐승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 무술에도 능한 인물이어서 여러 면모를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신인 연기자가 탐낼만한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캐릭터고, 사극이라고 하면 대사량이나 톤이나 그런 것들로 다른 고민을 많이 하는데, 저는 어떻게 하면 더 자연의 야생미가 더 묻어날까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까 어눌하게 말하는 거는 그냥 따라오더라고요. 그런 짐승 같은 모습을 많이 연구하다보니까 나중에는 쉬는 시간에도 그런 말투가 나와서(웃음), 다들 루시개 같다고, 점점 닮아가는 구나, 그런 얘기들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러한 ‘루시개’의 특성은 궁에서 상궁(신이 분)과의 만남에서 특히 눈길을 모았다. 상궁은 ‘루시개’를 흡사 짐승을 조련하듯 대하며 기선을 제압하는데, 여진족이라고 사람이 아닐까,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사람의 삶은 동일했을 터인데, 하여 자칫 극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연출이 될 수 있었지만 손지현은 그럴수록 날 것과 같은 느낌을 더욱 살려보려 했다고 한다.

“그 장면에서 영화 ‘늑대소년’을 많이 참고를 했어요. 지문에 ‘으르렁거린다’, ‘상궁의 손가락을 물어버린다’, ‘옷이 불편해서 입기 싫은 루시개’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이 친구가 오랑캐도 아닌 것이 조선인도 아닌 것이, 그 중간에 속해서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아이였거든요. 그래서 분명 그 시대라면 그런 사도 있었을 거고, 어느 문화에도 속하지 못해서 역사에 남지 못한 사람들, (작가님께서) 그런 인물을 그려보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죠. 그리고 대본에 루시개는 생존만을 위해 살아온 아이고, 늑대소녀 같은 아이, ‘나 누구냐고? 나 휘밖에 모르는 개야’ 그렇게 쓰여 있었거든요. 그 하나로 루시개가 설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 되게 자유로웠어요. 그런 역할이라는 허락을 받았잖아요. 그런 타당성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겁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뿐 아니다. 손지현은 이후 늑대소녀와 같은 설정으로 여진족 여인을 그린 만큼 개인 중국어 선생에게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듣거나 극중 배경이 된 시대의 역사를 공부를 했던 결과를 술술 풀어놓아 눈길을 모았다. 그만큼 캐릭터를 연구함에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극 초반 다소의 연기력 논란도 있었지만 손지현의 그러한 노력이 있어 '대군' 안에서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루시개’는 초반, ‘이휘’와 ‘기특(재호 분)’과의 관계가 전부였다가 이후 ‘이휘’의 정인 ‘성자현(진세연 분)’과 인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기특과는 짧은 로맨스가 있기도 했다. 워낙 ‘루시개’라는 인물 자체가 여타의 캐릭터들과는 다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관계가 확장되면서 자연히 감정적인 부딪힘이나 소모가 늘어났다.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비중이 많아지고, 특히 ‘루시개’의 죽음은 ‘이휘’의 진각성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그러한 '루시개'를 연기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일단 작가님이 잘 써주신 것 같아요. 제가 누굴 만났을 때의 반응들이 아주 명확해서 오히려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상궁 앞에서는 적대적이고, 자현이를 만났을 때는 처음엔 싫다가 생각보다 착하고 나한테 잘해주니까, 또 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 내가 휘를 사랑하니까 너까지 지켜준다’. 그렇게 명확해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만약 ‘루시개’가 죽지 않았다면 ‘기특’의 마음을 받아줬을까. 그러나 손지현은 그건 아니었을 거라고 단언했다.

‘작가님은 마지막까지 이 루시개라는 캐릭터를 하나밖에 모르고 직진하는 아이로 그리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단번에 자기 고향을 버리고 휘를 따라왔겠죠. 저 개인적으로 손지현의 입장에서 보면 ’아 그냥, 적당히 하고 기특이랑 사랑해라. 그게 저도 행복하지 않겠니?(웃음)‘ 생각하지만, 제가 루시개라는 옷을 입었을 때는 그게 납득이 안 되는 거죠.“

하여 ‘루시개’라는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휘’에 대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누구의 돌봄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루시개’에게는 그와 전쟁터에서 만나 역경을 딛고 조선에 오기까지 사랑 말고도 동료애나 전우애, 또는 오라비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공존했을 게다.

“무엇보다 휘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어요. 루시개가 고향을 버리고 온 것이 타당하려면 그만큼 나의 전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자 친구도 되고 가족도 되는, 그렇기 때문에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거겠죠. 특히 루시개가 죽을 때, 대본을 읽으면서도 진짜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정말 하나만 보면서 달리는 애구나, 그래 일편단심이구나,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하고 죽으니까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작가님도 쓰시면서 많이 우셨다고 하시고, 촬영할 때 휘 오빠랑 기특이가 너무 울어서 눈을 감는 순간에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하다가 자기 죽을 때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죽은 거 같아서 나름 잘 살지 않았나(웃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야 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전보다는 좋은 세상을 살아보려던 찰나의 죽음이어서 ‘루시개’로서는 실로 허망하고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어우, 억울하죠(웃음),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미 죽을 고비를 너무 많이 넘겼는데, 다만 휘를 못 보고 죽을까봐 걱정했는데 휘가 보는 앞에서 죽어서 그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첫 사극이었는데, 예쁜 한복대신 손에 칼을 든 전사 같은 모습이었다. 아쉽지는 않을까.

“저는 재밌었어요. 그냥 얼굴 신경 안 쓸 수 있으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웃음). 데뷔 이후로 처음으로 거울도 안 들고 다니고, 메이크업 수정 안 하냐고 하면 ‘제가 뭐 할 게 있어요?’ 그러고, 그냥 더 까맣게 칠해달라고 하고 되게 편했어요.”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고 하는데, 가장 재밌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재밌었어요. 쉬는 시간 있으면 다 같이 밥도 잔디밭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휘 오빠가 예능을 해서 그런지 멘트가 되게 재밌어요. 진지할 땐 되게 진지한데 개그 본능이 있어서 웃길 땐 엄청 웃기고, 자현이는 또 막 꺄르르 엄청 잘 웃고, 그러면 휘 오빠는 더 웃기려고 하고, 기특이도 원래 말이 없고 되게 점잖은데 그럴 때는 한 마디씩 하기도 하고. 기특이가 내시여서 다들 고자라고 부르니까 휘 오빠가 기특이 불쌍하니까 그냥 고장이라고 불러주자고(웃음).”

※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로 만나 배우 손지현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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