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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오스터마이어X아이딩어, 연극 '리처드 3세'로 6월 내한

  • 입력 2018.05.29 09:37
  • 기자명 박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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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박재준 기자] 독일을 대표하는 명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와 명 배우 라르스 아이딩어가 연극 '리처드 3세'와 함께 오는 6월 국내 무대를 찾는다. 

매 작품마다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독일의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가지고 2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다. 오스터마이어는 현대 실험 연극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독일 샤우뷔네 베를린(Schaubühne Berlin)의 예술감독으로, 지난 20년간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유럽 연극계의 중심에 선 거장이다.

오스터마이어는 2005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던 <인형의 집-노라>에서 주인공 노라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첫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이어 2010년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였던 <햄릿>에서는 인물들을 그로테스크하게 비춰내는 비디오카메라로 인간들의 이중성과 햄릿의 불안을 극대화시켜 보여줬으며, 2016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민중의 적>에서는 ‘다수는 항상 옳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공연장을 불꽃 튀는 토론의 장으로 변신시키며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이지만, 원작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오스터마이어가 이번에는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가장 야심차고 매력적인 악의 화신 '리처드 3세'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리처드 3세'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루고 있다. 기형적인 신체로 태어난 리처드가 형제와 조카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며 왕좌를 차지하였지만, 그에 맞서 일어난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훗날 헨리 7세)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1593년경 쓰여지고 초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리처드 3세’는 흉측한 신체적 외형만큼이나 어두운 영혼을 가진 절대악의 화신이자 천재적인 모사꾼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악한 캐릭터들 중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들이 가장 탐을 낼 만한 배역으로 여겨진다.

‘리처드 3세’는 2018년 한국연극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10년만에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황정민의 '리차드3세'가 화제를 모았고, 6월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랑스의 장 랑베르-빌드가 연출한 2인극 버전의 '리차드 3세- 충성심의 구속'(가제)가 공연될 예정이다.

'리처드 3세'의 번역과 각색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Marius von Mayenburg)가 담당하였다. 마이엔부르크는 영어의 운문을 산문적인 독일어 대사로 바꾸면서도 원작 텍스트의 의미와 이야기의 핵심을 유지하였고, 오스터마이어는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연출을 가하였다.

'리처드 3세'는 2015년 2월 베를린에서 초연된 후 그 해 여름 아비뇽 페스티벌과 2016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극찬을 받았다. 오스터마이어는 반원형의 무대를 세우고 이를 꽃가루와 흙먼지가 흩날리는 무채색의 황량함으로 채워 그 위에서 펼쳐지는 핏빛 살육과 검은 모략의 현장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여기에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며 등장하는 샤우뷔네 극장 배우들의 역동적인 앙상블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드럼의 강한 비트는 첨예하게 펼쳐지는 정치적 대립과 술책에 마치 관객들마저 직접 개입되어 있는 듯 긴장감과 몰입감을 고조시켰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압도적인 존재는 주인공 ‘리처드 3세’역을 맡은 배우 라르스 아이딩어(Lars Eidinger)다. 독일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인 아이딩어는 1999년부터 샤우뷔네 앙상블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오스터마이어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였으며, 2010년 내한한 <햄릿>에서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햄릿을 그려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이딩어는 곱사등에 절름발이인 리처드 3세의 흉측한 외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왕좌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심리 상태를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이 작품을 한편의 드라마틱한 심리 스릴러로 승화시킨다. 그의 놀라운 연기로 관객들은 그가 저지르는 악행들이 평소 우리의 내면 속에서도 충분히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것들임을 인식하게 된다. 간교함과 악랄함으로 무장한 채 주변 인물들을 조종하고 모략하는 ‘리처드 3세’는 바로 이 시대 관객들의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마치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고 설득시키려는 것처럼 사악한 숨결을 뿜어낸다. 오스터마이어 특유의 거친 에너지와 폭발력으로 가득한 '리처드 3세', 기대해볼만하겠다.

한편, 연극 '리처드 3세'는 6월 14일(목)부터 17일(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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