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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장소연, 17년 연기.."한순간도 즐거운 마음 사라지지 않아"

  • 입력 2018.06.02 17:0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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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으로 만난 배우 장소연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장소연은 앞서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 ’하얀거탑‘을 시작으로 안방극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면서 작품마다 신 스틸러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곧 마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롤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히려 나이가 주는 여유가 좋다고 한다.

”드라마는 ’하얀거탑‘을 처음 했고, 그 전에는 영화랑 연극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는 10년, 11년? 정도 된 것 같고요. 근데 곧 마흔이라고 딱히 뭘 생각해보진 않았어요(웃음). 20대에서 30대 넘어갈 때도 뭘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거든요. 근데 친구들은 많이 신경 쓰더라고요. ’어떡해, 이제 몇 살이야‘ 그런 얘기 하는데, 저는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좋은 것도 많거든요. 물론 체력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그냥 제 나이에 맞게 생기는 것들이 있고 심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있고, 경험이 생기면서 조금씩 생각에 변화도 생기고 깨달아지는 것도 있어서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연기할 때 특히 더 좋은 것 같고요.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전에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막 자괴감도 느끼고 이 일이 나랑 안 맞는 건가 고민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까 이 일 자체가 되게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오래,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죠.“

장소연은 지난해 연극 ’라빠르트망‘에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시스템적인 차이가 있을 뿐, 연기의 중심은 다르지 않다고 한다.

”무대는 작년에 ’라빠르트망‘이 마지막이었고요, 연기에 있어서는 영화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중심은 특별히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스템적으로는 조금 유동성이 있어야 되는데, 연기에서는 차이를 안 갖게 되더라고요. 그냥 드라마에서는 진행이 빠르고 시스템이나 카메라, 그런 것들에 소소한 기술적인 부분? 그런 건 적응해나간다거나 경험에 따라서 좀 더 능숙해지는 게 있을 거고, 배역에 들어간다거나 작품을 보는데 있어서는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렇다면, 작품을 볼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무엇일까.

”대본 자체죠, 이야기. 제가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가 느껴지고 뭔가 빨려 들어가고, 공감이 간다든지 그런 것들. 다음에는 캐릭터가 재밌다든지, 저는 좀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을 하는데,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대본이고요, 영화나 그런 쪽은 연출자의 색깔이나 개성이 많이 묻어나니 때문에 특히 제가 좋아했던 작품을 연출하신 분이라면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죠.“

연기하기를 잘했다 싶은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거의 항상“이란다. 평소 자신과 다른 여러 인물을 통해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더라는 이유다.

”저는, 거의 항상. 저는 원래는 염세적일 때가 많고(폭소), 제 생활은 되게 단조롭고 조용한데, 그래서 저도 신기해요. 이 일은 어쩜 그렇게, 정말 무슨 동아줄 붙잡는 심정으로 간절하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서 첫 작품을 했을 때부터 현장이 너무 재밌었고 인물에 빠져서 연기하는 게, 그 순간은 정말 내가 아닌 다른 상황에 던져져서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인물을 연기하니까, 그 상황이 내 인생에는 없는 상황인데 내가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고 폭발할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는 게, 그게 너무 살아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사실 몸이 피곤하지도 않아요(웃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뭘 해도 피곤하지 않잖아요. 연기가 저한테는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변덕스러운 게 많은 사람인데도 이 부분은 단 한 번도, 후회했다든지 질린다든지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부딪히는 건 있어도 좋아하는 마음이나 즐거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연기 말고 평소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여행과 동물이란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교감‘ 때문이라는데, 그래서 연기에서도 서로 교감을 느끼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연기 말고는, 여행 가는 거 좋아하고 동물을 진짜 좋아해요. 발 많이 달린 곤충 말고는 가리지 않고(웃음) 그냥 동물은 다 좋아요. 동물하고는 교감이 잘 되는 것 같아서. 사람이 교감이 잘될 것 같지만 의외로 어렵거든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교감이 될 때 너무너무 행복해요. 이번에 진짜 진아랑 그랬어요. 뭔가 대사인데도 ’정말 말을 하고 있구나‘ 마음이 딱 전해지는 것 같아서, 아픈 장면인데 되게 행복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대사를 읽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말이 되고 있고, 그 상황이 되어버렸을 때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연기여서일까, 현재의 장소연을 흔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경선‘이라는 즉답을 내놓았다. 캐릭터와 동화되면서 느끼는 자기 안의 요동을 뜻하는 답변이었다.

”저는 경선이죠. 처음에는 완전히 저를 닫아놓고 경선이로만 살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안에서 경선이가 나오더라고요. 제가 없고 경선이만 있는 게 아니라 제 안에서 경선이가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저도 같이 많이 요동치고, 흔들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작년 말부터 이 작품에 몰두했기 때문에 이 작품 말고는 사실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유일하게 연기에서만은 고집을 부리는 게 있고, 나한테 이런 것까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내가 정말 연기를 사랑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사람이 사랑하면 많이 변화되잖아요, 안 하던 것도 하게 되고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하게 되고. 연기에서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다른 건 그냥 관심도 없어요(폭소). 저는 정말 관심 있는 거에만 몰두하고, 관심 없는 건 철저히 무시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이제 경선이를 비우고 다시 저를 찾아야죠.“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고 묻자, 유기견을 입양했던 일을 전하기도 했다. 사람 장소연은 정말로 동물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뭘 보다가 유기견인데 어느 집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사정상 못 키울 상황이 됐어요. 근데 그 아이가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 상황이어서 유기견 센터에 가면 다른 개들한테 해코지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해서 가정에서 케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저희도 강아지가 있고 그래서 쉽게 엄두가 안 났는데 눈에 자꾸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데려와서 그 아이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그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저에게 준 위안이 더 컸어요. 그리고 배우를 한 건 정말 잘한 것 같고요.“

최근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진출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껑충 올려놓았다. 그들의 활약이 큰 탓에 이제 시청자들은 연기력은 모자라면서 이름값만 비싼 출연자의 등장에 더는 열광하지 않는다. 그러자 제작사들은 대중에게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를 주, 조연으로 속속 캐스팅하고 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단역 출연이어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있다면 그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를 찾아보고, 나아가 그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매체 진출이 성공적일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장소연은 굳이 이유를 꼽자면 연습일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을 했다고 꼭 연기를 잘한다기보다, 연기하면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깊게 파고 들었던 배우들이 잘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런 차이는 있어요, 드라마는 아무래도 촉박하고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데 공연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세 달 정도의 연습 기간이 있으니까 작품이나 연기에 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 때문에 더 밀도 있게 들어가는 데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해서 굳이 이유를 꼽자면, 보다 깊게 몰입했던, 그게 어느 정도는 몸에 익어있겠죠. 그런데 꼭 공연을 했다고 해서 연기를 잘하는 건 아닐 거예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많고, 본업이 가수인데 연기를 잘하는 분도 많잖아요. 다만 공연에서는 충분한 연습 기간이 있고 연기에만 집중하고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니까. 연습이 충분하다는 건 분명 연기에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고요.“

그들의 사랑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만큼 이제 본인의 멜로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의 모양은 조금 다른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제 멜로요? 욕심나죠. 근데 이미 저는 경선이에 너무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사랑은 생각을 안 해봤었고(웃음), 그동안 멜로를 안 해봤으니까 막연하게 그냥 멜로를 한번 해보고 싶다. 정말 사랑하는 이야기? 정말 절절하게 사랑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은 해요. 그리고 공포영화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그리고 시대극도 좋아해서 연기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어느새 대중에게 배우 장소연을 각인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배우로서 스스로의 포부, 현재 자신은 어느 지점까지 왔다고 생각할까. 그럼에도 더 남은 것이 있을까.

”저 배우가 나오면 뭔가가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고, 그런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보고 싶고, 저 배우가 하는 건 진심으로 느껴지는, 공감되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어디까지 왔느냐, 그건 모르겠어요. 나름 후회를 안 하려고 항상 ’정말 최선을 다하자‘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 제가 저를 평가하긴 너무 힘든 부분이라(웃음). 다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많이 보죠. 이렇게도 느끼시고 저렇게도 느끼시는구나, 그런 건 많이 관심 있게 봐요. 이번에 재밌었던 댓글은, 맥주를 왜 그렇게 많이 가져가냐, 여섯 개냐, 열 개냐, 너무한 거 아니냐(웃음), 그런 거 재밌었고요. 또 경선이한테 많이 공감이 간다, 이런 표현들이 되게 고마웠어요.“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인생캐릭터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저는 ’하얀거탑‘의 유미라 간호사랑 지금 경선이요. 둘 다 뭔가 저의 반씩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둘이, 하면서 특별히 더 많이 와 닿았어요. 해서 제 속에 지금 그 둘이 각자 다른 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앞으로 10년 후, 50대가 된 배우 장소연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지금보다도 여유가 있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전하는 것으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50대가 되면요, 음.. 글쎄요. 조금 더 넓어져 있지 않을까요. 제 속이나 생각의 폭도 조금 더 깊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연기할 때도 더 깊은 마음이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마음속에 여유랄까 공간이랄까, 그런 게 조금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에는 이 일이 나에게 과연 잘 맞나? 왜 일이 없을까? 그런 고민도 많고 초초함도 많았는데, 요즘 그런 건 많이 없어졌거든요. 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조금 더 넓어진 상태로, 공간이 있는 상태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공감을 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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