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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윤시윤, 자존감 낮아.."1박 2일 윤동구가 용기를 줬죠"

  • 입력 2018.05.23 06:2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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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종영으로 만난 배우 윤시윤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매뉴얼,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첫째는 제 모습에서 나왔느냐를 보려고 해요. 연기에 대해 전문가나 이론가는 아니지만, 제 나름의 계획으로는, 아직은 저는 1단계에 있다고 보거든요.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나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사람은 여러 모습들이 있잖아요, 그 중에 저의 한 부분을 증폭해서 보여주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다른 부분을 증폭해서 보여주고, 그런 게 아직은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나 내 원래의 모습과 비슷하게 연기를 해나갔는지, 가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았는지, 그것을 보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가려주는 것은 저의 측근들, 가족들인 것 같아요. 그들이 봤을 때 ‘나 네 거 보는데 오글거린다, 힘들다’ 이러면 연기 되게 못한 거고요(웃음), ‘ㅋㅋㅋ 너 같다.’ 이러면 그래도 내가 1차적인 건 잘 해냈구나,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다행인 게, 제가 삐질까봐 그랬는지 이번에는 오글거린다는 말은 없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합방신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우리 아들이 남자가 되었다’며 되게 뿌듯해하신 건 있었습니다(웃음).”

특히 합방신을 앞두고 따로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마음의 준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한참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시청률 4% 넘었다고 얘길 하더라고요(웃음). 하여튼 그날 합방신은 너무 절고 바보짓을 해서 메이킹에도 다 나갔는데, 저는 좀 멍청하고 세연이는 순수하니까 이 두 맑은 애들이 만나니까 정말 뭔 정신으로 찍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평소에는 둘이 워낙 집돌이, 집순이여서 서로 잘 맞기도 했고 세연이가 워낙 착해요. 업계에서 소문이 났을 정도로 진짜 착해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편했죠.”

그렇다면 본인이 느끼기에는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검열했을까. “열 개 중에 한 번 정도는 진짜 내 모습이 나오는 것 같고요, 9개 정도는 가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다행인 게, 그 9개를 음악과 연출과 의상과 그런 것들이 잘 포장돼서 지금의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니까, 이제 앞으로 그게 8개가 되고 2개가 되고 3개가 되고, 그래야 되지 않나 싶어요. 아직은 저는 부족한 것 같아요.”

평소 작품을 고를 때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소화가 가능할지를 먼저 살핀다고 하는데, 특히 ‘이휘’는 평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동경하던 차 그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어서 좋았다고 한다.

“작품을 볼 때, 제 안에 있는 어떤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를 봐요. 그러면서 ‘할 수 있겠다, 해보고 싶다’, 그런 용기가 생기면 하는 거예요. 제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배우도 아니고,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어쨌든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되잖아요. 그런 중에 뭔가 나의 이런 모습을 가지고 해봤으면 좋겠다는 용기가 생기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 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뭔가 손해는 보지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 그런 사람들을 되게 동경했기 때문에 그런 멋있는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휘라는 캐릭터가 그랬잖아요. 몇 개월 동안 실컷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대군’은 ‘공주의 남자’, ‘조선 총잡이’를 연출한 김정민 감독의 세 번째 중편 사극이다. 충직한 신하 김종서 장군의 아들과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의 딸의 사랑을 다룬 ‘공주의 남자’는 ‘공남 폐인’을 양산하며 24.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래서일까 ‘조선 총잡이’는 많은 부분 ‘공주의 남자’를 닮았지만 화제도 시청률도 그리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그러다 이번 ‘대군’의 성공은 다시금 김정민표 사극이 건재함을 과시한 계기가 됐다. 그 성공의 요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정말 시청률은 모르는 거구나(웃음). 너무나도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뭐가 잘 되도 누가 잘했는지가 티가 안 나거든요. 해서 첫 번째 요인은 그냥 하늘이 내려줬다는 게 제일 현답인 것 같고요. 두 번째가 있다면, 저희 시청률이 올라간 때가 계유정난 때였어요. 실제 역사가 터지면서부터라는 건데, 말하자면 친절한 드라마였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어른들은 조선 시대에 대한 판타지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데,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데에 있어서 휘가 같은 대사를 세 번 정도 하고 그래요. 계속 설명을 해주는 거죠. 어른들에게 친절한 드라마였다는 거예요. 영화는 직접 가서 집중해서 보지만 드라마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옆에까지 가야되거든요. 저는 그 친절함이 대단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드라마의 힘은 대단한 스토리나 세련됨보다 친절함일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하고요.”

이번 ‘대군’은 복수의 복수를 위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 또한 가치관의 충돌이었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휘와 강의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물을 내는 리더쉽이 아닌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한 문제인 것 같은데, 사실 강이 악역은 아니었어요. 사랑받고 싶었고 외로웠던 거죠. 그런데 왜 정난을 일으키는가, 강은 내 품에, 내 앞으로 끌어들여서 그 안에서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고, 휘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했던 거예요. 꼭 내 측근이 아니어도 그냥 내버려둬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느꼈던 거죠. 그래서 마지막에 반대파들이나 형에게 그냥 복수를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그들의 인생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가치관의 출동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걸 만들어주었던 건 주상욱이라는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입체적으로 잘 잘해주었기 때문에 고마웠죠.”

‘대군’으로 함께한 주상욱, 진세연과의 케미는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윤시윤은 앞서 주상욱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돼다고 말한 바도 있는데, 그들과의 앙상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평소에 그의 연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세연이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맨 마지막에 캐스팅이 됐는데, 이 두 사람과 함께하는 세 명의 앙상블을 보고 싶었어요. 이게, ‘하이킥’을 했던 그 애송이가 그래도 이제 이것 하나만은 꿈꿔보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춰보고 싶다는 꿈? 이제 그 정도는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런 동료들, 제작진의 도움이 있어 몸치면서도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보일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저는 선천적으로 매우 몸치거든요. 그래서 ‘하이킥’ 때부터 굉장히 고민이 많았는데, 함께한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원래 액션을 잘하는 배우들은 풀샷으로 한 방에 가죠. 저는 1초에 한 컷, 아주 가까이. 휘두르고, 치고, 다 하나씩(웃음). 그럼에도 장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해주시니까 저는 정말 되도 않는 연기를 해도 그 신에 대한 감정을 잡고 나오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드라마에서는 제법 자신의 롤을 구축한 윤시윤이지만 드라마에 비해 영화와는 아직 인연이 많지 않다. 2010년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과 2013년 ‘백프로‘ 두 작품이 전부다. 아직 자신의 내공이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아무래도 영화에 접근이 조심스러운 이유가, 드라마는 집에서 TV를 통해 보고 싶을 때 보고, 재미가 없거나 안 보고 싶으면 그냥 안 보면 되는데 영화는 극장에 직접 가야되고 결제를 해야 되는 거잖아요. 내 재화를 투자하고 그만큼의 값을 했는지 보게 되고, 또 첫 번째로 보는 게 배우의 연기이기도 해서 저에게 더 냉정할 수밖에 없는,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저는 아직 영화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배우예요. ‘누구? 김탁구?’ 그런 상태죠. 아직도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은 ‘윤시우’ 그러시고, 댓글에서는 ‘너 아직 군대 안 가냐’ 그게 지금 제 상황인데 지금 조금 잘 됐다고 해서 그건 아닌 것 같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도 해야 되는 게 많고 아직까지도 부족해요. 겸손한 게 아니라 주제파악을 하는 거죠. 지금도 제가 가진 것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어요. 그걸 책임지고 열심히 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윤시윤은 현재 KBS 장수 예능 ‘1박 2일’에도 출연 중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인만큼 인간 윤시윤의 가장 오리지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시윤이라는 멋진 활동명이 있건만 ‘1박 2일’에서 윤시윤은 윤동구로 통한다. 그의 본명이다. 그러한 ‘1박 2일’ 속 윤동구의 모습은 배꼽 잡게 망가지기도 하지만 반면 순수하고 맑은 배우 윤시윤을 부각해주고 있기도 하다. 배우로 활동하는 데에도 예능에서의 이미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냥 내 자신으로 가는 것 같아요. 원래 특이한 인간 둘이 만나면 재밌어 지는 건데 ‘1박 2일’은 특이한 사람들이 평범한 걸로 싸우는 건데(웃음). 요즘 시청자들은 역할과 연기를 하는 사람을 완벽히 구분해주시는 것 같아서 그런 상태라면 인간적인 부족함 같은 부분은 충분히 보여드려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연기적으로는 그만큼 잘 해야죠. 다만 연기를 정말 잘 해야 욕을 먹지 않는 건 맞는 것 같아요(웃음). 연기도 제대로 못하면서 예능은 나오냐고 하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제 성격상에서는 많은 힘이 됐어요. 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에요. 진짜 오리지널 윤시윤이라는 사람은 대중 앞에 나서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주목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에 배우로서 활동을 하면서 원래 제 모습을 많이 감추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감추는 모습들이 연기에서도 나오더라고요. 근데 ‘1박 2일’을 하면서는 감출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사람들 앞에 자연스럽게 나서고 다 보여주고 하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게 용기가 생기고, 그게 연기에서도 나오더라고요. 저는 ‘1박 2일’이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윤시윤은 86년생, 올해로 서른셋이다.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까지 다녀왔건만 그의 앳된 외모는 여전히 나이를 짐작키 어려울 정도로 동안을 자랑하는데, 캐스팅에 과정에서 이를 실감할 때가 있다고.

“제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나이가 딱 어느 정도냐면, 저는 캐스팅 경쟁에서 탑 아이돌과 붙어요(웃음). 누구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톱급을 찍은 아이돌 분들이나 톱 가수분들, 그러니까 완전 트렌디한 배우인데 저보다 어린 친구들, 제가 나이가 많은데 그런 친구들하고 붙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보다 인기가 떨어지거나 젊음이 떨어지니까 불리한 건 있어요(웃음). 그런데 그거는 제가 연기로 극복을 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고요. 장점이 있다면 제가 나이가 들었을 때의 역할이 미리 오지 않고 기다리고 있겠죠. 좀 더 연기자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런 역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윤시윤은 이번 ‘대군’을 통해 협업에 대한 감사를 배웠다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하면서 계속 얘기했는데, 내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1인분만 하면 된다는 그거.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게 아니라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실 예로 들자면, 너무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 신이 하나 있었거든요. 대사마다 컷, 컷, 해서 다시 찍고 다시 찍었는데 다 튀는 거예요. 실제 결과물을 봤는데 톤도 다 튀어요. 그런데 거기에 음악이 깔리니까 티가 안 나는 거예요. 어떤 장면은 바스트가 이상했는데 풀샷으로 돌리니까 괜찮은 거예요. 또 어떨 때는 대사가 숙지가 안 돼서 눈을 껌벅거리면서 하니까 그거를 세연이 표정으로 넘겨버렸어요. 그런데 세연이 표정에 리액션이 너무 잘 나오니까 제 것이 괜찮은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너무 잘했대요. 그런데 저는 알거든요. ‘얼마나 바스트를 엉망으로 했으면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계속 풀샷으로 넘어가지?’ 그러니까, 제 것의 결과물을 보면서 다행임을 알았는데 그게 또 전체적인 결과물이 좋으니 ‘아, 이거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해서 앞으로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다 하고나면 믿어야겠다. 다만 조금이라도 그분들에게 무게감을 드리지 않도록 제가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으면 하지만, 더 이상이 안 된다면 미안해하는 것보다는 고마워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이번 ‘대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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